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된 하율이에게 바다는 엄마의 품처럼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마치고 짐을 풀기도 전 또 다시 바다를 찾은 조대웅 주임 가족에게 이제 여행은 일상이나 마찬가지.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의 행복이 노오란 유채꽃으로 채색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취미로 기타를 연주해온 조대웅 주임.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삼아 기타 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을 때 유난히 그의 눈에 들어오는 수강생이 있었다. “두 달 정도 배우다가 흥미를 잃었는지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우리 학교 동아리방에서 개인레슨을 해줄 테니 꾸준히 나와 보라고 했죠.” 개인레슨의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그렇게 이들은 6개월 만에 다정한 커플이 되었고 5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 사랑의 결실인 8개월 된 하율이를 안고 이곳을 찾았다.
“통영기지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언젠가 다랭이마을을 꼭 가고 싶었어요. 부산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기에 좋은 추억 만들고 싶어서 배틀트립을 신청하게 되었죠.”
주말의 교통 정체를 뚫고 부산에서 이곳까지 2시간 40분을 운전해온 조대웅 주임은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 그런 남편과 함께 아내 예슬 씨도 해안선에 걸쳐 있는 다랭이 논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놓칠세라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기타 학원에서 처음 봤을 때는 저보다 연상으로 보일 만큼 어른스러웠죠. 알고 보니 저보다 세 살 어리더라고요. 남편은 굉장히 섬세하고 늘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주말이면 이곳에는 외지에서 온 차들로 가득하다. 간혹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이가 적지 않기에 가능한 오후가 되기 전 다랭이마을을 찾는 것이 좋다. 좁은 해안도로 주변을 가득 메운 차들 사이로 다행히 조대웅 주임은 언덕배기 외진 공간을 찾아 차를 댔다. 다랭이 논과 다소 거리가 있어 많이 걸어야 하지만 하율이를 안고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그는 말한다.
“육아휴직을 내고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했어요. 복직하기 전 가족과 함께 근사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덕분에 하율이는 바다를 익숙하게 여기고, 사람들을 봐도 늘 환하게 웃으며 낯을 가리지 않게 되었죠.”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이곳에서 배시시 웃는 하율이의 미소는 가족 나들이에 행복을 더해준다. 다랭이마을은 지금이야 상춘객들의 낭만을 자극하는 남해의 명소가 되었지만, 그 유래는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에서 시작됐다. 유배지이자 가난한 백성들이 모여 살던 이곳은 언덕이 많아 농사를 짓기 마땅치 않았고 바람과 태풍이 잦아 평안한 삶을 누릴 만한 곳이 결코 못 되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거친 산비탈을 깎아내 손바닥만 한 작은 논을 일구었고, 여기에 쟁기를 걸친 소가 드나들 수 있도록 곳곳에 ‘소몰이살피길’을 만들어 조금이나마 농사를 수월하게 지어보려 애를 썼다. 옛날 사람들의 애환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대신 그곳에 화사한 유채꽃이 피어 도시 사람들에게 작은 힐링을 선사하는 명소가 되었다.
해안과 맞닿아 있는 다랭이 논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닮았다. 파랑, 노랑 물감으로 아낌없이 채색한 것 같은 다랭이마을을 배경으로 부부는 주인공이 되고 하율이는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특별한 상징이 되어준다. “제주도 다녀와서 짐 정리도 다 못했어요. 하지만 또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금방 설레더군요.”
다랭이마을에서 구경거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을 표지석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안에 온갖 아기자기한 곳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걸어서 한 시간이면 다랭이마을 전부를 둘러볼 수 있다. 그중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과 카페에서 부부는 행복의 담소를 나눈다.
“취준생 시절 아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기억이 나요. 도시락을 싸주거나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도 하면서 뒷바라지를 해주었고,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부담 갖지 말고 다시금 마음 편히 도전해보라.’라며 다독여주기도 했죠.” 아내 예슬 씨의 응원에 힘입어 조대웅 대리는 2018년도 KOGAS의 가족이 되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예슬 씨는 “취준생 시절 남편이 없는 돈을 털어 사준 지갑에 감동받은 적이 있어요.”라며 미소를 짓는다.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 그리고 봄 햇살에 빛나는 하율이의 환한 미소가 더해진 가족의 여행길은 이번에도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이들의 다음 여행 역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일본 홋카이도라는데, 가족의 행복이 바다를 배경으로 파랗게 일렁이길 기대해본다.
