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칼럼

2024년 국내 가스 수요 전망

최근 발간된 〈KEEI 2024년 에너지수요 전망〉(2023 하반기호, 2023.12)에 따르면
국내 천연가스의 수요는 2023년 전년 대비 3.8% 감소에서
2024년 5.4% 증가로 전환될 전망이다. 부문별로는 발전용과 산업용, 건물용 모두에서
가스(도시+천연) 수요가 감소에서 증가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에서는 용도별로 어떤 요인에 의해 2024년 가스 수요가 반등할 것인지 살펴본다.
다만, 원고는 전망 작업이 모두 이뤄진 2023년 7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수급전망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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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용 가스, 전기 소비 회복과 함께 빠른 반등 예상

국내외 경기 둔화 등으로 2023년 전기 소비가 전년 수준에서 유지되며 가스 발전과 발전용 가스 수요는 전년 대비 1%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가스 발전은 전기 수요와 기저 발전량에 따라 발전량이 정해져 왔다. 전기 수요로 필요 발전량이 정해지면 석탄과 원자력과 같은 기저 발전량으로 먼저 채우고 나머지 모자라는 양을 가스 발전이 담당하는 구조였다. 이 경우 신규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면 전기 소비와는 관계없이 전체 기저 발전량은 늘고 상대적으로 가스 발전이 담당하는 몫은 감소하였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저 발전 설비 및 발전량이 가스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는 송전선로 부족 때문이었다. 석탄, 원자력, 신재생은 비수도권에서 발전해 전기 소비가 많은 수도권으로 송전되는데, 수도권 송전선로가 부족한 가운데 신규 원자력, 석탄 및 신재생 발전 설비는 지속해서 증가하며 발전량이 최대 송전량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송전량에 한계가 생기면서 기저 발전 중 발전비가 가장 비싼 석탄 발전량이 제한되었다. 만약 송전선로가 충분했다면 석탄 발전이 제한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2023년 가스 발전과 발전용 가스는 훨씬 큰 폭으로 급감했을 것이다.
2024년에는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며1) 전기 소비도 증가(1.7%)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늘어난 전력 소비의 대부분을 가스 발전이 담당하며 발전용 가스 수요가 전기 수요 대비 빠르게 증가(4.6%)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석탄(삼척화력2호기)과 원자력(신한울2호기, 새울3호기)의 신규 진입, 신재생 설비의 빠른 증가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기저(신재생+원자력+석탄) 발전량은 송전선로 문제로 전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년 대비 늘어난 전기 수요는 대부분 가스 발전으로 충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수도권 송전선로 부족에 따른 문제는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수도권-동해안 송전선로가 준공되는 2026년부터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하락해왔던 가스 발전 설비 이용률도 2024년에는 전년 대비 상승해 4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가스, 자가발전용을 중심으로 증가할 전망

경제성장률이 일부 회복하면서 산업용 가스 수요도 2023년 감소(-1.5%)에서 2024년에는 전년 대비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가스 다소비 업종2)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 요인을 살펴보면, 먼저 석유화학에서의 가스 수요는 2023년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이나, 2024년에는 하반기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업황이 개선되며 가스 수요도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에서는 업황보다는 LNG 자가발전 증가로 가스 수요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경기는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둔화해왔으며, 올해도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회복세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류에서는 2023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신규 자가발전소도 올해 추가 가동되며 가스 수요 증가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이천 LNG열병합 발전소를 통해 자가발전을 해오고 있는데, 2024년 하반기에는 청주 LNG열병합 발전소가 추가되며 가스 소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철강, 기계류, 비철금속에서의 천연가스 소비는 대부분 자가발전용인데, 자가발전량은 대체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과 역의 관계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민간사업자들이 LNG를 직도입해 자가발전을 할 유인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편, 도시가스 소비는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류를 제외하곤 올해도 대부분 업종에서 크게 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의 부진은 2024년에도 크게 개선되기 힘들어 보이고, 석유화학 업황도 상반기까지는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 내 도시가스 비중은 하락하고 천연가스의 비중은 상승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산업용 가스 수요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은 2022년 22.4%에서 2023년 27%대, 2024년 30% 내외로 3년 연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용 가스, 요금 인상 효과와 기온 효과 등으로 반등 전망

2022년까지 건물용 도시가스 소비는 가격보다는 주로 기온에 따라 변해왔다. 이는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변하는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과 달리,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민생안정 등을 이유로 2022년 3월까지 동결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2022년 4월부터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2023년부터는 가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물용 도시가스 소비가 겨울철에 집중됨을 감안하면, 2022년에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효과가 거의 없었고, 실질적으로 2023년 1월부터 가격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요금 인상 효과에 더해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의 영향으로 2023년 건물용 도시가스 수요는 전년 대비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24년에는 요금 인상 효과가 전년 대비로는 완화되고 10년 평균 기온을 가정 시 난방도일도 증가(2.1%)하는 등의 영향으로 건물용 도시가스 수요가 전년 대비 3%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중국경제 회복 속도 등으로 불확실성은 크지만, 한국은행(“경제전망보고서”, 2023.11)은 2023년 하반기 이후 IT경기가 반등하며 2024년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0.7%p 상승한 2.1%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 2022년기준 산업 전체의 가스 소비에서의 업종별 비중은 석유화학(22.4%), 철강(18.2%), 기계류(14.5%)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