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몇 번이라도 찾아 걷고픈 양림동
핫하기로는 양림동도 ACC 못잖다. 근대로 타임슬립한 듯 모던한 느낌이 다분한 양림동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또 전통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이, 예술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근대 시기 광주’의 얼굴이다. 아니, 근대의 얼굴이면서도, 근대에 머물지 않고 현재를 지속적으로 담아가고 있는 시간의 그릇이다. 오늘 양림동을 걷는다는 건 그래서 그 모든 복합적인 시간과 공간의 층위를 구분 없이 둘러본다는 뜻이다.
테마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근대건축물과 미술관, 펭귄마을, 미디어아트. 대부분 펭귄마을에서 걷기 시작해 한희원 미술관~이장우 가옥~오웬기념각~우일선 선교사 사택~이이남스튜디오~사직공원을 걸어 누비는데, 모든 스폿이 오래 머물며 즐기기에 좋아 하루해가 짧다. 이럴 땐 몇몇 특징적인 곳만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광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도심 속 피크닉 명소로, 정크아크가 인상적인 펭귄마을은 사진 찍기 좋은 골목으로, 100년 남짓한 세월의 이장우 가옥은 넋 놓기 좋은 툇마루로 즐기는 것이 적절하다.
해 질 녘엔 광주의 미디어아트 대표주자인 사직공원도 필수 산책 코스다. 사직공원은 지난해 11월 점등식을 시작한 ‘사직 빛의 숲’이 펼쳐지는 자리로, 밤이 되면 공원 내 산책로 830m 구간 전체가 빛으로 찬란해진다. 반딧불이처럼 날아다니기도 하고 물결처럼 출렁대고 하늘로 발사되기도 하는 빛의 무리들. 그 가운데 G타워(사직공원 전망타워)가 있다. 영화에서 보던 UFO처럼 독특하게 생긴 G타워는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아니 그 이상의 하늘로까지 빛으로 물드는 매혹의 정점이다. 전망대에 서서 밤하늘에 긴 궤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레이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타워 바깥에서 빛 자체가 되는 타워를 감상하는 시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