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건너뛰기도 없고 결말도 알 수 없는 삶 속
위로가 되는 영화들

누구에게나 처음의 경험은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 영화관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무거운 문을 밀고 두꺼운 커튼을 걷어내면 사방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고
커다란 스크린에서 한 줄기 빛이 뻗어 나왔습니다.
저에게 영화관의 첫 경험은 굉장히 신기한, 꿈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 영화를 더 자주 찾아보게 되고, 취미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영화관에서 보지 못해 아쉬웠던 저의 인생 영화 몇 편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 자산관리부 박정우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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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라라랜드〉

    〈라라랜드〉는 데미안 셔젤이 연출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배경은 아름다운 로스앤젤레스. 작곡가의 꿈을 키우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를 꿈꾸는 미아(엠마스톤)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 나가던 중 우연한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고, 각자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전환점에서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사랑과 꿈, 두 가지 모두 손에 쥘 수 없는 현실 속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사실 로맨스 영화를 즐겨보는 취향은 아니지만 〈라라랜드〉는 진부하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소재를 다룬 작품이 아니라는 걸 관객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꿈과 사랑 그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혹은 이미 그 시기를 보낸 사람들에게도 많은 공감이 될 영화입니다.

  • ‘진정한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트루먼쇼〉

    〈트루먼쇼〉는 ‘트루먼’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는 그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가상 도시(시어티)에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24시간은 텔레비전으로 사람들에게 중계되고 있죠. 트루먼은 평생 자신이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일련의 사건으로 그의 의심이 시작됩니다. ‘시어티’를 탈출해 진짜 세계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트루먼. 결국 자신을 가둔 가상 세계를 탈피해 자아를 찾아냈을까요? 〈트루먼쇼〉는 유머와 감동 뒤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유의미한 영화입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 미디어를 통해 나와 내 삶을 전시하고 그 속에서 진실과 가상이 혼동되는 일이 많이 벌어지는 요즘, 내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여러 의문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 당신에게도 인생의 멘토가 함께하기를 〈인턴〉

    영화 〈인턴〉의 배경은 뉴욕입니다. 젊고 활기찬 기운이 가득한 뉴욕 오피스 거리에 한 노인이 들어섭니다. 70세의 나이로 퇴직한 후 지루한 나날을 보내다 노년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쇼핑 회사 ‘어덜트래니’에 입사하게 된 주인공 벤 휴모(로버트 드 니로)입니다. 그의 상사이자 회사의 창립자인 잡 허피(앤 해서웨이)는 벤 이라는 노년 인턴을 믿지 못해 경계하고 어울리지 않는데요. 그러나 차츰 주변 동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과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조언을 통해 많은 위로와 깨달음을 얻습니다. 〈인턴〉은 단순히 멋진 노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와 가치를 담아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편견의 무서움과 주변 이웃 및 동료들과 상생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벤’과 같은 존재가 곁에 있나요?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 따듯한 위로와 지혜를 건네는 멘토가 함께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디지털이자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은 〈헐(Her)〉

    영화는 한 남성이 긴 세월 짝사랑한 자신의 마음을 컴퓨터로 써 내려가며 시작됩니다. 편지를 쓰는 사람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그는 편지의 당사자가 아닌 대필 회사의 직원으로, 의뢰인의 사연과 목적에 맞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합니다. 부인과 별거하고 무료한 삶을 살아가던 테오도르는 어느 날 새로운 인공지능 OS를 구입하게 됩니다. OS의 이름은 ‘사만다’. 사만다는 인공지능임에도 불구하고 테오도르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줍니다. 테오도르는 잃어버린 줄 알았던 미소도 되찾고, 그녀에 의해 진정한 행복을 느끼죠. 디지털과 아날로그 감성이 함께 담겨있는 영화 〈헐(Her)〉. 외로움을 채워주는 사만다를 사랑했지만 결국 사만다로 인해 더 외로워진 테오도르가 안타까우면서 공감되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밌는 포인트는 사만다인데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라 영화를 보며 어떤 배우인지 추리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삶이 한 편의 영화와 같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절대 건너뛰기도 할 수 없고,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결말로 이루어져 있죠. 언젠가 고다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술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다. 반영이라는 현실이다.” 바쁜 현대 속에서 우리는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아갑니다. 똑같이 돌아가는 쳇바퀴 속에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거나 아찔한 일탈을 꿈꾸는 등의 사소한 미래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기도 합니다. 그런 고단한 삶 속에서 때때로 한 편의 영화는 아름다운 사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우리가 쉽게 잊고 잃고 살아가는 가치들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 제가 추천한 영화들이 사색의 여정을 떠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호 필봉계주를 이을 주인공은
홍보부 김새론 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