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NO!

상사의 자격

writer임영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8월 넷째 주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권 드라마 1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 속 정명석 변호사 역시 이상적인 상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유니콘 상사’라는 별명을 붙였다.
유니콘은 현실에 없는 상상 속 동물. 현실에는 ‘갑질하는 상사’가 있다.
‘우영우’에는 ‘이상적인 상사’가 있다
사진 출처 ENA 홈페이지
“잘했어요. 숨겨진 쟁점을 잘 찾았어. 이런 건 내가 먼저 봤어야 되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
“이거 신입들이 사과할 일 아니야. 내 불찰이지.”
“같이 일하다가 의견이 안 맞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얘기해서 풀고 해결을 해야죠.
매사에 잘잘못 가려서 상주고 벌주고…. 난 그렇게 일 안 합니다.”
배우 강기영이 연기하는 정명석 변호사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시니어 변호사다. 처음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 변호사를 탐탁지 않아 했지만, 곧 자신의 편견이었음을 깨닫고 팀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의뢰받은 사건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팀원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팀원들을 다독이며 팀원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공으로 가로채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도 잘못된 판단이나 언행을 한다. 그러나 잘못임을 알아차릴 줄 안다. 자신이 잘못했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팀원에게 사과할 줄도 아는 어른이다.
현실에는 ‘갑질하는 상사’가 있다
시청자들이 정명석 변호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이상적인 상사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흔하지 않기에 정명석 변호사 같은 상사와 일하기를 꿈꾼다. 드라마 밖 현실에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대부분이 상사다.
직장갑질119가 올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296명 중 36.8%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대표, 임원, 경영진 등 사용자는 24.7%, 비슷한 직급의 동료는 22.6%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근로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인 경우, 임원이 아닌 상급자로부터 괴롭힘을 겪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가해자 상황은 조금 다르다. 대표, 임원 같은 사용자의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가 다른 규모의 직장에 비해 두드러진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의 친인척이 10.3%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는 33.3%, 비슷한 직급 동료는 23.1%, 임원이 아닌 상급자는 17.9%로 나타났다.
‘MZ세대 취업준비생’이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 1위 인간성 최고! 인품이 훌륭한 상사(58.9%) 2위 워라밸 선호! 공사 구분이 철저한 상사(41.5%) 3위 업무 능력치 최상! 실무에 능한 상사(37.7%) 4위 수평적 관계 중시! 협동심이 뛰어난 상사(24.5%) 5위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상사(9.3%) 잡코리아, MZ세대 취준생 506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료 잡코리아, MZ세대 취준생 506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 2021년 10월 발표)
좋은 상사의 조건 1위 하급자를 ‘상명하복’에 따라야 하는 아랫사람이 아닌 ‘역할이 다른 동료’로 대우해주는 상사(68표) 2위 괴롭힘 당하는 직원이 있는지 세심히 살피는 상사, 언행과 지시가 일관된 상사(각 56표) 3위 문제가 생겼을 때 남 탓하지 않는 상사(52표) 4위 호칭이나 말 한마디에 예의를 갖추는 상사(50표) 5위 휴가나 퇴근에 눈치주지 않는 상사(40표) 6위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 지르지 않는 상사(37표) 7위 회식 강요·따돌림 않는 상사(36표) 8위공식 석상에서 반말하지 않는 상사, 아플 때 쉬도록 배려해주는 상사(각 33표) 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직장인 11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료 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직장인 11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 2022년 7월 진행)
갑질 대신 존중과 배려는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
<회사도 근로자도 알아둬야 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저자들 중 한 명인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는 올 8월 둘째 주 한경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괴롭힘이 근절됐을 때 결국 회사의 생산성과 연동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업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40여 년 동안 탁월함, 즉 엑설런스(Excellence)를 연구해온 경영학자, 기업 최고경영인 톰 피터스 또한 ‘사람이 우선인 인간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그는 <톰 피터스 탁월한 기업의 조건>에서 “이 책은 지금까지 해온 연구의 요약”이라고 밝히며 “지금 당장 엑설런스를 추구하고,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며 익스트림 휴머니즘을 지향하라”고 단언했다.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그들을 거듭 훈련하고 친절과 존중으로 대하고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라. 모든 직원이 서로 성장을 장려하고 동료들을 보살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하라.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두 배, 세 배 그래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피해를 호소했을 때 회사의 적극적이지 않은 대처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누가 신고했는지 ‘색출’이 이어지고, “참으라”는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회사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조직구성원의 괴롭힘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상처 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비난이나 동조 혹은 방치 대신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보호하고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직장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조직이다. 잡코리아와 직장갑질119에서 조사한 함께 일하고픈 좋은 상사의 조건을 보면, 업무 능력, 위기 대처 능력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인간이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급자는 언젠가 상급자가 되고, 상급자 역시 어떤 관계에서는 ‘을’이 된다. 폭언·폭행·협박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는 상사,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 상사, 팀원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존중하는 상사, 업무에 관한 도움을 주되 비난하지 않는 상사, 성적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상사의 모습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그래야 할, 인간의 ‘도리’이기도 하다.
인쇄 URL 복사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