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할까?

writer직장인 전문 심리상담사 최정우(<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 저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직속 상사, 동료 직원, 부하직원에게도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인정을 받으면 그만큼 내가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정을 받으면 그만큼 내 자존감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 진정 내가 실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직속 상사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나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다. ‘나는 정말 실력이 없는 사람인가 봐, 나는 정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인가봐’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자기를 비하할 수도 상사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회사를 처음 다녔을 때부터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기를 바랐다. 내가 모시는 상사, 나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 직원, 부하직원, 협력업체 사람들까지 모두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는 데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음도 깨달았다.
내가 깨달은 바는 그렇다. 엄청나게 일을 잘하거나 엄청나게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갈리기 마련이다. 똑같은 나를 보고 누군가는 좋은 평가를 하고 누군가는 좋지 않은 평가를 한다. 내가 모시는 상사가 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떤 평가가 맞는 것인가? 정답은 없다. 실력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상황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모시는 상사와 성격적으로 얼마나 잘 맞는지, 내가 하는 업무 특성이 어떤지, 내가 있는 팀과 회사의 상황이 지금 어떠한지, 조직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우리 사업부와 다른 사업부 간 관계가 어떤지 등에 따라 똑같은 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인은 ‘대인 관계’이다. 내가 상사와 좋은 관계에 있으면 상사의 나에 대한 평가는 그만큼 후해질 수밖에 없다. 인사고과는 당연히 잘 주고, 주재원 파견, 교육 프로그램 참석, 해외 출장 등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를 먼저 추천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상사는 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상사는 상사이지 평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사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작용하는 ‘마음’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걸러내고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부하직원이 있다고 하자. 인사고과 시즌이 돌아왔다. 평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평가 역시 좋게 주려고 마음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평가를 주고자 ‘결심’한 것이 먼저고, 그 결심에 걸맞은 근거를 찾아내는 것은 그 다음이다. 창의성, 혁신성, 리더십 등 항목별로 그에 부합하는 좋은 사례를 생각하려 애쓴다.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론을 내고 그에 합당한 근거를 찾는다. 선(先) 평가, 후(後) 근거인 셈이다. 그것이 상사의 마음이고 인간의 심리다.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도 말하지 않았는가?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고.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인 우리는 ‘평가’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면 좋을까? 물론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자.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필요도,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자.
내가 다니던 회사는 인사고과를 S, A, B, C의 4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한 인간을 단 4개의 등급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그 평가가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21년 기준 78억 명에 달한다. 당신이 인정받고 싶은 사람 또는 당신의 상사가 당신에게 하는 평가는 78억 명 중 한 명이 당신에게 하는 평가이다. 그 하나의 평가에 나의 모든 자존감을 맡길 것인가?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필요 없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인정받을 필요 없다. 공자님도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좋은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받고 나쁜 사람들로부터는 미움을 받는 이가 실로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사람, 내가 생각하기에 정상적인 사람, 내가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만 인정받으면 된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자. 그만큼 더 노력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력해도 안 된다면? 둘 중 하나다. 내가 아직 실력이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더 노력하든지 아니면 그가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든지. 어떠한 경우에든 기죽어 지낼 필요 없다는 말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에게 하는 평가가 가장 정확한 평가 아닐까?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나다. 내 자신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내 자신에게 당당해질 수 있도록 타인의 평가에서 의연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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