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은 기상이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량이 뚝 떨어진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의 빈도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를 덮친 전례 없는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등했지만, 가스파이프 설비가 동파되고 풍력 발전기 터빈의 55%가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결과는 400만 가구 이상의 정전이었다. 2021년 9월 중순, 영국 해상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 발전기의 30%가 가동 중단되고 전력 단가가 평상시의 4배 이상으로 오르는 등 극심한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정부 시책과 높은 석탄 가격으로 인해 2021년 9월 순환 정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꼽히는 바이오매스는 어떨까?
에너지원으로서 바이오매스는 작게는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 등을 말한다. 즉 곡식의 발효를 통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얻는 것이다. 에탄올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석유에 비하면 훨씬 청정하다. 연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이 흡수해 식량으로 재생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식량 작물을 키우기 위한 비료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바이오매스 연료도 연소하면 이산화탄소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때 바이오 에탄올과 석유를 구분해서 특정 연료가 만들어낸 이산화탄소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식물 입장에서는 동일한 이산화탄소이다. 그렇다면 바이오매스를 쓰는 것은 기후 면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
근본적으로는 석유를 덜 쓰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석유 대신 식량자원을 원료로 한 에너지원을 쓰겠다는 의미다. 다르게 말하자면,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식물에 흡수되어 ‘재생’될 때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제한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당연히 시장 가격이다.
석유 사용량이 줄고 바이오 에탄올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면 바이오 에탄올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국가와 국민들은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사용할 것이고, 그 비용을 감수할 수 없다면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결국 바이오매스는 제한된 자원을 적절하게 (가격을 통해) 분배해서 사용하자는 의미가 된다. 식량을 이용해 만드는 연료인 만큼 식량의 일부가 연료 생산을 위해 공급되면서 식량 가격이 오르는 것은 덤이다.
2000년대 중반 유가가 폭등하자 미국과 브라질 등은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늘렸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을 곡물이 줄어든 셈이고, 이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곡물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굶는 사람은 없다. 굶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다. 당시 대규모 물가 상승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소득 국가의 빈곤층은 굶주리기 시작하고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옥수수는 미국에서 주로 사료로 사용된다. 옥수수를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게 되면 사룟값이 오르고 고깃값이 오른다.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위한 옥수수가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을 경험한 다른 농가들도 원래 재배하던 작물이 아닌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식량자원의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많은 부분을 보완해간다. 옥수수 등 곡물이 아닌 목질이나 해조류를 통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은 식량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땅속에 묻힌 화석연료를 대신할 연료를 제공하지만, 총량을 가격으로 제한하는 것은 동일하고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것도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