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통영

아기자기한 볼거리 많은 ‘봄의 길목’
경상남도 통영

경남 통영은 ‘봄마중’을 가기에 좋은 여행지다.
바다내음이 실린 살랑바람과 따사로운 봄햇살은 여행자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
통영의 예쁜 벽화 골목, ‘문향’이 흐르는 문학관, 애틋한 사랑의 배경지, 배를 타고 찾아가는 섬,
그리고 이맘때의 제철 별미인 도다리쑥국 등은 통영으로의 봄나들이를 부추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 송일봉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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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벽화마을’의 원조 격인 동피랑벽화마을

동피랑벽화마을은 통영의 핫플레이스 가운데 하나다. ‘동쪽에 있는 벼랑’이라는 뜻의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파른 산비탈 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일대는 본래 삼도수군통제영에 딸린 누각인 ‘동포루’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동피랑벽화마을은 마을 전체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예쁘게 치장되어 있다. 마치 지중해의 한 마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도 느껴지는 명소로, 재미있는 벽화들을 구경하며 좁은 골목길을 걷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감수성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동화의 한 장면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동피랑벽화마을에 그려진 그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틀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을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조물들이 그림 속 배경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녹이 슨 철문, 담장 옆에 세워 놓은 자전거, 자그마한 창문, 지붕 위의 물탱크 등이 자연스럽게 그림의 일부분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 단장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이 작업에는 통영미술협회 소속 화가들을 포함하여 서른네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벽화 외에도 예술작품 22점과 공공시설물 24점을 동피랑벽화마을 곳곳에 설치했다.
동피랑벽화마을 입구에서 100m쯤 올라간 언덕에는 ‘동백이 플레이스’가 있다. 통영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동백이’가 있는 곳이다. 동백이 인형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동피랑벽화마을에 대한 안내도와 자료들도 얻을 수 있다. ‘동백이’가 태어난 날은 2017년 3월 3일이다.
동피랑벽화마을은 앞으로 상당 기간 그 명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데 다소 힘이 들긴 하지만, 일부러라도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명소다. 근처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어시장인 중앙시장을 비롯해서 충무김밥 거리, 남망산 조각공원 등이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동피랑벽화마을에서는 통영 시가지와 함께 통영 앞바다, 강구안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동피랑벽화마을의 경치 좋은 곳에는 자그마한 찻집도 있다. 잠깐이지만 향긋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려볼 수 있는 장소다. 차 맛은 둘째치더라도 벽화들을 구경하느라 지친 다리를 잠깐 쉬게 하기에는 이처럼 좋은 방법도 없다.

  • 동피랑벽화마을의 입구 (경남 통영시 동피랑1길 6-18)

  • 동피랑벽화마을 꼭대기에 있는 동포루

  • 동피랑벽화마을의 담장에 그려져 있는 벽화

  • 청정해역인 통영 앞바다

  • 통영의 봄철 별미 가운데 하나인 '도다리쑥꾹'

  • 통영 앞바다의 일출

통영을 대표하는 문학기행 명소, 박경리기념관

온화한 환경 때문인지 통영에서는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이 활동했다. 유치환, 유치진, 김춘수, 윤이상, 전혁림 등이 대표적이다. 천재화가 이중섭은 한국전쟁 당시 이곳으로 피난을 와서 잠시 머물기도 했다. 시인 정지용은 통영을 여행하고 나서 쓴 기행문에 “통영과 한산도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고 적기도 했다.
소설가 박경리(본명 박금이)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55년 단편소설 〈계산〉으로 등단했다. 당시 추천작가는 〈등신불〉을 쓴 김동리였다. ‘박경리’라는 필명도 김동리 선생이 지어줬다. 박경리의 주요 작품으로는 대하소설인 〈토지〉를 비롯해서 〈김약국의 딸들〉, 〈파시〉, 〈나비와 엉겅퀴〉, 〈노을진 들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표작으로는 단연 〈토지〉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1969년에 처음 쓰기 시작해 1995년에 탈고한 〈토지〉는 1897년 한가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우리나라의 농촌을 비롯해서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부산, 진주 등에서 펼쳐지는 최씨 집안의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0년 5월 문을 연 박경리기념관에는 〈토지〉의 원본, 육필원고 등과 함께 〈김약국의 딸들〉 배경지인 통영의 옛 모습이 축소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야외의 잔디광장에는 박경리의 동상이 있고 그 아래에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는 박경리의 유고시집에 실려 있는 ‘옛날의 그 집’ 마지막 문장임과 동시에 유고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2011년 경상남도 건축대상을 받은 박경리기념관 뒤편에는 박경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원에는 박경리 묘소, 시비, 문장비, 산책로 등이 있다. 시비 가운데는 박경리가 노년에 쓴 ‘옛날의 그 집’도 있다.
생전의 박경리는 글을 쓰는 시간 외에는 바느질을 즐겨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행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고시집에 들어 있는 ‘바느질’과 ‘여행’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여행’이라는 제목의 시는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라고 시작했을 정도다. 이처럼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박경리는 지난 2008년에 먼 여행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곳으로 길을 떠났다.

