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순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우유니 소금사막은 여행을 가기 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고, 다녀온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해가 뜨면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끝없는 사막과 하늘이 물에 비쳐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그리고 밤에는 우주가 나를 삼킬 듯한 황홀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쏟아질 것 같은 별과 은하수를 본 그 밤이 잊히지 않는다. 차에서 내려 사막 한가운데서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그리고 물에 비친 수없이 많은 별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고는 같이 갔던 일행 모두 싸구려 포장마차 의자를 침대 삼아 누워 박효신의 ‘별 시’를 들으며 2시간이 넘게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래에는 추억이 담긴다고 했던가. 나는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날 밤 그 하늘이 생각이 난다.
페루 쿠스코
남미 여행 중 가장 오래 머물렀고, 떠나기 싫었던 도시다. 내가 쿠스코를 떠나기 싫었던 건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아르마스 광장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면, 유럽 중세시대와 잉카 제국 한가운데쯤의 공기가 느껴진다. 이 공기와 따뜻한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나는 처음으로 여행 일정을 변경했고, 무려 9일이나 쿠스코에 머물렀다. 쿠스코의 밤은 낮보다 더 아름답다. 해가 지면 별들이 모여 은하수를 만드는 것처럼 가로등 불빛이 모여 온 도시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낭만적인 파리의 비 오는 밤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밤마다 뒷동산에 올라, 아르마스 광장에 앉아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던 그 몽환적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BTS의 인기
남미에서 정말 놀랐던 것 중 하나는 BTS의 인기였다. 남미 국가들의 도시는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앙 광장에서 BTS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도시 가게에도 BTS 모자가 걸려있고,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찍어달라는 일이 정말 많다. 그 순간만큼은 BTS가 된 것처럼 사진을 찍어주며 연예인의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