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화석연료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에너지 이용의 역사 ③

writer과학칼럼니스트
이독실

인류가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연료를 체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전기 조명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여 밤을 없앴고, 교통수단의 발전은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여 세계를 작게 만들었다. 식량 문제를 극복하게 한 질소비료 생산과 더불어 화석연료는 인류 문명을 질적/양적으로 크게 확장시킨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에너지의 사용이 문명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론으로는 ‘카르다쇼프 척도’가 있다. 이는 처음 제안한 러시아 천문학자의 이름을 딴 이론으로, 우주 문명의 단계를 구분하는 척도를 의미한다. 기준은 특정 문명이 얼마나 에너지를 사용하는가이다. 한 행성의 표면에 도달하는 항성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는 문명이 있다면 1단계, 항성이 만드는 에너지를 전부 사용하는 문명은 2단계,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는 문명은 3단계라는 식인데, 우리 인류는 1단계에도 못 미친다.
한 과학자의 제안에 불과하지만 이후 많은 과학자의 지지를 받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결국 특정 문명이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로 그 문명의 발달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 문명의 발전 속도가 크게 빨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질문명의 발달이 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산업혁명은 국가 간 격차를 만들었고, 식민 지배와 제국주의가 출현했다. 당시 관점으로는 열강들은 도덕적인 문제가 없었다. 자원과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전쟁으로 번져 나치 독일 패전의 전초가 되었고 제국주의 일본의 패망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여전히 화석연료는 문명을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이다. 석유 화학 산업은 석유를 원료로 플라스틱, 폴리우레탄, 솔벤트 등을 비롯한 많은 제품을 만들지만, 여전히 석유 활용의 비중은 에너지원으로서가 가장 높다. 최초 인류의 출현보다도 훨씬 오래전에 죽은 유기체들이 변해서 만들어진 탄화수소를 깊은 땅속에서 꺼내 태우고 있다. 땅속에 묻혀 잠든 탄소를 꺼내 태워서 배출하는 셈이니 당연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아지고 온실효과로 인해 기후변화가 진행된다. 사실 화석연료 기반의 현대 문명은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화석연료의 매장량은 분명히 한정적이다. 언젠가 고갈될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고갈 시점이 늦춰진다고 해도 문제인데 그만큼 탄화수소가 대량으로 묻혀있고 이를 대량으로 꺼내 사용한다는 의미이므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해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비가역적이다.
한 번 사용되어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땅속에 묻혀 석탄과 석유로 재생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석탄은 3억 년 전에 죽은 나무들이 땅속에서 썩지 않은 채로 쌓여 열과 압력을 받아 만들어졌다. 목재를 단단하게 만드는 주성분으로 리그닌이 있는데, 당시에는 리그닌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없었기 때문에 나무가 죽어도 목재가 썩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 리그닌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출현했다.
즉 이제는 나무가 아무리 대량으로 죽어 퇴적되어도 석탄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목재가 땅속 깊은 곳에 잠들어 석탄이 되기 전에 썩고 분해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석유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화석연료들이 재생 불가능한 이유이다. 설령 재생 가능하다 하더라도 땅속 깊은 곳에서 높은 열과 압력을 받기 위해 최소 수십만 년 이상의 과정이 필요할 테니 인류의 관점에서 볼 때는 재생 불가능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전 인류는 오랫동안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해왔다.