  • 박경리기념관 전경과 잔디광장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중앙로 173)

  • 박경리공원에 피어있는 화사한 봄꽃들

  • 박경리공원에 있는 시비 가운데 하나

‘애틋한 사랑’의 배경지, 충렬사

통영시 명정동에 있는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인 장군을 추모하는 사당이다. 조선 선조 때인 1606년에 제7대 삼도수군통제사 이운룡이 세웠다. 현재 충렬사 경내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을 비롯해서 홍살문, 정문, 외삼문, 중문, 내삼문 등 모두 다섯 개의 문과 유물전시관이 있다. 유물전시관에는 중국 명나라의 신종 황제(1563~1620년 재위)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게 선물한 팔사품이 전시되어 있다. 팔사품은 손잡이가 달린 도장인 도독인 1점을 비롯해서 나무로 만든 호두령패 2점, 의전용 도검인 귀도 2자루, 장도(長刀)인 참도 2자루, ‘독전(督戰)’이라는 글씨가 쓰인 독전기 2폭, 명령을 전할 때 쓰는 홍소령기 2폭과 남소령기 2폭, 구리로 만든 나팔인 곡나팔 2점 등 모두 8종 15점이다.
충렬사 경내에서는 수령 300년 정도로 추정되는 동백나무 네 그루도 찾아볼 수 있다. 충렬사 정문과 강한루 사이에 있는 이 동백나무들은 박경리의 소설인 〈김약국의 딸들〉에도 등장하는 명물이다. 박경리는 〈김약국의 딸들〉에서 “충렬사에 이르는 양켠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라고 충렬사 동백나무와 명정골 우물에 대해 언급했다
충렬사로 오르는 계단은 ‘소월의 후계자’로 불리던 시인 백석(1912~1995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젊은 시절 백석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통영을 찾았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열여덟 살의 통영아가씨 ‘란’이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날 이후로 백석은 ‘란’이를 보기 위해서 여러 차례 통영을 찾았으나 ‘란’이를 만날 수는 없었다. 집안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낙심한 백석은 낮술을 마신 채로 충렬사 계단에 앉아 즉흥시를 썼다. 그 시의 제목이 ‘통영 2’이다. 현재 충렬사 맞은편 자그마한 공간에 ‘통영 2’가 새겨진 ‘백석 시비’가 세워져 있다. 백석 시비 근처에는 동네 이름인 ‘명정동’의 유래가 된 ‘명정골 우물’이 있다. 두 개의 우물 가운데 하나인 ‘일정(日井)’은 충렬사, ‘월정(月井)’은 인근 마을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우물은 사용하지 않지만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사당인 충렬사 (경남 통영시 여황로 251 (명정동))

  • 충렬사 동백나무

  • 이른 봄의 충렬사 풍경

  • 충렬사 유물전시관에 있는 팔사품(참도)

  • 충렬사 맞은편에 세워져 있는 '백석 시비'

  • '백석 시비' 근처에 있는 '명정골 우물'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연주회가 열린 섬, 사량도

지난 2013년 6월, 통영 사량도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 연주회를 통해 사량도는 큰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백건우 씨와 윤정희 씨 부부는 사량도에서 3박 4일 동안 머물면서 연주회를 준비했고 틈틈이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음식을 함께 나누었다. 이 같은 소소한 일상은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서 TV를 본 사람들이 하나둘 사량도를 찾기 시작했다.
통영 가오치항에서 배를 타고 40분쯤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량도는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으로 나뉘어져 있다. 윗섬과 아랫섬 사이에는 ‘동강’이라고 불리는 해협이 흐르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뱀을 닮았다”고 해서 ‘사량도(蛇梁島)’라는 섬 이름이 탄생했다. 현재 사량도의 윗섬과 아랫섬 사이에는 길이 533m의 사량대교가 놓여 있다. 사량도 주민들의 오랜 꿈이었던 사량대교는 지난 2015년에 개통되었다.
사량도를 찾아온 사람들 대부분은 금평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을버스를 타고 돈지선착장으로 향한다. 사량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사량도 지리산 암릉 종주코스’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사량도 지리산의 예전 이름은 ‘지리망산’이었다. ‘날씨가 맑은 날 산꼭대기에서 지리산이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사량도 지리산’ 또는 ‘통영 지리산’으로 불리고 있다.
사량도 지리산의 산행코스는 암릉 구간과 평탄한 능선길, 철제계단, 출렁다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초행이거나 암릉 등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경험자의 안내를 받아야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비록 등산로가 험하긴 해도 곳곳에 앉아서 쉴만한 공간이 있고, 산행 내내 멋진 바다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다. 해무가 짙게 낀 날에는 ‘통영팔경’ 가운데 하나인 옥녀봉 근처에서 환상적인 절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돈지선착장을 출발해서 사량도 지리산(해발 397.8m), 월암봉, 가마봉, 옥녀봉 등을 거쳐 금평항까지 이어지는 종주코스의 전체 길이는 약 7㎞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사량도 지리산 암릉 종주코스를 걸으려면 충분한 양의 마실 물과 간식, 장갑, 방풍용 재킷 등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 사량도의 관문인 가오치항의 여명

  • 사량도 지리산 안내판 (경남 통영시 사량면)

  • 사량도 지리산 능선길에서 바라본 농가도와 수우도

  • 사량도 지리산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옥녀봉 출렁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