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훼손이라는 치명적인 단점
최근 스페드 업을 표방하며 인기를 모은 노래는 상당히 많다. SNS에서는 기존 노래를 빠르게 돌리는 일종의 코믹 패러디 형식의 쇼츠가 많기는 하다. 케이팝(K-Pop) 아이돌의 노래가 SNS +스페드 업 콜라보의 간판 포맷이다. 그러나 스페드 업이 1분 수준을 넘어 제대로 된 노래 포맷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에이콘(Akon)의 ‘Lonely’, 시저(SZA)의 ‘Kill Bill’, 엘에프 시스템(LF System)의 ‘Afraid to Feel’이다.
이렇듯 현재 스페드 업은 세계적으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페드 업의 일반적인 문제점으로 무엇보다 원작 훼손을 거론할 수 있다. 이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원작의 훼손 문제는 의외로 심각하다. 아무래도 노래의 스피드를 높이면 보컬 및 연주가 우스꽝스럽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는 진지한 예술 작품을 의도한 원작자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이콘의 2005년도 히트곡 ‘Lonely’는 바비 빈튼(Bobby Vinton)의 1964년도 고전 ‘Mr. Lonely’의 샘플링이 노래 전체를 수놓는데, 예의 130~150% 스페드 업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이 스페드 업 샘플링은 원곡과 도저히 같다고 볼 수 없다. 아니, 단순히 ‘다르다’ 수준이 아니다. 힙합 등의 장르에서 다른 노래의 인상적인 소절이나 리프를 따는 것은 샘플링이나 레퍼런스라는 이름 아래 관례화되어 있다. 이때 원작자에 대한 존중으로 되도록 변형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하지만 ‘Lonely’의 샘플링은 이렇게 전통적으로 유지된 관례를 정면으로 무시한다.
그 결과 원곡 ‘Mr. Lonely’가 노래 제목 그대로 외로움을 간절하게 표현했다면, ‘Lonely’ 샘플링은 외로움이라는 감정 자체를 희화화시키는 뉘앙스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바비 빈튼의 트레이드 마크인 음폭 차 큰 팔세토 창법은, 마치 다람쥐가 나무에 오르다 떨어지면서 내는 비명 소리로 둔갑했다. 이는 원작 모독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