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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사회가
학교에 기대하는 가치
기후위기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ESG 경영에 한창이고, 학교에서는 ESD 교육을 위해 팔을 걷고 있다.
ESD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일회성 친환경 행동이 아닌 지속가능한 생태를 위한 생각과 행동을 배워나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환경이라는 가치를 전하는 곳, 교실의 변화를 말한다.

글. 홍세영 서울북가좌초등학교 교사

교실에도 환경운동가가 필요하다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는 지금 전환점에 놓여 있다. ‘기후위기’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태계의 ‘생존위기’로 심각하게 여겨지면서 국제 사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현대 사회에서 ‘환경’은 필수 요소가 되었다.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10월에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해 그간 개인의 차원에 머물러 있던 생활 속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을 기업, 학교 등 조직적인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기업에서는 앞다투어 ESG 경영에 투자하고 있고, 학교에서는 ESD(지속가능발전교육)를 토대로 한 ‘생태전환교육’을 강조하며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달려가는 추세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을 말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는 환경시민으로서 환경 실천에 앞장서는 탄소중립 문화를 형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달리 말해 이는 하나의 교육 트렌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결국 우리가 해왔던 환경교육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기후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지구 곳곳에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나의 문제’라고 연결되지는 않았다. 신경 써야 할 다른 것들이 많은 이들에게 ‘환경’이라는 주제는 다소 심각하고 불편하게 들리는 잔소리에 불과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년 전, 환경수업을 처음 시도했을 때만 해도 학부모님들과 동료 교사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무관심이었다. 그렇지만 환경을 위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환경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교실 속 환경운동가가 되어보기로 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시도해 보았다.

교실에서 경험한 환경교육의 진정한 가치

환경수업 속 아이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긍정적이다. ‘환경 잔소리’도 아이들은 쏙쏙 먹어 삼켰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환경을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희망적인 건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거대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환경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의기소침하고 조용하게 있던 학생이 쓴 일기 속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나도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환경교육의 목표는 ‘환경 실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아이가 느끼고 쓴 한 줄의 문장에서 환경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당장의 친환경적 실천 행동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는 환경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환경에 관한 생각과 감정, 태도를 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인간을 성장시킨다. 환경교육은 내가 나 아닌 어떤 존재를 위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한다. 환경수업에서는 대부분 ‘선한 뜻’을 전한다. 내가 지구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살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은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준다.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환경적 유산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환경적으로 물려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앞선 세대가 경험한 아름다운 자연과 깨끗한 환경을 우리 아이들도 평생 누리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유해성분을 따질 필요 없이 안심하며 먹을 수 있고,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아래 실컷 뛰어놀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일상 말이다. 최근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마스크를 써야 하는 세상, 아이들은 쾌적한 환경을 누리지 못한 채 바로 기후위기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적어도 우리가 현재 누리는 생태 환경만이라도 아이들에게까지 닿기를 바랄 뿐이다.
앞선 세대로서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환경적 유산’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 환경적 유산 중에는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환경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환경적 안목’이다. 환경적 눈을 키우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환경적 안목을 갖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고 다른 입장을 이해하며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환경의 심미적 아름다움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탄하는 것이다. 특별히 설명하고 가르쳐 주기보다는, 환경 안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환경교육의 목표는 모든 아이들이 그레타 툰베리처럼 환경운동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환경을 위한 생각과 행동을 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사실 환경교육에 대한 많은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지금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환경교육은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있는 실정이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환경교육의 힘을 믿고,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친환경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환경교육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