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토크

K-푸드,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다
냉동 김밥으로 전하는 진짜 한국의 맛

영화, 드라마, 음악에 이르기까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인기를 확인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K-제품을 고르라면 단연 ‘냉동 김밥’ 아닐까.
미국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며 2주만에 전 물량이 완판되는 기염을 토한
냉동 김밥의 주인공, 올곧의 이호진 대표를 만났다.

📝 권다인  📷 박재우  💾 ㈜올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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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주, 230톤 완판의 냉동 김밥

최근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파는 김밥”에 대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며 주목 받았다. 그 화제의 김밥을 탄생시킨 기업은 2019년 문을 연 신생 기업 ‘올곧’. 주력 품목인 냉동 김밥에 대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올곧의 이호진 대표가 김밥이라는 음식에 처음 주목하게 된 데에는 회사원이던 당시 그의 ‘야근’이 있었다. 야근 중 전자레인지에 돌려 식감과 맛이 떨어진 김밥을 먹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

그때 떠올린 것이 바로 참치를 급속 냉동하는 기술이었습니다. 김밥을 들고 주변 냉동창고를 돌아다니며 김밥을 급속 냉동해달라고 부탁했어요.(웃음) 그렇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맛을 내는 온도와 시간을 찾아낸 거죠.

잘 얼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잘 녹이는 방법도 고민하면서 올곧만의 김밥 용기가 개발되었다. 전자레인지에서 해동할 때 김밥 속까지 열이 고루 전달되도록 3단으로 분리했고 하단에 수분층을 두어 터지거나 눅눅해지는 것을 예방했다. 이처럼 그의 열과 성이 고스란히 담긴 김밥이지만, 국내 첫 출시 당시에는 4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에 그쳤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트에서 김밥을 사 먹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거죠. 해외를 공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일산 킨택스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 참여하던 중 김밥에 관심을 가진 해외 바이어를 만난 겁니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호진 대표는 다시금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으로는 육류의 수출이 불가능하기에 고기를 대체할 재료를 찾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재료, 그들이 좋아하는 식감 등을 찾아가는 데에만 1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식회도 거치기를 여러 번, 그렇게 ‘유부우엉김밥’이 탄생했다. 미국으로 보내진 초기 물량 230톤의 유부우엉김밥은 단 2주 만에 모두 판매되었다. 이어 국내 마트에서 출시한 제품도 5일 만에 5만 개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저희 제품이 단순히 SNS에서 인기를 끌며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몇 년 간의 철저한 개발과 준비가 없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성과였을 겁니다.

한식의 개념을 잃지 않아야

지난해 올곧의 매출은 2022년 대비 11배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중 90% 이상이 해외 매출이다. 현재 하루 동안 8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올 연말까지 1일 88만 개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자 시설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직원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웃을 정도로 쉼 없는 나날이다. 올곧의 놀라운 흥행이 알려지면서 식품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냉동 김밥 제품이 속속 출시되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호진 대표는 “제가 사업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 제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희가 가진 급속 냉동 기술은 쉽게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맛을 유지하고 최대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또 무엇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 겁니다. 위생과 함께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한 김밥이요.

올곧은 이제 중국과 일본, 멕시코 등 더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 ‘김밥’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타 국가의 식재료가 필요할지도, 조금 다른 맛의 김밥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우리의 맛’이라는 사실을 이호진 대표는 잘 알고 있다.

시장의 니즈에 맞춘 변화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한식의 개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식의 맛을 잘 지키고 그 가치를 전파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각 재료가 모여 한 입에 씹혀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김밥’의 맛처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에도 여러 가지 맛이 필요하다. 개발, 생산, 마케팅,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맛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어야 글로벌 시장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를 꼽자면, 제품의 진정한 가치 아닐까. 김밥을 ‘코리안 스시’라고 부르는 외국인들에게 ‘김밥’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진심, 올곧의 글로벌 경쟁력은 그 마음으로부터 싹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