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투데이

난... ㄱㅏ끔... 인터넷 밈을 쓴ㄷㅏ...★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인터넷 밈

'꽁냥이 챌린지', '탕후루 챌린지', '황정민의 밤양갱' 등 언제부턴가 인터넷 밈(Meme)이 놀이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짤막한 영상과 사진 하나가 소통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풍자와 해학의 방식으로 언어를 대체한다.
이러한 인터넷 밈은 어떻게 시작되어 왜 유행하게 된 걸까?
우리 시대의 어떤 면을 드러내고 있을까?
폭발적인 창조력이 분출되는 창구이자 예술로서 인터넷 밈의 긍정적인 미래를 모색해 봤다.

📝 김경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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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문화에서 대중문화로 확장된 한국 인터넷 밈의 역사

최근 방송인 재재의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인터넷 밈 크리에이터 제프프가 출연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황정민이 부르는 밤양갱 영상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정작 황정민은 밤양갱을 부른 적이 없다. 그럼 A.I로 부르는 영상을 업로드한 것일까? 아니다. 제프프는 황정민이 출연한 모든 영화와 드라마, 영상을 보고 그 일부를 음절 단위로 자른 다음 음절마다 음정을 조정했다. 그다음 밤양갱 악보에 맞도록 짜깁기했다. 이러한 작업은 흔히 인터넷 밈 세계에서 인간 악기, 음MAD 등으로 불린다. 그야말로 엄청난 노동력이 드는 작업이다.
인터넷 밈은 하위문화에서 시작됐다. 하위문화는 주류 문화가 유통되는 전체 문화의 일부로, 전체 문화 속에서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 작은 문화를 일컫는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문화가 막 생기던 시점만 하더라도 인터넷 밈은 디씨인사이드나 오늘의 유머, 웃긴 대학 등 색깔이 강한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에서만 유통됐다. 그들은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자생적인 문화를 만들고자 대중문화를 빌렸다. 이를 흔히 ‘전유(專有)’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인터넷 밈, ‘싱하형’만 봐도 알 수 있다. 싱하형은 영화 〈용쟁호투〉(1973)에서 이소룡이 원수를 죽인 뒤 울부짖는 순간을 정지해 가져다가 쓴 밈이다.

인터넷 밈은 대부분 기성 콘텐츠를 재가공해 탄생한다. 필름이나 비디오 등 아날로그 매체를 쓰던 시대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엔 비디오나 필름의 극히 일부만 잘라 복제 가능한 파일로 저장하는 일이 힘들었다. 인터넷 환경에선 이것이 가능했기에 네티즌은 기성 콘텐츠의 일부를 잘라다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로 쓰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 환경에서는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때만큼 감정이 드러나지 않기에 그 한계를 인터넷 밈으로 보완했다. 점차 인터넷 속도가 빨라져 파일 전송 속도가 빨라지자 인터넷 밈은 이모티콘에 버금가는 감정 표현 수단이 되었다. 이를 ‘합성 소스’라고 부른다.
네티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합성 소스를 재료로 온갖 엉뚱한 놀이를 전개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놀이규칙이 생겼다. 이러한 규칙을 ‘기출변형’이라 한다. 그 규칙을 지키는 한에서 진행되는 놀이가 인터넷 밈이다. 그 핵심에는 공감 능력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밈 중 하나인 ‘커플 고양이’ 밈을 사례로 들어보자. 이 밈은 여러 표정을 가진 고양이와 거기에 덧입혀진 자막을 빌려 커플 간에 생길 수 있는 온갖 상황을 드러낸다. ‘데이트할 때 커플 특징’ 같은 상황을 정한 후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의 감정을 고양이로 대신해 드러낸다. 커플들은 이에 공감해 서로를 태그한다. 하이라이트는 댓글이다. 솔로인 네티즌이 자학 개그를 댓글로 다는 등 누구나 이 인터넷 밈을 통해 놀이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법의 경계선에 놓인 놀이 문화

