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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편견 없는 사람인가요? 무의식 편견 워크숍
편견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편견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과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기 위해서는 편협한 시선을 깨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KOGAS가 무의식 편견 워크숍을 진행했다. 스스로를 편견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이들도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모로 깜짝 놀랐다는 후문.
자신도 모르는 새에 쓰고 있던 ‘편견’이라는 안경을 벗어 던졌던 무의식 편견 워크숍 현장을 담아왔다.

글. 조수빈 사진. 김범기

각양각색 서로 다른 사람이 한 자리에

따사로운 햇살 아래 유채꽃이 살랑살랑 바람을 즐기던 지난 4월 17일, 전국의 KOGAS 직원들이 경주로 모였다. 이들이 설레는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경주 교원센터의 무의식 편견 워크숍 현장이다.
‘무의식 편견’이란 자신의 배경, 지식, 경험 등을 바탕으로 무의식적인 일반화를 하거나 섣부른 예상으로 어떠한 상황을 판단하는 행동을 말한다. 무의식 편견은 사람들의 동기 부여, 성과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 따르면 다양성과 수용(D&I, Diversity and Inclusion)이 지배구조 개선법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기에 최근 사회에서는 무의식 편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이에 KOGAS도 발 빠르게 합류했다.
그간 KOGAS에서는 양성평등 차원에서 ‘여성 인재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여성 직원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다고. 경영지원처 인재육성부 최자현 대리는 “성별뿐만 아니라 직군별, 세대별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전 직원으로 범위를 넓혀 다양성을 포용하는 차원의 프로그램을 마련했어요. 오늘 참석한 수강생은 50명인데, 성별, 세대, 직급의 비율을 공사 전체 비율과 맞췄어요. KOGAS의 축소판인 거죠. 조 구성도 다양한 사람들을 섞었어요. 서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워크숍은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성별, 세대별 무의식적 편견을 깨기 위한 강의, 두 번째는 갈등을 해결하는 대화 스킬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성을 기르는 일은 곧 조직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는 말에 수강생들의 눈빛에서 사뭇 사명감이 느껴졌다.

일보전진을 위해 고뇌에 빠진 사람들

무의식 편견은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생각과 행동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편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서로 이야기 나눠 보는 자리가 더없이 중요하다. “무의식 편견은 이제껏 이야기하지 않던 주제에요. 특히 기성세대의 경우 너무 익숙했던 일들이기에 차별인지조차 몰랐던 경우가 많죠.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인식이 조금씩 변하게 될 거에요.”라는 성장계획연구소 이은주 대표는 각자가 경험했던 성차별적 요소를 먼저 공유해 보자고 제안했다. ‘여직원 출산 휴직으로 생기는 인력 공백에 대한 갈등’ ‘근무지 배치 시 성별 구분 우선 고려’ ‘대외 업무 시 남직원 선호’ 등 피부로 느꼈던 사례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서로의 생각에 대해 알아갔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호칭에 대한 사례였다. “오래전부터 ‘여직원’이라는 표현을 고유명사처럼 사용해왔어요. 너무 당연하게 쓰던 말이라 문제인 줄도 몰랐는데 그 표현이 업무를 주도하기보다 보조하는 역할처럼 느껴진다는 말에 아차 싶었어요.” KOGAS의 경우 남자 직원 비율이 많은 데다 생산직에 속하는 업무가 많다. 배려 차원에서 궂은일이나 해외 출장 등을 남자 직원이 맡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배려에서 나온 행동이 오히려 다른 동료의 기회를 뺏는 행동일 수도 있다는 말에 자신의 행동은 어땠나 되돌아보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넷플리스 예능 <피지컬 : 100> 속 남자 멤버로만 이뤄진 팀과 여자 멤버가 속한 팀의 경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당연히 남자 멤버로만 이뤄진 팀이 더 강할 거라 생각했지만, 승리를 거머쥔 팀은 후자였다. 무거운 짐을 옮기는 속도는 남자가 월등히 빨랐지만, 섬세함이 부족했기에 생긴 결과였다. 수강생들을 이를 보고 어떤 걸 느꼈을까. “‘역시 여자가 더 꼼꼼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또한 한 사람의 특성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 같아요. 스턴트맨으로 일하던 경험과 섬세한 성격 덕분에 승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동의해요. 여자라서 세심했다고 바라보는 시선 또한 역차별이 아닐까 싶네요.” 라며 오늘 배운 내용을 곧잘 적용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 강사님의 얼굴에 뿌듯함이 번졌다.

D&I를 위한 첫걸음은 소통

무의식 편견은 성별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기성세대팀과 신세대팀으로 나뉘어 각자 느낀 세대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시간. 기성세대팀에서는 소통방식에서부터 인사, 회식, 점심시간 풍경 등 달라진 문화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토로가 끊이지 않았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은 서로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폭풍 공감이 쏟아지는 건 신세대팀도 마찬가지. 이들이 느끼는 차이 또한 기성세대가 느끼는 부분과 맞닿아있었다.
“회식이나 대면 프로그램이 줄어들면서 소통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어요. 서로를 존중하고 올바른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에요. ‘내 생각은 이런데, 네 생각은 어때?’라는 식으로요. 타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늘 생각해야 해요. ‘다양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는 모두 각각 ‘다른 사람’이란 말이니까요.”
워크숍을 담당한 최자현 대리는 한 가지 소망을 전했다. “워크숍을 위해 먼 곳에서 온 분들이 많아요. 저는 이분들을 D&I 앰배서더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각 사업소의 대표로 참석한 만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선구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장벽을 허물 수 있었던 워크숍. 타인을 대하는 시선을 바로 잡은 덕분에 이들의 세상은 더욱 다채로운 색을 입게 될 것이다.

INTERVIEW

  • 성장계획연구소
    이은주 대표

    무의식 편견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의 첫걸음이라 생각해서 저 또한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어요. 강의를 하다 보면 ‘그것이 편견인 줄 몰랐다.’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너무 당연하게 해 온 행동과 말이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 기준과 타인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언제나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보길 바랍니다.

  • 생산운영처 생산진단부
    이혜미 과장

    강의 전에는 스스로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강사님께서 ‘외과 의사’를 떠올려 보라고 했을 때 자연스레 ‘남자’라고 생각되더라고요. 스스로 편견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서로 다른 연령대, 직군, 성별을 가진 분들과 한 조가 되어 대화하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오갔어요. 세대 차이는 젊은 세대만 느끼는 줄 알았는데, 기성세대 분들도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상호간의 소통이 정말 필요하구나’라고 느꼈어요.

  • 제주LNG본부 관리부
    임정곤 과장

    강의를 들으며 사람들 사이에는 차이가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실 스스로 편견이 없는 편이라 생각했기에 ‘다 아는 내용’을 또 한 번 배운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몰랐던 것도 많더라고요. 제가 겪었던 경험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한쪽만 상대를 포용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