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역사가 깃든 경상도의 중심 ‘대구’
조선은 8도에 감영(오늘날의 도청)을 설치하고 행정·사법·군사를 관리하는 관찰사를 임명했다. 경상감영은 경주에 처음 설치된 이후 상주, 칠곡, 달성, 안동을 거쳐 마지막으로 대구에 자리를 잡았다. 대구가 경상도 전체를 다스리기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경상감영 주변은 독립운동과 수탈이 공존했고, 해방 이후엔 황금상권으로 손꼽혔다. 현재 경상감영 터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공원으로 활용 중이다. 경상감영 공원에는 하마비를 비롯해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선화당, 관찰사의 숙소 징청각, 통일의 종 등이 어우러져 있다.
통일의 종 돌다리를 건너면 한해에 10만 명 이상이 찾는다는 대구근대역사관을 마주한다.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문을 연 이 건물은 1954년부터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으로 이용되다 2011년 역사관으로 개관했다. 1929년 7월 대구에서 처음 운행한 부영버스 영상체험실을 비롯해 다양한 근대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구역 근처 향촌동은 원래 경상감영의 화약고가 있던 자리였다. 대구역이 들어서고 대구읍성이 헐리면서 조금씩 상권이 형성되더니 해방 이후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다방, 음악실, 양복점, 금은방, 은행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1970년대까지 대구의 중심, 이른바 ‘시내’로 불리기 시작했다. 옛 향촌동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향촌동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향촌문화관을 찾아보자. 1912년 선남은행으로 문을 연 이곳은 시대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에 향촌동과 공구거리, 대구역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특히 도깨비시장, 양키시장 등으로 불리던 교동시장과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였던 다방, 음악감상실, 주점 등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만하면 대구의 역사를 한눈에 꿴 셈이다.
경상감영공원에서 중앙로역 2번 출구로 나서면 동성로 28 아트스퀘어 광장이 닿는다. 동성로라 불리는 이 거리는 과거 향토백화점의 자존심이자 랜드마크였던 대구백화점 본점과 중앙파출소, 대구역 사거리로 이어진 대구에서 가장 변화한 곳이다. 동성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구읍성의 동쪽 성벽을 허물고 낸 0.92km의 길을 말한다. 동성로는 낮보다 밤이 화려하다. 패션의 도시답게 감각적인 쇼핑몰과 맛집, 카페 등이 밀집되어 있어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가운데 밤하늘을 화려하게 밝힌 대관람차가 눈에 띈다. 어둠이 내려앉은 동성로에 그윽한 커피 향이 바람을 타고 흘러나와 겨울마저 따뜻하게 껴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