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시작은 저녁 한 끼 먹자는 것이었지만, 맛있는 식사를 한 끼라도 더하자는 욕심에 우리는 이른 점심부터 만나 오랜만의 안부를 나눴다. 근황 얘기가 끊이지 않던 중 즉흥적으로 학교에 가지 않겠냐는 한 친구의 제안에 모두 들떠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학교로 향했다.
택시에서 바라본 학교 앞은 변한 것 하나 없이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반가워 모두 추억의 장소를 이리저리 가리키며 학교에 도착했다. 정문에 서 있는 낯익은 동상과 멀리 보이는 과 건물에 우리는 웃으며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다. 늦여름의 산산한 바람이 괜스레 마음을 더 설레게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과 건물은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우리는 한달음에 그곳으로 향했다. 그 길에 보이는 친구의 자취방에 또 한 번 우리가 나누었던 추억에 크게 웃으며 오르막이 힘든 줄도 모르고 한참을 걸었다. 도착한 그곳엔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코로나 학번이어서 졸업사진을 못 찍은 친구는 한을 풀겠다며 때늦은 졸업사진을 함께 찍었다.
하지만 졸업생인 이유로 굳게 닫힌 문을 넘을 수 없어 자동문에 붙은 채로 건물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로비에 교수님의 얼굴 사진이 붙은 입간판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때 우리를 계속 수상하게 보시던 경비 아저씨께서 참다못해 나오셔서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냐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쭈뼛대며 졸업생이어서 학교를 구경 왔다고 말씀드렸다. 다른 과 학생들인 줄 알았다는 경비 아저씨의 말씀에 우리는 여전히 풋풋한 대학생 같아 보이는 것 같다며 뿌듯해하며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