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에게 당연하고 해외여행을 떠나기는 어려웠던 시기,
우리의 신혼여행도 국내로 정해졌다.
평소 캠핑을 좋아하던 우리 부부는 어떤 신혼여행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반려견 ‘짱가’, ‘까미’와 함께 캠핑카로 7번 국도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글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 ‘애견동반 캠핑카 신혼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 김새론 홍보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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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깐깐한 캠핑카 선택

캠핑카를 선택하는 데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경상도 내에서 픽업이 가능한 차량이어야 했으며, 2종 보통면허를 가진 나도 운전을 할 수 있는 기종이어야 했고, 식탁과 침대 가에 창문이 있어 언제든지 바다를 조망하며 쉴 수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애견동반 가능 여부였다. 다행히 조건에 맞는 업체가 있어 7박 8일 일정에 애견동반 추가금으로 15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캠핑카를 렌트했다. 나의 계획을 들은 친구들은 불편한 캠핑카를 1박에 2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며 굳이 왜 빌리냐는 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봐도 후회가 되지 않는 여행이었다.

7박 8일의 일정을 함께했던 캠핑카

캠핑카 여행은 포항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민폐 캠핑족들로 인해 캠핑카 정박이 금지된 곳이 많았다. 그래서 미리 정박이 가능한 노지를 찾고, 물을 보충을 할 수 있는 유료 정박 장소까지 알아놓았다. 일정은 포항 – 삼척 – 고성 – 강릉 – 밀양 – 거제 순이었다. 마지막 여행은 거제도에 사는 절친 부부와 함께 보내고, 캠핑카를 반납할 것도 생각해 경상남도로 잡았다.

쉽지 않은 애견동반 여행

강아지와 함께 하는 여행인 만큼 제약은 적지 않았다. 애견동반 식당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식사는 대부분 포장해서 캠핑카에서 먹거나, 미리 준비해 간 고기나 식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았다. 또 관광지를 방문하는 코스보다는 바닷가나 인근 공원을 산책하고 멍 때리며 쉬는 날이 많았다. 그래도 관광이나 엑티비티보다는 노견인 강아지와 함께하는 산책이 더 소중했다. 그때만큼은 세상과 단절되어 우리만이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강아지와 함께해 더 즐거웠던 신혼여행

첫 여행지 포항에 도착해 첫째 강아지 짱가의 10여 년간 몰랐던 독특한 취향을 알았는데, 짱가가 모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해변에서 산책할 때마다 짱가는 모래를 먹어서 남편한테 잡혀 나오기 일쑤였다. 흰 몸과 얼굴이 모래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만큼은 함께 신나게 뛰어놀았다. 캠핑카에 금방 적응한 강아지들은 그곳이 며칠간 본인들의 집이라는 걸 인지한 것처럼 남편이나 내가 화장실을 가거나 밖에 나갔다 오면 항상 창밖을 보며 기다렸다. 우리처럼 강아지들이 창밖 너머의 바다를 구경하는 모습을 볼 때면 조금 힘들어도 같이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모래와 바다를 좋아하는 반려견 짱가

눈 뜨면 바다

캠핑카 여행 중 좋았던 또 한 가지는 해가 뜨고 지는 평화로운 바다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침대 쪽에 창문이 있는 캠핑카를 원했던 이유도 푹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눈을 뜨자마자 바다를 보고 싶어서였는데, 다행히 신혼여행 내내 날씨가 화창해 늘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동해 바다의 일몰은 일출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때만큼은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이 말 그대로 그 순간을 살았다.

고성 송지호 해변의 일몰과 신혼여행의 보금자리

짧은 이별

  • 여행 중에도, 여행을 마칠 때도 마냥 해맑은 짱가와 까미에게 다음에도 꼭 다시 캠핑카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다. 그후 많은 추억을 더 만들 수 있었지만, 캠핑카 여행을 다시 떠나지는 못했다. 캠핑카 여행을 하고 2년 후, 짱가는 강아지별로 잠시 여행을 떠났다. 짱가와 함께여서 더 행복했던 우리의 여행은 이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그 추억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앞으로 남편과 까미와 만들어갈 더 많은 추억들에도 짱가가 항상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예정된 이별이지만 내 예상보다는 조금 빨랐던 이별. 그이별이 마냥 슬프지 않은 건 많은 추억이 있고, 여전히 짱가의 웃는 사진을 보면 행복하고 미소가 지어지기 때문인것 같다. 가까이 있는 소중한 누군가와 더 많이 마주보고,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우리가 되길 바라면서 나의 필봉계주를 마친다.

    “짱가야, 다음생에도 꼭 우리 가족으로 태어나서 우리 많이 놀러 다니자”

    다음 필봉계주 주자는
    토건설계부 김바울 과장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