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
천원지방(天圓地方).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제작한 세계지도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가 1603년 조선에 들어오기 전까지 조선인들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세계관에 따라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고 생각했다. 곤여만국전도가 보여주는 지구가 둥글다는 서양의 관점은 조선이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원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쓰임을 다하면 쓰레기로 버리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를 택해왔다. 자원 투입에서 쓰레기 배출까지 물질의 흐름이 직선이어서 선형경제라고 부른다. 이러한 선형경제에서는 자원 고갈과 쓰레기 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1966년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Kenneth Boulding)이 제안한 데서 출발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물질의 흐름이 쓰레기 배출로 끝나는 직선이 아닌, 자원을 반복 사용해 쓰레기 배출을 최대로 줄여 물질이 순환하는 경제모델이다. 자연 생태계처럼 물질이 버려지는 것 없이 순환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는 연구보고서 <국제사회의 순환경제 확산과 한국의 과제>에서 순환경제를 ‘제품의 전 주기에 걸쳐 자원과 에너지 투입에 낭비가 없도록 하고,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며, 경제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복원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경제체제’ 그리고 ‘자원이나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폐기물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며, 제품을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경제체제’라고 요약했다.
순환경제에서는 재사용, 재활용, 새활용도 필수지만, 제품 설계(디자인)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원과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한 제품, 한 번 사용하면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고 재사용, 재활용을 통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제사회의 순환경제 확산과 한국의 과제>에 따르면, 순환경제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고,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천연자원 채굴이 줄어들고,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며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다. 사회 측면에서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다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순환경제는 12번 목표인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의 보장’ 달성과 가장 밀접히 연관돼 있고, 7번 목표 ‘적정한 가격에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현대적인 에너지에 대한 접근 보장’, 13번 목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에 맞서기 위한 긴급 대응’, 15번 목표 ‘육상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보호·복원·증진, 숲의 지속 가능한 관리, 사막화 방지, 토지 황폐화의 중지와 회복,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달성은 물론, 1번 목표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과 8번 목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과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증진’ 또한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