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나의 추억 한 소절과 맛집이 있는
대한민국 이곳저곳에 머물며

나는 지금 대구혁신도시에 살고 있다. 대구는 입사하며 처음 와본 지역이다.
친구도 없고 낯선 이곳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동료들의 도움과 더불어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대구에 친숙해질 시간을 가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유로 이 지역 저 지역을 오가는 동안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은 나의 취미이자
그 지역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이번 글을 통해 내가 살아온 도시에 얽힌 짤막한 생각들과 함께
그 지역에 위치한 나만의 맛집을 적어보고자 한다.

📝 에너지국민동행실 이태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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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식처, 청주

  • 내 고향은 청주다. 정말 살기 좋은 도시지만, 특색이라 할 것은 없는 곳이다. 나는 어릴 적 조부모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동네에 몇 없는 또래들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뒷산을 올라가 아지트를 만들고, 풀숲에서 곤충채집을 하며 노는 그야 말로 시골 아이의 삶을 보냈다. 그런 추억의 장소여서 인지 다 큰 지금에 와서도 정겨운 우리 동네를 찾아갈 때마다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친 일상과 마음을 마냥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덮어주는 청주는 나에게 안식처이다.

    특별한 관광지가 딱히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인 청주이지만, 숨어 있는 맛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식당은 고향 근처에 위치한 고깃집인 ‘탑연골’이다. 허름한 입간판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20년 전쯤 영업을 그만둔 곳이라 착각할 것만 같은 모양새다. 메뉴는 단 하나, 갈매기살 구이다. 할머니 혼자서 운영하시는데, 깔끔히 손질된 갈매기살은 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이다. 된장찌개는 구수한 집 된장에 달래가 들어가 우리가 알던 고깃집 찌개보다 두 수 위의 맛을 보여준다. 또 다른 매력은 식당의 비닐 지붕이다. 비가 올 때 가면 투둑투둑 빗소리와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주변인이 청주에 놀러 오면 이 식당을 소개해주곤 한다.

  • 이미지 출처 : 카카오맵(@굶지마)
    주소: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탑연길 3-6

  • 청춘을 함께한 서울

  • 이미지 출처 : 카카오맵(@wrwfq)
    주소: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274-1

  • 서울의 한 대학교에 다니던 나는 청량리역과 회기역 그 사이 즈음에서 자취를 했다. 학기 중 과제나 시험 등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도 시험이 끝나거나 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모여 술을 한잔 기울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대학교는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지내는 곳이어서 그런지 서로 이야기도 잘 통하고, 기쁠 땐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도 캠퍼스나 자취방 근처 동네에 가면 친구들이 떠오른다. 여기저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자주 보진 못하지만, 종종 시간을 맞춰 만나 대학시절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청량리역에서 회기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뼈구이를 파는 노포 ‘서울뼈구이매운족발’이 위치한다. 처음 뼈구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생소하기 그지 없었다. 말 그대로 돼지 등뼈를 구워서 매콤한 양념을 발라 나오는 음식이다. 매콤한 양념과 함께 훅 들어오는 불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려 준다. 시원한 주류와 함께 한다면 이만한 안줏거리도 찾기 힘들다. 함께 나오는 계란찜은 매운 입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맛도 정말 좋아서 항상 추가해서 먹는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이 곳을 갔을 때만 해도 우리 학교 학생들 중 몇 명만 아는 숨은 맛집이었는데, 이제는 입소문을 타서 웨이팅이 있다. 나만 알던 식당을 편하게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사람이 이 맛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니 공익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설레는 도시, 대구

  • 한국가스공사에 입사하고 첫 발령지인 대구에 오게 된 나는 대구 1호선 끝자락에 위치한 안심역 근처에서 자취 생활을 했다. 일평생 와본 적이 없는 대구에 덜컥 혼자 내려오게 되니,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지낼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은 좋은 동기들과 선후배님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해 지내고 있다. 취업을 최종 목표로 삼아 열심히 공부했는데, 취업은 끝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첫 발이었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나의 업무뿐만 아니라 저축, 투자, 자기계발, 인간관계, 건강관리 등 신경 쓸게 정말 많지만,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잘 헤쳐나가는 중이다. 사회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대구는 나에게 늘 설레는 도시이다.

    처음 대구에 온 건 1월이었다. 겨울의 추위로 덜덜 떨던 때에, 부장님께서 처음 사주신 음식은 칼국수였다. 안심역과 각산역 사이 즈음에 위치한 ‘불로해물칼국수’는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나의 No.1 칼국숫집이다. 여러 메뉴가 있지만, 수십 번을 오면서도 항상 같은 음식만 먹었다. 칼국수와 해물파전. 이 구성이면 가성비를 챙기며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파전은 싱싱한 쪽파와 새우, 오징어가 들어가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처음에는 고소한 기름의 맛이 나고 그 다음엔 해산물의 맛, 마지막으로 향긋한 파 향이 느껴진다. 허기를 살짝 달랠 무렵 나오는 칼국수는 걸쭉한 국물이 일품인데, 파전으로 미끈미끈해진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이 식당에 오면 처음 대구에 와서 쓸쓸했던 마음을 따뜻한 칼국수로 달래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구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찾아갈 생각이다.

  • 자료 사진입니다.
    주소: 대구 동구 반야월로 368

다음 여정은?

여기까지 내가 살아온 몇 지역에 얽혀 있는 추억, 생각들과 그 지역의 맛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어디를 가더라도 가족, 친구, 동료들이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맛잡이’가 된 지금은 새로운 지역이 두려운 곳보다도 흥미진진한 세계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새롭게 찾아갈 곳에서의 여정과 맛집들이 기대된다.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며, 나의 추억리스트와 맛집리스트를 알차게 채워갈 것이다.

다음호 필봉계주를 이을 주인공은
유라시아사업부 이창훈 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