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칼럼

탄소중립시대에도
중요한 천연가스의 역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탄소중립시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자.

📝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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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필요한 탄소중립

지구의 기후 온난화 현상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내에서 막아보려는 전 세계적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합심하여 다양한 에너지 전환과 탄소감축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대표적인 탄소중립 정책으로는 신재생에너지 활용, 에너지 전력화, 탄소 포집 및 저장 활용(CCUS) 기술, 수소에너지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 또한 2050년까지 현재 20% 수준인 에너지의 전력화 비율을 2배 이상인 45%로 늘리고, 현재 에너지원의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36%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050년까지 남은 약 30년간 어떻게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전력 생산의 35%를 석탄이, 27%를 LNG가 담당하는 우리의 에너지원 공급 현실을 고려하면 특단의 조치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 탄소중립의 한 축인 수소에너지도 현재는 94% 이상을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있다.
모든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실천 의지와 함께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와 시스템의 마련과 함께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이 요구된다. 전 세계는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기 위해 탄소를 방출하는 곳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반대로 탄소를 제거하는 곳에 정책적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결국 미래 에너지의 핵심은 ‘탄소 방출도 없고 전기 에너지도 저장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이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고민이 필요

전 세계 탄소중립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2100년이 되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최근 발표된 한 자료는 2050년에도 전 세계 석유가스 소비량이 2010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보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회사이자 탄소중립에 가장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석유회사, 엑슨모빌이 발표한 내용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로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지하 대수층이나 생산을 끝낸 폐유가스전에 저장하는 경우 톤당 85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실행 중이다. 이산화탄소를 석유 회수 증진에 활용하여 유가스전에 주입하여 격리시키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현실적으로 산유국이 탄소중립 시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중국과 인도, 미국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특히 인구가 많고 국가 경제 규모가 확장 기로에 놓인 중국과 인도의 탄소방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국가 에너지 안보를 고려한, 조금 더 현실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 75억 인구 중 80%를 차지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북미의 25% 수준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미래의 세계 에너지 수요 예측에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국내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전력화 비율은 겨우 20%로, 나머지 80%에 해당되는 에너지원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에너지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폭넓고 더 많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에너지원이 충분하게 확보되어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즉, 해외에서의 에너지원 개발과 생산, 도입, 저장, 활용 문제 등을 연계하여 추진하고 다루는 것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고 중요하다.

청정수소기술의 중심, 천연가스

많은 에너지 생산 회사들이 현실적인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과 수소 생산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리고 탄화수소 기반의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를 연계하는 청정수소기술이 그 핵심이라 여기고 있으며, 그 중심에 있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일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주입하여 저장∙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분야와의 연계는 당연하다. 특히, 가스전은 개발 생산 시 최종 회수율이 높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하기 용이하다. 이는 가스 생산을 끝낸 한국의 동해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지로 활용하고자 추진 중인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탄소중립 정책이 시간표대로 제대로 수행되더라도 석유가스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특히, 천연가스는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핵심 역할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시대이지만, 천연가스와 수소, CS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된다면, 에너지 신산업화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