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토크

핫플이 시작되는 곳, 글로우서울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

지난 1월 문을 연 후 한달 남짓 동안 180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수원 스타필드.
넓은 실내 공간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별마당도서관’이다.
4~7층 중앙에 자리 잡아 22m의 압도적인 크기와 디자인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이들, 휴식이 필요한 이들, 지적 유희를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을 모은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별마당도서관은 누구의 손에서 탄생했을까?
또, 글로우서울이다.

📝 권다인  📷 황지현  💾 글로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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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경험

  • 살라댕방콕, 호텔쎄느장, 청수당 등을 연달아 오픈하며 익선동의 부흥을 이끈 것으로 잘 알려진 글로우서울. 그 시작에 대해 유정수 대표는 “4번 겪은 사기”가 있었다며 웃었다.

    식당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사기를 여러 번 당했어요. ‘같은 일이 3번 이상 반복되면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으라’는 말을 믿는 저로서는 손수 인테리어를 하는 수밖에 없었죠.(웃음) 그렇게 직접 인테리어한 매장을 3개 정도 오픈한 후에는 공간기획에 대한 이해가 절로 생기더라고요.

    유정수 대표는 당시의 경험을 ‘지름길’이라고 표현했다. 직접 경험한 덕에 바르고 빠른 길을 잘 찾아왔다고. 그렇게 탄생한 글로우서울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국내 공간기획 분야에서 조금씩 몸집을 불려 현재 1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명실상부 대표 공간기획사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인생샷을 찍기 위한 오픈런’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낸 스타필드 수원의 별마당도서관 또한 그들의 작품이다.

    별마당도서관은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는 장소로서의 역할에 집중했어요. 스타필드 곳곳에서 흩어져 지내다가도 언제든 다시 모일 수 있는 대표 공간이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만남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별마당도서관이 그러하듯 공간에 머무는 사람과 이야기는 시대와 세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젊은 감각을 지향하지만,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이들만의 문화여서는 안 된다는 것. 누구나 찾고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글로우서울이 지향하는 바다.

    공간을 마련할 때 고객의 연령이나 특징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대지향성과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죠. 40대도, 50대도 BTS 노래를 좋아할 수 있는 것처럼 글로우서울의 공간은 누구나 향유하는 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화하는 공간 트렌드, 유행은 없다

공간이 가진 트렌드에 대해 유정수 대표는 ‘변화’가 아닌 ‘진화’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A에서 B로의 변화가 아닌, A에서 A1으로 나아가는 관점이다. 사람들의 니즈는 한 방향으로 흐르고, A라는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 유정수 대표가 가장 집중하는 ‘A’는 유휴공간이다.

유휴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모이고, 이러한 유휴공간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습니다. 유휴공간이 20%대에 머물던 과거의 백화점을 떠올려보세요. 에스컬레이터 옆 자투리 공간마저 좌판을 두어 물건을 판매했죠. 하지만 지금의 백화점 및 쇼핑몰은 유휴공간의 비중이 40%대에 다다릅니다.

유휴공간이 100, 영업공간이 0에 수렴하는 미래도 결코 머지 않았다고 본다.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경험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방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4차원의 개념 또한 공간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글로우서울이 그동안 폭포나 커다란 톱니바퀴와 같이 움직이는 오브제를 배치했던 것 또한 공간에 4차원의 개념을 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미래에는 영상 미디어를 활용하는 공간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을 통해 쉽게 4차원을 구현할 수 있고, 원하는 콘셉트로 변형하기도 쉬울 겁니다.

그러나 유행과 트렌드는 다르다고 유정수 대표는 강조했다. 트렌드가 방향성을 가졌다면, 유행은 일시적으로 탄생하여 널리 퍼지는 개념이다. 유행이란, 사람들의 니즈에 의해 탄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산자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때 도넛 가게가 한창 인기를 끌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핫플마다 베이글 가게가 문을 열었죠. ‘다음 아이템은 뭘까요?’ 하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요. 저는 식빵이라고 답합니다. 제가 식빵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거든요.(웃음)

글로우서울은 생산자로서 유행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공간기획사로서 트렌드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쓴다. 덕분에 그들의 공간은 언제나 트렌드의 정점이자 유행의 시작점이 된다.

글로우서울이 작업한 공간들

해외 진출의 길을 열어가는 공간기획사

글로우서울의 영향이 전국으로 퍼져가면서 그들의 행보를 쫓는 공간기획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경쟁의 심화가 걱정될 법도 하건만, 유정수 대표는 “너무 똑같은 공간만 아니라면 대환영”이라며 웃었다.

저 또한 다른 건축물, 영화,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듯 이 땅에 태어난 이상 완전한 창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글로우서울로부터 영감을 받아 좋은 공간이 탄생한다면 기쁜 일이죠.

특히 동네 카페조차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 및 퀄리티를 보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공간기획 능력을 해외에 전하기 위한 계획을 내비쳤다.

그간 국내 대기업들의 주요 공간은 해외 유명 기획자에게 의뢰해 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글로우서울이 그 인식을 어느 부분 변화시켜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에 한발 더 나아가 해외에서 국내 기획사에 공간 기획을 의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고자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인 상장 후 공간기획사로서는 첫 해외 진출을 도모하여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공간기획사들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대중의 신뢰를 얻기 힘든 작은 공간기획사들을 지원하여 국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다짐이다.

익선동의 70여 개 매장 중 10개가 글로우서울의 매장입니다. 많은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아, 여기 글로우서울이 만든 곳이구나’ 하고 알게 되는데요. 마치 지문과 같은, 글로우서울이 가진 정체성을 경험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공간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글로우서울을 찾아주시면 그것이 저희의 기쁨일 겁니다.

문으로 들어서면 글로우서울의 도전을 경험한다. 그들의 생각 속에 머물고 그들의 꿈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글로우서울의 공간은 모두의 공감이자 공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