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칼럼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에 의한 국민부담 증가 해소 필요

한국의 가스 가격은 한국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 방식을 통해 유지해 왔다.
불확실성이 증대된 국제 정세에서도 가격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 직수입 제도가 증대되면서 가스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이 증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수입 제도가 확대된 원인과 그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

scroll Down

Scroll Down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평균요금제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천연가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천연가스는 가정의 난방 취사는 물론 전기발전, 산업용 등 광범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향후 탄소 중립 추진 과정에서 과도기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천연가스 도입 방식에 있어 한국은 다소 기형적인 구조를 띤다.
천연가스의 생산에는 대규모 장기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계약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물거래 비중이 약 20%에 지나지 않아 비계획적인 조달 시 적기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조달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천연가스 공급은 안정성을 중시하여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담당해 왔고, 가스공사의 공급가격은 다양한 시기, 다수 도입계약 가격의 평균으로 결정됨으로써 가격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평균요금제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특히 근래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중동 정세 등으로 인해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었으며, 천연가스 도입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도입방식은 1998년 직수입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화되기 시작했다. 직수입 제도란 민간 발전사나 제조업자 등이 자가 소비할 목적으로 가스공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가스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직수입 제도의 허용은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전적으로 수행하던 천연가스 도입을 민간과의 경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직수입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상당히 낮게 유지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2023년에는 직수입이 한국 전체 도입물량의 20%를 초과한 상황이다. 이런 직수입 확대가 사업자들의 이윤 증가에 기여한 반면 국민들의 부담은 증가시키고 있다.

평균 요금제 가격을 높이는 직수입 제도

평균요금제 가격은 다양한 시점에 체결된 계약들의 가격을 가중 평균해 정해지기 때문에 국제 가스 가격이 높아지는 시점에도 크게 높아지지 않으며, 국제 가스 가격이 낮아지는 시점에도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 평균요금제는 장기간의 평균 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가격을 안정화하는 방식인 것이다. 국제 가스 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평균요금제로부터 이탈하여 직수입을 시행하는 사업자는 당장 현시점의 낮은 가격에 적용받기 때문에 평균요금제 대비 낮은 가격을 향유하게 된다. 따라서 국제 가스 가격이 낮아진 2014년 이후 직수입을 확대할 유인이 발생한 것이며, 실제 직수입 물량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런데 여기서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하는 요인이 발생한다. 직수입이 증가하면 본래 국가 전체 물량을 도입하던 가스공사의 도입 물량이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만약 2014년 이후 구매자 우위 상황에서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았으면 직수입 물량만큼을 가스공사가 구입했을 것이며, 구매자 우위 상황의 낮은 가격이 평균요금제 가격에 반영되어 평균요금제 가격이 낮아졌을 것이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의 통계를 살피면 국가 전체 평균 도입단가를 100으로 볼 때 직수입 도입단가는 66.0이며, 평균요금제 단가는 106.7로 나타난다. 즉, 직수입이 없고 가스공사가 직수입 계약과 동일한 가격으로 해당 물량을 도입했으면 평균요금제 가격이 6.7% 낮아졌을 것이다.
가스공사는 공기업으로써 이윤율을 보장받는 경향이 있어 가스를 싸게 도입할 유인이 민간사업자들 대비 적다는 주장도 있으며,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평균요금제 가격이 위 계산만큼 싸질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의 경우 직수입 사업자들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도입물량, 다수의 터미널 보유로 인한 도입시점 등의 탄력적 운영 가능성, 공기업이 가지는 높은 신용도와 같은 이유로 직수입 사업자들 대비 높은 협상력을 가진다. 따라서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았을 경우 위 계산보다 평균요금제 가격이 더 싸질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결국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직수입 사업자들의 경우 구매자 우위 상황을 활용해 이윤을 크게 증가시킨 것으로 보이며, 일반 국민들을 포함한 평균요금제 수요자들은 그만큼 낮은 가격을 향유할 기회를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직수입 제도로 인한 전체 전력 구입비의 증가

이 문제는 단지 가스 가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전기를 구입하는 비용(전력구입비)을 증가시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가중시키는 문제 또한 유발한다. 전력 구입비는 ‘전기 도매가격 × 전력수요량’으로 정해지며, 도매가격은 특정 시점에 동원된 전체 발전기 중 가장 연료비가 비싼 발전기의 연료비로 결정된다. 수요가 적을 때에는 연료비가 낮은 발전기들만이 동원되기 때문에 도매가격은 싸지고, 수요가 많을 때는 연료비가 비싼 발전기들 또한 동원되기 때문에 도매가격이 증가한다.
그런데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과 비교할 때 대비 직수입 가스는 싸졌으며, 평균요금제 가스는 비싸졌다. ‘수요가 적은 경우’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싼 직수입 발전기들에 의해 도매가격이 결정되며, 이 경우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 대비 도매가격은 싸진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수요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력구입비(전기 도매가격 × 전력수요량)의 변화는 크지 않다. 반면 ‘수요가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평균요금제 발전기들에 의해 도매가격이 결정되며, 이 경우에는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 대비 도매가격은 비싸진다. 이 경우 수요량이 많아 전력구입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두 상황의 결합되어 결정되는 전체 전력구입비는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 대비 상당히 증가한다. 일부에서는 직수입 발전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여 전력구입비 절감에 기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직수입이 평균요금제 가격을 상승시킨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것이다.
과거 수년간 가스 및 전기가격이 상당히 높아져 국민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원가 인상분만큼 가스, 전기 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며, 그 결과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3조 원가량 누적되었고 한국전력의 경우 2021~2023년 3분기까지 영업손실 합계가 40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7개 민간 직수입 발전사들의 영업이익은 평균 1,315억원/년 수준이었다. 동일 기간 15개 평균요금제 민간 발전사들의 평균 영업이익이 264억원/년이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다. 발전사들마다 다양한 여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차이를 전적으로 직수입에 따른 혜택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직수입이 상당히 기여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적절한 경쟁

직수입 물량의 증가는 가스공사의 도입물량을 감소시키며 그에 따라 가스공사의 협상력이 감소하는 등 도입 효율성을 약화시킨다. 직수입의 경우 비축의무를 지지 않으며, 최종 수급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 인해 국가 전반의 수급 안정성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또한 가스공사의 입장에서는 직수입으로 빠져나가는 수요로 인해 전체 수요 및 매출이 감소하며, 이로 인해 공기업의 안정성,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다. 때로는 경쟁의 강화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필자가 보기에 현재 직수입 제도는 일부 사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면서 일반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적절한 경쟁 도입의 사례이다.
향후 정부는 직수입의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직수입 발전사 등의 지나친 이윤 또한 억제해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전력시장의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촉구하는 것이라 비판할 수 있지만,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은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최근 수년간 에너지 가격 급등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초과이윤을 회수하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직수입 발전사들의 증가한 이윤은 기업의 효율성에 의한 것이기보다 정부가 설계한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의한 것인 만큼 제도를 통해 이를 억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