하지만 인터넷 밈이 재밌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누구든 합성 소스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밈은 초상권과 저작권이라는 한계에 부딪힌다. 가수 문희준의 경우 인터넷 밈으로 가공된 악플에 시달렸다. 그는 최정상급 아이돌이었던 H.O.T에서 탈퇴한 후 록커로 전향해 앨범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안티팬이 생겼다. 안티팬은 그를 공격하기 위해서 온갖 가짜뉴스와 루머를 생산했다. 그 가운데 악플러들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작전은 인터넷 밈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이었다.
저작권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드라마 〈야인시대〉의 인터넷 밈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밈인데도 저작권 문제로 한꺼번에 삭제된 적이 있다. 인터넷 밈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이미지를 훼손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다. 인터넷 밈을 불법이자 하위문화로 생각하면 얼마든 제거할 수 있다. 그렇기에 황정민이 제프프의 영상을 재밌게 본 사례는 의미심장하다. 이제 인터넷 밈이 규칙이 생기는 한에서 불쾌하지 않은 대중문화가 되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틱톡 시대의 인터넷 밈

SNS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터넷 밈은 하위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흐려진 모습이다.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인터넷 밈이 SNS에서 유행을 타고, 이후 대중매체로 옮겨가 대중문화로 자리 잡는다. 이제 SNS의 메카는 틱톡이다.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틱톡 플랫폼에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중이다. 타인을 모방하는 행위에서 재미를 느끼는 ‘챌린지(Challenge)’ 문화가 숏폼 플랫폼에 생겼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즈음부터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노래가 있다. 바로 크리에이터 서이브의 노래 〈마라탕후루〉이다. 한 여학생이 앙증맞은 말투로 “선배! 마라탕 사주세요.”라고 조르며 노래가 시작된다. 하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으면 내용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과 아무 말 대잔치 사이의 어딘가로 보인다. 틱톡 문화가 낯설다면 보자마자 ‘이걸 왜 봐?’ 하는 거부감부터 들지 모른다.
마라탕후루 챌린지의 유행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비슷한 사례로 개그맨 조훈의 챌린지 〈홍박사님을 아세요?〉와 다나카(개그맨 김경욱)의 챌린지 〈잘자요 아가씨〉 등이 있다. 세 노래에는 짧은 길이에 반복되는 훅(Hook), 훅과 함께 누구든 적당히 따라 할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율동이 있다. 훅만 중독적이라면 가사의 내용은 어떻게 흘러도 상관없다. “(아가씨가) 지금 잠들지 않으면 우리는 춤을 출 거예요”라는 가사의 전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냥 춤을 추니까 추는 거다. “처음부터 춤을 출 생각이었군요…” 〈잘자요 아가씨〉 공식 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은 이를 잘 드러낸다.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내는 밈의 힘

챌린지 영상은 보통 귀벌레 현상을 노린다. 이는 노래를 듣지 않아도 귀에 중독적인 노래가 반복되어서 들리는 듯한 현상을 말한다. 중독적인 춤과 노래로 본인의 이미지를 사람들의 무의식에 각인하는 것이다. 주로 광고에서 쓰이던 기법이다. 요컨대 숏폼에서 유행하는 인터넷 밈은 마케팅을 위한 ‘억지 밈’으로 보이는 면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는 나날이 자극에 몰두한다는 경향을 보인다.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의 경향을 살펴보자. 허니버터칩부터 탕후루까지 음식은 매번 달아지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나날이 짧아질뿐더러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순간적인 효과에만 집중한다. 틱톡 시대의 인터넷 밈 또한 점차 돈과 자극만을 쫓는 콘텐츠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끝까지 열어보아야만 아는 법이다. 인터넷 밈은 사회적 정서를 비추는 거울이다. 비록 그 안에 든 감정이 부정적일지라도 인터넷 밈은 그것을 유머로 승화해 함께 느끼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 밈에 성소수자의 고통 등 여러 사회적 곤경이 심겨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밈은 일상 속 대화의 MSG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와 생존 경쟁이 팽배해진 요즘 시대에 사람들에게 느슨하게 연결된다는 감각을 일깨운다.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게끔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