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화로 이어진 평등의 가치
이후 경기도 사회적경제 청년창업 프로젝트에서 지원받고 복지 분야의 벤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사업에도 점차 숨통이 트여갔다.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사업장에서 서로 간의 벽이 완전히 사라지기란 쉽지 않은 일. 박경돈 대표는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부대끼고 섞이며 조금씩 그 벽이 희미해져 갔다고 한다. 처음 그가 마음에 품었던 서로가 평등하다는 가치가 일터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하루는 제가 집중을 못 했던 건지 회의 시간에 말을 못 알아들었었어요. 그러니까 청각장애인 한 분이 대표님 귀 안 들리는 거 아니냐고 아주 친근한 분위기에서 농담을 하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이러려고 사업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그 농담이 너무 고마워 두고두고 기억에 남네요. 변화는 종종 바깥이 아닌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진정한 소통이란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를 몸소 깨달았던 청각장애인 동료와의 소통의 경험이 하나씩 모여 플립플라워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밀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꽃다발을 통해서 말이다. 박경돈 대표는 다른 기업에선 볼 수 없는 고객과의 소통이 플립플라워에선 이루어진다며 최근의 일화를 들었다.
최근 할아버지 한 분이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셨어요. 며느리가 임신을 해서 꽃을 선물하고 싶은데, 직접 꽃을 선물하기는 조금 쑥스러우셨다고요. 그러던 중 이런 구독 서비스를 알게 되고 또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에 좋아 구독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후 아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는 피드백까지 해주셨는데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고객과 기업이라는 벽이 사라진 듯했거든요.
청각장애인 딸을 둔 아버지가 찾아와 커피 한 잔을 주며 자신을 격려해주었던 일화부터, 친환경 소재로 꽃다발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고객의 권유에 업계 최초로 생분해 포장지를 사용하게 된 일까지. 고객과의 유대감을 통해 만들어진 서비스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뿐 아니라 착한 기업으로 거듭 성장하게 함을 플립플라워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청년 창업가 박경돈 대표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우선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들이 모여 함께 꽃을 구매할 수 있는 소셜 프랜차이즈를 통해 플라워샵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최종적으로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사업장이 많아지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모습입니다.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함께 경쟁하고 성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경돈 대표의 첫 마음은 점차 밖을 향해 가시화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꽃을 피운 것이다. 청년 창업가의 활짝 핀 미소에서 풋풋한 꽃 향이 번져오는 듯하다. 플립플라워와 함께할 사계절이 더욱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