바람은 풍차를 돌리고, 물은 수차를 돌렸다. 사람과 가축의 힘은 식량자원의 양에 달려 있었고, 호흡을 통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광합성을 통해 식량이 됐다. 나무를 태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 또한 다시 나무가 흡수했으니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다. 자연과 조화로운 삶,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화석연료의 높은 효율 가운데 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환경 때문이라기보다는 연료 고갈과 안정적 공급망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30년 전 “석유는 앞으로 50년 뒤에는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었다. 지금은 “앞으로도 최소 200년은 더 사용할 양이 있다”고 한다.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대규모 유전이 이후 발견되기도 했고, 당시엔 시추 기술이 부족하고 채산성이 떨어져서 개발하지 않았던 비전통적인 자원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셰일 가스를 개발할 능력이 있는 미국은 사실 고품질의 텍사스 유전이 고갈되어간다고는 하지만 미래에 정말 석유가 필요해지는 시기를 위해 시추를 아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고속 성장을 하던 유럽에 제동을 걸고, 냉전 당시 소련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 사건이 바로 오일쇼크(1973년, 1979년)다.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 무기화 정책을 겪은 유럽은 핑크빛 미래의 환상을 깨야 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분쟁(2005~2006년, 2009년)을 통해 유럽연합 차원에서 정책 마련을 시작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의 가스 공급 무기화는 유럽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준 것은 물론이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FCCC)의 당사국총회(COP)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전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을 위한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당사국들의 모임인데, 1995년을 시작으로 이변이 없는 경우 매년 모이고 있다. 대외적으로 유명한 회의는 3번째 회의인 COP3의 교토의정서(1997년), 21번째 회의인 COP21의 파리협정(2015년)이 있고,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한 COP26이 있다. 글래스고 기후 합의 이후 우리는 언론에서 탄소 중립, 넷 제로(Net Zero) 등의 이야기를 자주 듣기 시작했다. 그만큼 중요한 합의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며 인류는 이미 파국 직전이라는 충격적인 평가 보고서 이후 각국은 급하게 탄소 감축 전략을 수립해야만 했다. 물론 그간 친환경 에너지 개발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만 이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질 줄은 몰랐던 부분도 있다. 배출된 탄소는 다시 포집하는 기술과 더불어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이 중요한데 그동안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졌다. 물론 과거보다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단점과 부작용이 산재해있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은 기상이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량이 뚝 떨어진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의 빈도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를 덮친 전례 없는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등했지만, 가스파이프 설비가 동파되고 풍력 발전기 터빈의 55%가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결과는 400만 가구 이상의 정전이었다. 2021년 9월 중순, 영국 해상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 발전기의 30%가 가동 중단되고 전력 단가가 평상시의 4배 이상으로 오르는 등 극심한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기 위한 정부 시책과 높은 석탄 가격으로 인해 2021년 9월 순환 정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꼽히는 바이오매스는 어떨까?
에너지원으로서 바이오매스는 작게는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 등을 말한다. 즉 곡식의 발효를 통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얻는 것이다. 에탄올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석유에 비하면 훨씬 청정하다. 연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이 흡수해 식량으로 재생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식량 작물을 키우기 위한 비료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바이오매스 연료도 연소하면 이산화탄소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때 바이오 에탄올과 석유를 구분해서 특정 연료가 만들어낸 이산화탄소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식물 입장에서는 동일한 이산화탄소이다. 그렇다면 바이오매스를 쓰는 것은 기후 면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
근본적으로는 석유를 덜 쓰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석유 대신 식량자원을 원료로 한 에너지원을 쓰겠다는 의미다. 다르게 말하자면,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다시 식물에 흡수되어 ‘재생’될 때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제한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당연히 시장 가격이다.
석유 사용량이 줄고 바이오 에탄올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면 바이오 에탄올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가격이 오르게 된다. 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국가와 국민들은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사용할 것이고, 그 비용을 감수할 수 없다면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결국 바이오매스는 제한된 자원을 적절하게 (가격을 통해) 분배해서 사용하자는 의미가 된다. 식량을 이용해 만드는 연료인 만큼 식량의 일부가 연료 생산을 위해 공급되면서 식량 가격이 오르는 것은 덤이다.
2000년대 중반 유가가 폭등하자 미국과 브라질 등은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늘렸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을 곡물이 줄어든 셈이고, 이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곡물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굶는 사람은 없다. 굶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다. 당시 대규모 물가 상승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소득 국가의 빈곤층은 굶주리기 시작하고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옥수수는 미국에서 주로 사료로 사용된다. 옥수수를 바이오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게 되면 사룟값이 오르고 고깃값이 오른다. 바이오 에탄올 생산을 위한 옥수수가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을 경험한 다른 농가들도 원래 재배하던 작물이 아닌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식량자원의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많은 부분을 보완해간다. 옥수수 등 곡물이 아닌 목질이나 해조류를 통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은 식량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땅속에 묻힌 화석연료를 대신할 연료를 제공하지만, 총량을 가격으로 제한하는 것은 동일하고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것도 동일하다.
그런 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수소의 장점이 부각된다.
연료로서의 효율이 대단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일단 생성된 수소는 청정에너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수소를 만들어 공급하는 과정이 친환경적이라면 효과는 확실하다. 운송 문제는 기술 발전을 통해 극복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아직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가 주를 이루지만 머지않아 탄소 포집을 통해 탄소 중립을 이룬 블루수소와 친환경적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게 될 것이다. 수소는 저장이 가능하므로 변동성이 큰 풍력 발전 등을 일부 보완할 수도 있다. 원하는 단계에 이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미래 에너지 전략으로 수소경제를 구상하는 이유다.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이래, 화석연료의 장점은 다른 에너지원의 개발을 막은 채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인류 앞에는 거대한 기후위기가 닥쳐 있었다. 이 문제는 앞으로 30년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은 과거 150년 동안 인류가 누린 풍요로움을 역사서에서만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미래 에너지 전략의 핵심은 화석연료 일변도의 에너지원을 다원화하는 것, 그리고 높은 효율에 안정적인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분간 인류가 존망을 걸고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자 인류 에너지 역사의 필연적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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