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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식의 가치 아워플래닛 장민영 대표
우리는 매일 두 끼에서 세 끼의 식사를 한다.
아워플래닛은 그 식사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고 이야기한다.
종 다양성을 지키고 이 땅과 바다를 지키기 위한 먹을거리는 무엇이 있는지 찾고, 널리 알리고,
그것을 식탁 위에 올리는 것.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미식이다.

글. 백미희 사진. 김범기 영상. 김지혜

지구를 위한 식탁을 제안하다

아워플래닛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속가능 미식연구소다. 지속가능한 식탁을 제안하기 위해 그들은 몇 가지 테마에 따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 그와 맞는 식재료를 소개한다. 현재 아워플래닛에서 제안하고 있는 테마는 계절, 로컬, 종 다양성, 바다의 맛, 지속가능한 축산, 채식 이렇게 여섯 가지다. 테마를 제안하며 이것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 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와 연결되는지 알리고 있다.
"김태윤 셰프가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이타카'를 운영하고 있을 때 저는 KBS <한국인의 밥상> 취재작가를 거쳐 음식 관련 기획자로 활동 중이었어요. 매월 우리나라 로컬의 제철 식재료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타카'와 함께 협업하자는 제안을 받았죠. 그렇게 계절의 식재료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타카 레스토랑의 스타일로 다이닝을 펼치는 '계절의기억' 워크숍 다이닝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 한정될 수밖에 없었고, 미식, 식재료, 환경, 생산자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미식의 의미를 더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워플래닛은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식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현재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아워플래닛의 프로그램은 쿠킹클래스와 식재료 워크숍, 다이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쿠킹’ ‘식재료’ ‘다이닝’이라는 키워드는 일종의 게이트 역할을 한다. 쿠킹클래스는 매주 한 가지 테마로 미니 강의를 진행한 뒤, 테마와 맞는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식재료 워크숍은 한 가지 식재료를 주제로 여러 종을 맛보며 자신의 취향을 찾고, 한 그릇 음식을 만들어 맛본다.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김태윤 셰프의 요리를 맛보며 ‘이 식재료가 이런 맛을 내는구나.’ ‘이 식재료를 평소와는 다른 조리법으로도 먹을 수 있구나.’ 하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아워플래닛은 종 다양성과 계절의 맛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비단 ‘지구’를 위한 행동만은 아니에요. 다양한 종의 제철 식재료를 즐기는 것은 ‘내 취향’의 식재료를 찾는 과정이 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식재료 워크숍에서는 계절에 맞춰 봄나물이나 야생버섯 6~10가지 정도를 맛봐요. ‘감자’만 해도 생각보다 종이 많거든요. 감자조림을 할 때 풀어지는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쫀쫀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식재료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식재료를 선보이고 그것으로 한 그릇 음식을 만들어서 맛을 봐요. 직접 먹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찾는 거죠.

다양한 식재료를 지키는 것, 지구와 나를 위한 행동

  • 현재 우리는 충분히 잘 먹고 잘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식탁은 과거에 비해 단조로워졌다. 풍요 속의 빈곤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계절에 맞게 다양한 식재료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경작을 하면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단조로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배추, 시금치 같은 선호도가 높은 작물이 밭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거죠. 울릉도에 갔을 때 ‘왕호장’이라는 식물을 발견했어요. 시큼달콤한 맛이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잡초 취급을 받는대요. 이렇게 사라지는 작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밥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다. 배추나 시금치를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배추나 시금치도 먹으면서 왕호장 같이 잊혀 가는 식재료도 기억하고 설 자리를 주자는 것이다. 그래야 왕호장이 취향인 사람도 그 식재료에 대해 알고, 맛보고, 선택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루에 세 번, 식탁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

  • 아워플래닛에서는 나무 심기나 바다 관련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바다의 날이 있는 5월, 현재 ‘우리가 사랑한 바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아워플래닛은 캠페인도 음식과 연계해서 진행해요. 일회용 쓰레기를 사용하지 않고 바다 쓰레기를 줍는 것도 바다를 위한 행동이지만 특정 식재료를 식탁에 올리는 것만으로 바다에 이로운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해조류를 다양하게 먹는 방식으로요.”
    해조류는 우리나라 남해 블루카본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블루카본은 어패류, 잘피, 염생식물 등 바닷가에 서식하는 생물은 물론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속도는 육상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현재 매우 주목받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가 해조류를 다양하게 많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매생이나 톳 등의 해조류를 양식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바닷속에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보통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 한 명 한 명에게는 큰 힘이 있어요. 김태윤 셰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에게는 하루 세 번, 세상을 바꿀 기회가 있다.’라고요. 밥상 위를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힘이 생긴다는 것이죠. 한 끼를 먹을 때 내 몸과 지구에 건강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죠. 그다음 스텝은 ‘그러니까 뭘 먹어야 하느냐?’겠죠. 저희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