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수소관의 핵심 테마는 수전해(Water Electrolysis) 기술이었고 고분자전해질(PEM; Polymer Electrolyte Membrane) 수전해가 대세기술이 되고 있었다. 수전해 기술은 알카라인(Alkaline), 고분자전해질(PEM), 고온수전해(SOEC; Solid Oxide Electrolyzer Cell)의 3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알카라인 방식은 그리드 전력 연계형으로 개발되어 대용량 수소생산에 적합하고 PEM 방식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용으로 개발되어 소규모 생산에 적합하나 부하변동성 대응이 유리해서 재생에너지 연계용으로 부상하고 있다. SOEC 방식은 전기에너지의 일부를 고온(600~850℃)의 열에너지로 대체하여 효율을 높인 방식으로 철강, 발전, 원전의 폐열 연계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노버에서 PEM 수전해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그린수소 시장이 유럽을 중심으로 정부지원을 통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EU가 재생에너지 및 수전해 투자에 대해서 금융지원을 확대하면서 수소사업을 검토하던 많은 기업들이 서둘러 MW급의 중소형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100MW급의 재생에너지와 궁합이 맞는 수전해 기술이 PEM이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실증사업에서 PEM이 도입되고 있고 대세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하노버 전시관에는 스페인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 독일 철강회사 잘츠기터(Salzgitter)가 자사의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는데 필자가 전시 담당자에게 적용된 수전해 기술을 문의하니 모두 PEM이었다. 특히 이베르드롤라 프로젝트에는 알카라인 수전해의 대표주자인 노르웨이의 넬(Nel)사의 PEM 수전해가 도입되었을 정도이니 유럽에서 PEM이 대세 수전해 기술이 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둘째, PEM 수전해가 부상하면서 금속촉매의 상사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었다. PEM 수전해 기술의 가장 큰 단점은 귀금속 촉매와 금 또는 백금 코팅 티타늄과 같은 고가재료의 분리판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PEM 수전해가 대세기술이 된다면 당연히 이러한 촉매금속의 확보가 중요해진다. 수소관에 백금, 이리듐과 같은 PEM 수전해용 촉매, 티타늄과 같은 분리판 소재, 수소의 장거리 이송수단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의 크래킹 촉매인 루테늄 등의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Heraeus나 일철상사와 같은 기업의 전시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셋째, PEM 수전해에 대항하는 경쟁기술로 음이온교환막수전해(AEM ; Anion Exchange Membrane) 및 중저온 운전 고온수전해(SOEC)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AEM 수전해는 PEM 수전해의 골격에서 알카리성 작동환경을 접목한 기술로 PEM의 장점인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출력 특성에 대응이 가능하면서 단점이었던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2018년 하노버 박람회를 통해 기술을 공개한 후 현재 시가총액 4억 유로의 기업으로 성장한 독일벤처 인앱터(Enapter)가 대표주자이다. 인앱터는 금번 하노버 박람회에서도 비교적 중앙에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많은 참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PEM에 대항기술로 SOEC는 아직 연구단계로 실증사업의 성과를 공개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통상의 작동온도인 850℃보다 낮은 650~750℃의 온도에서 작동되는 SOEC 기술을 홍보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작동온도를 낮추면 운전효율을 감소하지만 내구성이 향상되어 전체 수전해 투자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전시관에서는 선파이어(Sunfire), 엘코젠(Elcogen) 등의 벤처들이 자사기술들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특히 선파이어는 최근 인수한 알카라인 기술을 홍보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수소시장이 MW급에서 GW급으로 확장될 경우 소재의 공급 불안전성이 있는 PEM보다는 니켈 등의 상대적으로 범용소재를 사용하는 알카라인과 SOEC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넷째 MW급 그린수소 사업개발을 기획하는 엔지니어링 컨설팅사들이 홍보가 눈에 띄었다. 정부의 금융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EU의 REPowerEU 프로그램으로부터 그린수소로 인증되어 금융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수소 1kg을 생산하는데 3.38kg 이하의 CO2를 배출해야 한다. 이러한 배출기준을 만족하면서 그린수소를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는 어떤 조합이 최적인지, 수전해는 어떤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지, 수전해는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활용처에 설치한다면 활용처의 다양한 에너지를 어떻게 재활용해야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수소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암모니아 또는 메탄올 등 수소 사업과 연관 있는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한 인력들을 중심으로 한 컨설팅업체들이 대거 창업되면서 수소시장에 등장하고 있었다.
하노버 산업 박람회의 주요 테마는 산업 자동화와 제조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수소는 핵심관이 아니라 13개관 중에 마지막인 13번째 건물에 전시되었다. 하지만 올해 하노버 박람회를 참관하는 동안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사실은 작년에 비해 수소관 행사 규모가 많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수소시장이 자생력보다는 정부지원에 의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하노버 박람회에서 목격한 현상이 중장기적 트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한 점은 산업화 직전의 의미 있는 태동기 모습이라는 점이다. 수소생산을 신사업으로 검토하는 기업들은 PEM 수전해 기술과 파생사업을 중심으로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되 PEM 수전해의 대응기술, PEM 기반의 실증사업 등도 병행해서 관찰한다면 수소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때 사업기회를 놓치지 않고 많은 성과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내년 하노버 박람회에서는 수소가 메인관으로 이동하고 더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공유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