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도 숲이 있다
해조류가 수풀처럼 모여 자라는 바다숲은 1ha당 연간 이산화탄소 3.37톤을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바닷말’로도 불리는 해조류는 바다에서 나는 조류를 의미하는데, 광합성을 하고 포자로 번식한다. 다시마, 미역, 톳, 대황, 모자반 등이 갈조류에, 김, 우뭇가사리 등이 홍조류에, 파래, 청각, 청태 등이 녹조류에 해당한다.
해조류는 나무처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며 오염물질을 정화한다. 물고기가 알을 낳거나 어린 물고기가 숨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해조류를 이용해 바이오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된 상태다.
해조류를 먹는 성게나 고둥 같은 조식동물이 늘어나고, 과도한 연안 개발,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이 발생하면 대형 해조류 대신 오염과 높은 수온에 내성이 강한 석회조류가 많아진다. 결국 시멘트와 같이 하얀 석회 성분을 가진 석회조류(소형 홍조류인 무절석회조류)가 바닷속 암반을 뒤덮어버리는 갯녹음 현상이 나타난다. 갯녹음이란 얕은 바다를 뜻하는 ‘갯’과 잎이 녹는다는 뜻의 ‘녹음’의 합성어다. 사막처럼 황폐해지기 때문에 ‘바다사막화’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 의하면, 제주도 남부 해안을 중심으로 갯녹음이 발생해 남해와 동해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4배에 해당하는 1,200ha가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갯녹음 현상(사진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바다숲(사진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발표한 <2019년 바다숲 조성관리사업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갯녹음 현상은 연안의 부영양화(물속 영양물질이 많아지는 현상)를 가속화할 수 있다. 질소, 인, 중금속 등을 흡수해 바다를 정화하는 해조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독가시치, 쥐돔, 벵에돔, 쥐노래미 등도 사라진다. 이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도 떨어져 결국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다.
5월 10일은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는 ‘바다식목일’이다. 정부는 갯녹음 발생 지역에 인위적으로 바다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상지를 선정해 암반의 무절석회조류를 긁어내 해조류가 붙어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해조류를 이식하고,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바다숲을 만든다.
2009년부터 사업을 펼친 결과, 2021년까지 총 26,644ha의 바다숲을 만들었다. 2022년에는 312억 원을 투입해 전국 연안 17곳에 바다숲 2,536ha(동해 5곳 772ha, 서해 2곳 163ha, 남해 6곳 955ha, 제주 4곳 646ha)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탄소 흡수원으로서 바다숲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이미 조성된 바다숲 129곳을 전수 조사해 체계적인 사후관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도 바다숲을 관찰할 수 있는 ‘보이는 바다숲’도 만들고 있다. 보이는 바다숲은 경북 포항시 장길리 복합낚시공원과 울릉군 천부 해중전망대에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