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 성심당
이제 대전의 원도심을 탐닉할 차례다. 대전역 서광장을 가로질러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과일과 채소 등 식자재뿐 아니라 의류와 잡화 등 다양한 장을 보러 모인 시민들 틈에서 우린 먹거리를 찾아 헤맸다. 먹음직스러운 떡볶이와 튀김, 호떡, 국밥을 뒤로하고 우리가 발들인 곳은 국수 메뉴를 파는 작은 식당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국토가 피폐했던 1950년대에 철도 운송의 주요 거점이었던 대전역에 미군의 식량 원조로 수입한 밀가루가 모이며 빵, 떡볶이, 칼국수 등 밀가루 음식이 대전의 대표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설명을 곁들여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도톰한 국수 가락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마친 우리는 시장을 벗어나 은행교를 건넜다. 소제동이 대전의 익선동이라면, 은행동은 대전의 명동과 같다. 즐비하게 늘어선 각종 상점과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 젊음의 열기까지, 서울의 명동과 무척 흡사한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한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중심 도로의 하늘을 뒤덮은 영상 아케이드 구조물, ‘스카이로드’이다. 거대한 구조물로 덮인 널찍한 도로를 가로질러 좁은 골목에 들어서자 굉장한 인파와 함께 ‘성심당(聖心堂)’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무더운 여름에도 굴하지 않는 성심당을 향한 여행객들의 열정에 감탄하며 골목을 벗어나자 흡사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듯한 형상의 대흥동 성당이 시야에 들어왔다. 실향민이었던 성심당의 창업주 고(故) 임길순 대표는 대흥동 성당 주임신부로부터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대전역 앞에서 찐빵 노점을 열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성심당이 되었다고 한다. 성심당의 기적적인 창업 신화를 곱씹으며 횡단보도를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