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류는 어떻게 철을 얻었을까?
인류가 어떻게 철을 얻었는지 알아두면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대장간 장면을 이해할 수 있고, 혹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강대한 문명을 일으키는데 일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철은 상당히 흔한 금속이지만 산소와의 반응성이 커서 산화된 형태로 존재한다. 순수한 철은 녹는점이 무려 1,500℃가 넘지만, 순수한 철을 녹여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거의 제철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 가지 특성을 기억하면 편리하다. 첫째, 철광석에는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으며, 불순물의 산화물은 순수한 철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녹는다. 둘째, 철에 탄소가 포함되면 철의 녹는점이 내려간다. 셋째, 탄소 함량이 적은 순철은 무르고 강도가 약하며, 탄소 함량이 올라가면 단단해지지만 탄소 함량이 너무 높아지면 유연함이 없어져 잘 깨지게 된다.
철 원자들 사이에 탄소 원자가 들어가는 침탄 개념이 특이하다. 탄소 함량이 높은 철의 경우 단단하지만 잘 깨진다는 것도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유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유연한 플라스틱보다 강하고 단단한 유리가 더 잘 깨진다. 탄소 함량이 지나치게 적으면 너무 무른 순철, 지나치게 높으면 가공은 용이하지만 잘 깨지는 주철이 된다. 인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적절한 탄소를 철에 공급해야 했고,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철광석 ⓒDesigned by Freepik
우주에서 날아든 운석을 통해 발견된 극소량의 철기를 제외하면, 인류가 처음 제련에 성공한 것은 아마도 청동기를 제련하는 과정의 부산물이었을 것이다. 철광석을 숯/목탄과 함께 가마에 넣고 풀무질을 통해 공기를 강하게 공급해주면 가마 안 온도가 1,000℃ 정도로 올라간다. 순수한 철을 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저 온도에서는 숯이 산소와 반응하여 일산화탄소가 생기고, 이 일산화탄소가 철광석 내의 산화철과 불순물을 태운다. 그 결과 산화철이 일산화탄소와 반응하여 순수한 철은 그물 모양으로 남고, 불순물이 산화된 슬러지는 녹아서 그물 모양의 철 구조물 사이사이에 고여 있다가 분리된다.
이 직접환원법에서는 철 원소는 녹지 않고, 산소와 결합된 형태였다가 산소가 빠져나가고 순수한 철이 그대로 마치 그물 같은 기둥처럼 남는다. 이를 스펀지와 같다 해서 ‘해면철’이라 한다. 탄소 함량이 극도로 적어 녹는점이 매우 높고, 유연하고, 사이사이에는 불순물이 박혀 있는 형태이다.
이제 이 유연하지만 불순물이 사이사이에 덩어리로 끼어 있는, 품질이 균일하지 못한 철을 가공해서 쓸모 있게 만들 차례이다. ‘해면철’을 가열하고 망치로 두드려 편다. 두드리는 과정에서 철 사이의 빈 공간이 메워지고 구멍 숭숭하던 철 조직은 치밀해진다. 많이 두드려서 넓고 얇게 펴지면 접어 뭉쳐 계속 두드린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들이 압출되고, 불균일한 철 결정도 어느 정도 균일해지며,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불순물들도 (뭉쳐있지만) 철 내에 퍼지게 된다. 그러나 탄소 원자가 철 원자들 사이에 균일하게 분포될 수 있는 온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순수한 철들이 뭉쳐있어 여전히 강도가 떨어지는 연철 상태이다.
이제 철 원자들 사이에 탄소를 넣어주는 침탄 과정이 필요하다. 빨갛게 달아오른 철을 숯에 뒤적뒤적한 뒤 다시 두드린다. 이런 경우 철 표면에 탄소가 침투되는데, 그 양이 미세하고 표면에만 침투하므로 반복 작업이 필요하다. 드라마, 영화 등에서 대장장이가 숯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철제 칼을 꺼내서 망치로 두드리는 작업이 바로 이 작업이다.
또한 달아오른 철 조각이 천천히 식으면 다시 일종의 결정을 형성하면서 경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물에 담가 급격하게 식히는 ‘담금질’을 한다. 천천히 식으며 결정 구조가 안정한 형태로 변하기 전, 그대로 식혀버리는 것이다. 물속에서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면이 바로 담금질이다.
고된 작업을 반복하여 적절한 탄소 함량을 지닌 철이 되면 이를 ‘강’이라 한다. 흔히 ‘강철’이라고 부른다. 철은 iron, 강은 steel로 아예 단어 자체가 다르다. 그만큼 과거부터 본질적으로 다르게 여겼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의 인류가 철 원자 사이에 탄소를 집어넣거나 빼는 침탄/탈탄 과정을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가열하고 두드리고 급랭시키는 방식으로 강도를 올리는 것도 어디까지나 경험적으로 얻어진 것이고, 특히 연단의 과정, 즉 인간의 노력이 강한 재료를 만들어낸다는 철학적 내용과도 닿아 더 쉽게 개발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