현실에는 ‘갑질하는 상사’가 있다
시청자들이 정명석 변호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이상적인 상사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흔하지 않기에 정명석 변호사 같은 상사와 일하기를 꿈꾼다. 드라마 밖 현실에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대부분이 상사다.
직장갑질119가 올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296명 중 36.8%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대표, 임원, 경영진 등 사용자는 24.7%, 비슷한 직급의 동료는 22.6%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근로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인 경우, 임원이 아닌 상급자로부터 괴롭힘을 겪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가해자 상황은 조금 다르다. 대표, 임원 같은 사용자의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가 다른 규모의 직장에 비해 두드러진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의 친인척이 10.3%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는 33.3%, 비슷한 직급 동료는 23.1%, 임원이 아닌 상급자는 17.9%로 나타났다.
갑질 대신 존중과 배려는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
<회사도 근로자도 알아둬야 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저자들 중 한 명인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는 올 8월 둘째 주 한경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괴롭힘이 근절됐을 때 결국 회사의 생산성과 연동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업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40여 년 동안 탁월함, 즉 엑설런스(Excellence)를 연구해온 경영학자, 기업 최고경영인 톰 피터스 또한 ‘사람이 우선인 인간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그는 <톰 피터스 탁월한 기업의 조건>에서 “이 책은 지금까지 해온 연구의 요약”이라고 밝히며 “지금 당장 엑설런스를 추구하고,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며 익스트림 휴머니즘을 지향하라”고 단언했다.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그들을 거듭 훈련하고 친절과 존중으로 대하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라. 모든 직원이 서로 성장을 장려하고 동료들을 보살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하라.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두 배, 세 배 그래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피해를 호소했을 때 회사의 적극적이지 않은 대처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누가 신고했는지 ‘색출’이 이어지고, “참으라”는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회사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조직구성원의 괴롭힘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상처 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비난이나 동조 혹은 방치 대신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보호하고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조직이다. 잡코리아와 직장갑질119에서 조사한 함께 일하고픈 좋은 상사의 조건을 보면, 업무 능력, 위기 대처 능력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인간이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급자는 언젠가 상급자가 되고, 상급자 역시 어떤 관계에서는 ‘을’이 된다. 폭언·폭행·협박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는 상사,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 상사, 팀원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존중하는 상사, 업무에 관한 도움을 주되 비난하지 않는 상사, 성적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상사의 모습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그래야 할, 인간의 ‘도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