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권을 통해 되찾은 연대의 힘
수리상점을 운영하는 데는 정서적 이유도 크게 작용한다. 옹기종기 모여 우산수리기술을 가진 70대 어르신이 예술에 가까운 솜씨로 물건을 고치는 모습이나, 재봉틀 강사의 솜씨 좋은 바느질로 에코백이 앞치마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경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리상점 곰손의 운영진들은 이렇듯 크고 작은 사람 간의 교류를 바라보면 잊힌 기술, 동네에 하나씩 있던 전파상을 되살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한다. 물건에 대한 이해와 애착을 키우는 수리 문화가 작은 물건 하나에도 이야기를 담아내고, 사람 사이의 인정을 되살리고 있는 것 아닐까. 강희영 공동대표는 결국 환경 운동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힘이라고 말한다.
사람들과의 연대의 가치가 좋아 수년간 이 일을 해왔어요. 함께 뭔가를 고치다 보면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죠. 그러한 협동의 힘이 작은 일부터 시작해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데에 큰 힘이 돼요. 우리가 사비를 들여가며 가게를 운영하고, 매주 마라톤 회의를 하는 것도 그러한 연대의 힘이 좋아서예요.
전문 기술자가 아니기에 수리 워크숍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강사를 섭외하고, 공간을 운영하는 데에 아직은 경제적인 부침이 적지 않다. 하지만 6명의 곰손지기들은 수리상점 곰손의 활동이 수리권을 체계화하는 일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더 힘을 내보려고 한다. 다른 지역에 있는 리페어 카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한국은 2023년 ‘순환경제사회법’이 개정되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촉진법 20조에 들어가 있는 수리권에 대한 부분이 다소 미흡하다고 한다. 수리상점 곰손은 이를 더 구체적이고 체계화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수리상점 곰손 같은 리페어 카페가 더 많아지고 활발히 운영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수리 공간을 기점으로 수리권과 관련된, 더 넓게는 환경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시민의 힘으로 개정하고 현실화시키는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