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공간 트렌드, 유행은 없다
공간이 가진 트렌드에 대해 유정수 대표는 ‘변화’가 아닌 ‘진화’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A에서 B로의 변화가 아닌, A에서 A1으로 나아가는 관점이다. 사람들의 니즈는 한 방향으로 흐르고, A라는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 유정수 대표가 가장 집중하는 ‘A’는 유휴공간이다.
유휴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모이고, 이러한 유휴공간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습니다. 유휴공간이 20%대에 머물던 과거의 백화점을 떠올려보세요. 에스컬레이터 옆 자투리 공간마저 좌판을 두어 물건을 판매했죠. 하지만 지금의 백화점 및 쇼핑몰은 유휴공간의 비중이 40%대에 다다릅니다.
유휴공간이 100, 영업공간이 0에 수렴하는 미래도 결코 머지 않았다고 본다.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경험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방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 4차원의 개념 또한 공간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글로우서울이 그동안 폭포나 커다란 톱니바퀴와 같이 움직이는 오브제를 배치했던 것 또한 공간에 4차원의 개념을 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미래에는 영상 미디어를 활용하는 공간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을 통해 쉽게 4차원을 구현할 수 있고, 원하는 콘셉트로 변형하기도 쉬울 겁니다.
그러나 유행과 트렌드는 다르다고 유정수 대표는 강조했다. 트렌드가 방향성을 가졌다면, 유행은 일시적으로 탄생하여 널리 퍼지는 개념이다. 유행이란, 사람들의 니즈에 의해 탄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산자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때 도넛 가게가 한창 인기를 끌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핫플마다 베이글 가게가 문을 열었죠. ‘다음 아이템은 뭘까요?’ 하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요. 저는 식빵이라고 답합니다. 제가 식빵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거든요.(웃음)
글로우서울은 생산자로서 유행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공간기획사로서 트렌드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쓴다. 덕분에 그들의 공간은 언제나 트렌드의 정점이자 유행의 시작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