녹음이 짙어가는 봄날의 숲속으로 석상현 대리 가족이 나들이에 나섰다. 잔뜩 설렌 마음을 품고 솔향공원에 도착했건만 여전히 멈추지 않는 비를 보며 아이들은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데. 하지만 이게 웬일,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이 소원을 들었는지 마술 같은 일이 이들의 눈앞에 벌어진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가족과 여행을 떠나요. 얼마 전 가좌산 대나무숲길, 세종시 고복저수지에서 벚꽃놀이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가족 여행도 할 겸, 대전충청지역본부 주변 여행지를 사우들에게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 배틀트립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석상현 대리 가족이 찾은 곳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솔향공원. 자연휴양림인 이곳은 모노레일, 스카이바이크, 짚라인, 놀이공원, 식물원,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들의 여행길에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석 대리와 나들이 나온 가족은 11살 아들 우진이와 7살 다연이, 그리고 회사 행사로 인해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한 아내를 대신해 어머니 강봉순 여사가 함께 나섰다. 요즘 농구에 흠뻑 빠져 있는 우진이는 유명한 NBA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멋진 꿈을 꾸고, 동생 다연이는 어른들한테 한창 어리광을 부리며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대전에서부터 잔뜩 신이 난 채 이곳으로 달려왔건만 빗방울이 멈추지 않아 우진이는 다소 시무룩한 표정이다. 마른 땅을 촉촉이 적셔줄 단비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아쉽기만 할 뿐. 다행히 모노레일을 탈 수 있다는 말에 이들은 산봉우리로 향해 발을 옮겼다.
모노레일을 타고 내린 곳은 속리산의 굽이굽이 뻗은 줄기가 훤히 내다보이는 목탁봉 전망대. 이곳에선 정상인 천왕봉을 조망할 수 있고 날씨가 맑을 땐 그보다 먼 곳의 아득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텁텁한 공기가 빗방울에 씻겨가면서 속리산의 하늘은 원래의 푸르름을 되찾아 탐방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해준다. 어른들이 전망을 감상하는 사이에 우진이는 저 아래 짚라인에 시선이 꽂혔다.
“아빠, 짚라인 타봤어? 재미있어?”라는 물음에 아빠는 “타봤지, 그런데 엄마가 위험하다고 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잖아.”라며 우진이를 다독인다. 순간 꿍한 표정을 내보이면서도 우진이는 “아빠하고 할머니 사진 찍어줄게.”하며 의젓함을 발휘한다. 전망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다연이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내내 싱글벙글이다. 석상현 대리의 말로는 태어날 때부터 웃고 있었다는데, 다연이는 타고난 웃음 DNA를 지닌 해맑은 소녀인 듯하다.
이곳이 목탁봉 전망대인 이유는 전망대 한쪽에 소원을 비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쪽지에 소원을 적어 소원 수리함에 넣은 후 100년 된 살구나무로 만든 목탁을 세 번 두들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우진이는 쪽지에 그림으로 소원을 그려 넣었다. 우진이의 첫째 소원은 ‘우리 가족 건강하기’, 둘째는 ‘가족이 여행 많이 가기’. 오빠의 소원을 본 다연이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무언가를 그려나가기 시작하는데 “다연이 소원은 뭐야?” 할머니의 물음에 “다연이 소원은 고양이가 되는 거, 핑크색 착한 고양이가 될 거야.”라며 윙크하는 고양이를 그려 넣었다.
전망대에서 즐겁게 보내는 사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잔뜩 찌푸리던 하늘이 파란색을 되찾으면서 구름 사이로 쨍한 햇살이 내리쬐는 것. 마치 아이들을 위해 비에 젖은 숲을 말려주는 듯 대기는 먼지 하나 없는 맑은 상태를 되찾았다. 우진이는 설렌 마음에 “신난다!”라며 환호성을 지르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신나기만 한다.
모노레일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앞장서 뛰어간 곳은 스카이바이크 승차장. 비가 그친 후 스카이바이크의 첫 번째 승객이 되어 구불구불 숲길 사이를 탐험하기로 한다. 다연이는 처음 타보는 스카이바이크가 살짝 겁이 나지만 옆에 앉은 오빠를 의지하며 앞자리를 차지했다. 아이들은 비가 막 그친 숲속의 모습을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물을 흠뻑 머금은 덤불에선 겨울왕국의 신비한 숲속처럼 안개를 토해내고, 비를 피해 웅크려있던 다람쥐 친구들이 이곳저곳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도토리 모으기에 열중이다.
“앗, 저기 놀이공원이다!” 마치 오아시스라도 발견한 듯 우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다연이도 신이 났지만, 비에 젖은 놀이공원은 안타깝게도 문이 닫혀 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진이와 다연이를 위해 석상현 대리는 말티재 전망대와 법주사를 찾아 재미난 체험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정한 아빠이자 효심 가득한 석상현 대리의 이번 여행길은 향긋한 봄날의 추억이 되어 가족들의 마음 속에 깊게 새겨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