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토크

가스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단체의 진단과 앞으로의 과제

가스는 경제 수준과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해야 할 보편적 서비스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도시가스 보급률이 85%에 달할 만큼 전 국민에게 양질의 보편적 에너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미수금 누적으로 한국가스공사의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시민모임의 윤 명 사무총장을 만나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 이수정  📷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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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하는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은 식품, 생필품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와도 관련이 깊은 시민단체이다. 1987년 수도권에서 도시가스 보급을 시작하고 지역으로 보급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냈고, 도시가스가 들어서지 못하는 지역에 LPG 가스를 도입하는 이슈에도 일반 소비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왔다. 지속 가능한 소비 개념을 국내에서는 처음 에너지 운동에 적용하면서 단순히 절약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효율화’ 개념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우리가 전자기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처음 등장했다. 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활발한 활동에 이어 현재 소비자시민모임 윤 명 사무총장은 한국가스공사에서 ‘천연가스 도매요금 심의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40년 넘게 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소비자 시민단체입니다. 처음 단체가 생겼을 땐 소비자 권익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죠. 세월이 지나 소비자 권익이 증대되면서, 이젠 더 정확한 정보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양질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돕는 일을 과제로 삼고 있어요. 민생과 직결되는 가스 에너지 정책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스 요금과 관련해 가스공사와 정부가 내린 결정의 타당성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의견을 드러내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연동제 유보를 통한 물가 안정 역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 불안, 기후 위기 등 다양 요인으로 인해 2022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이때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가스요금 인상률을 200%로 높였던 반면 한국은 오히려 연동제를 유보해 인상률을 45%로 낮게 유지하며 극심한 가격 변동을 방어했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해 윤 사무총장은 에너지 요금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가계에 돌아오는, 그리고 다시 시장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 속에서 가스 요금 인상률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해 공공기관이 서민 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물가를 안정화한 것이라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과의 소통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들로 인해 가스 요금 인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민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전기, 석유 등의 다른 에너지 자원과 달리 낮은 인상률 수준을 유지하며 물가를 안정화한 역할을 가스공사와 정부가 한 것도 사실이고요. 다만 외부요인들로 인한 요금 인상요인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들죠.”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한 미수금 회수

실제 민수용 가스 요금의 경우, 장기간 원료비 연동제 유보로 인해 판매 할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 원가의 80% 수준만 요금에 반영되고 있다. 그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미수금이 13조 원으로 불어났고 현재 하루에만 43억 원의 이자를 갚아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다. 이렇게 불어난 빚은 공공기관의 역량을 감퇴시켜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저해하고, 세대 간 교차보조 문제를 발생시켜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안긴다. 이 부분에 대해 윤 사무총장은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공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폭탄을 떠안고 있는 모습 같아요. 하지만 가스공사가 한순간에 모든 빚을 갚을 수도, 구조적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이 상태를 더 끌고 갈 수도 없고요. 적정 수준의 인상 폭과 인상 기간 등을 명확히 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요금을 조금씩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테니까요.”

국민의 정서와 감수성을 헤아리는 공론화 과정

실제 가스공사는 2017년까지 미수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요금 조정을 시행한 바 있다.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요금을 조정한 것. 다수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스 사용량이 적은 시기에 점진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에너지 바우처와 같은 저소득층 지원책을 통해 요금 인상 충격을 완충시키는 등 소비자 관점에서 고민하고 노력한 바 있다. 현재도 연착륙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한편, 경영효율화를 위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15조 4천억 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총 6조 8천억 원 규모의 이행을 완료했으며 달성률은 44%에 이른다.

끝으로 윤 사무총장은 소비자 권익이 향상된 요즘 시대에 소비자 목소리의 전파력과 파급력의 차원이 다르다며 가스 사용자인 시민들과의 소통 측면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부와 가스공사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수 국민들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공사도 힘을 갖고 대책을 차질 없이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집행할 때 숫자와 논리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국민들의 정서와 감수성을 이해하는 거예요. 미수금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서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가스공사가 직접 전면에 나서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공사가 세금을 가지고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오해를 사게 돼요. 공사가 처한 상황과 준비 중인 것들을 설명해내는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