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칼럼

주택용 천연가스 요금과 수요 관리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조금씩 상승하는 현상을 넘어 기후 위기로 인식된 지 오래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이미 전 세계가 체감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 필요하며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전호철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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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가격’

국제에너지기구를 비롯하여 각국 정부나 국제 연구기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에너지 사용기기의 효율 향상(energy efficiency), 전기화(electrification)와 함께 에너지 사용에서 수요자의 행동 변화(behavioral change)를 제시하고 있다.1) 에너지 수요자의 행동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게 존재하나 에너지 사용에 따른 대가, 즉 에너지 가격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사회경제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의 하나인 경제학은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 혹은 공학 분야와 달리 법칙(Law)이라고 불리는 이론이 많지 않다. 이는 사회경제현상은 다양한 변수와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주 명확한 현상에 대해서는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그중 가장 대표적이며 기본적인 법칙으로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을 들 수 있다. 수요의 법칙은 “다른 요인들이 일정한 상태로 유지될 때,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는 증가하고,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는 감소한다”는 경험적인 관찰에 기반한 법칙이다. 이러한 수요의 법칙에 따라 수요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경제학 원론을 접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조절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사회에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수요의 법칙

물론 전기, 수도 및 도시가스와 같은 필수재는 가격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필요량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가격, 즉 시장의 기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시장의 기능에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 이 역시도 경제학 원론에서 말해주는 바에 따르면 가격이 한계비용(marginal cost)과 일치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국내 에너지 시장은 대체로 정부의 영향을 받는 공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일부 사기업이 함께 있는 구조이다.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일종의 도매업에 해당하는 분야를 한국가스공사라는 공기업이 담당하며 도시가스 업체가 소매업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 도시가스 소비자가 접하는 가격은 도매가격에 일부 비용이 합쳐져서 결정되는 구조이다. 구체적으로 천연가스 도매 요금은 원료비와 공급 비용으로 구성되며 소매요금은 도매요금에 소매 공급 비용을 가산하여 산정하게 된다. 원료비는 매월 도입 단가에 따라 조정되는데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2개월마다 ±3% 내 변동 요인이 있을 때만 조정되며 특히 도입 비용의 급등이 있는 경우 조정의 유보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2023년 천연가스 재료비가 2021년에 비해 약 2.4배 상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12월 기준 주택용 도매 요금은 2021년 1월에 비해 1.5배 인상에 그쳤다. 2)

이러한 현상은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에서 더욱 명확해 보인다. 아래 표는 국가별 주택용 도시가스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천연가스 도입의 구조가 비슷한 일본에 비해 가격이 5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속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주택용 도시가스 가격은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OECD 평균에 70%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국가별 주택용 도시가스 가격

단위: USD/TOE

연도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독일 1,223 1,223 1,013 981 967 996 983 1,004 1,091 1,657
일본 1,888 1,849 1,469 1,403 1,388 1,517 1,511 1,419 1,513 -
한국 1,020 1,111 822 711 752 748 733 712 685 677
네덜란드 1,340 1,326 1,060 1,076 1,100 1,228 1,342 1,402 1,655 4,190
스페인 1,443 1,536 1,271 1,145 1,210 1,248 1,301 1,278 1,384 1,716
영국 977 1,089 952 769 717 769 753 692 736 1,253
미국 440 467 442 429 464 447 446 462 524 738
OECD 836 820 718 682 689 694 691 690 760 980
한국/OECD 1.22 1.36 1.14 1.04 1.09 1.08 1.06 1.03 0.90 0.69

자료: IEA

도시가스 요금의 현실화

이처럼 가격이 비용을 지속해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요금 구조는 에너지 기기의 효율 향상(energy efficiency)에 대한 어떠한 유인책(incentive)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즉, 비용이 높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다면 천연가스 수요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높이게 되고 이는 에너지 수요 절감의 결과를 낳게 된다.3) 더불어 개별 소비자는 에너지 낭비를 막는 행동변화를 하게 된다. 결국 이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탄소중립 목표에 가깝게 하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가스 요금의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불어 도시가스 요금제도에 있어서도 전기요금과 같이 수요 절감을 보다 효율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수요관리형 요금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는 우리가 안락한 삶을 영위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 소비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이다. 따라서 요금의 현실화, 다시 말해 비용을 요금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지만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저소득층, 특히 에너지 빈곤층 발생의 문제는 시장 기능을 넘어 복지의 문제로 접근하여 해결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1) IEA(2021), ‘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2) 한국가스공사 홈페이지 천연가스 요금정보(https://www.kogas.or.kr/site/koGas/1040404000000)
3) Harding and Sexton(2017), ‘Household Response to Time-Varying Electricity Prices’, Annual Review ofResource Economics 에 따르면 에너지 수요를 절감할 수 있는 기기의 개발 및 정보의 전달 등이 없는 경우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아 요금이 비용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하여도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