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2

멸종위기동물을
그림으로써 전하는 이야기

성실그래픽스

성실그래픽스 김남성 대표

writer공주영

photographer전예영

홍대 인근에 있는 성실화랑은 알록달록한 동물 그림과 제품이 가득한 곳이다.
특히 정면 벽에 붙여진 동물 그림을 보노라면 마치 사람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106종의 동물 그림을 그리고 있는 성실그래픽스 김남성 대표를 만나,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린다
맨드릴 원숭이, 애기 개미핥기, 회색손 올빼미 원숭이, 큰 파랑 부채머리새, 금발 카푸친, 일리 피카, 목화머리 타마린, 검은 자바 표범……. 성실그래픽스가 그려온 이 별스러운 이름의 동물들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성실그래픽스는 회사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런 멸종위기동물을 그려왔다. 제법 알려진 회사를 박차고 나와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그래픽디자인 에이전시의 첫 프로젝트가 멸종위기동물이라니.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무엇을 그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동물을 좋아하니까 한 번 그려보자 했어요. 꾸준히 동물을 그려서 동물도감을 만들기로 했죠. 기존의 동물도감은 대부분 세밀화로 표현돼 있거나 사진 위주인데 우리는 그래픽디자인으로 해보자 했고요. 이런 저런 동물을 그리다 보니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고 관심이 갔어요. 그때부터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하나씩 그려나가게 된 거고요.”
우리가 흔히 아는 멸종위기동물은 사막여우나 북극곰 등이다. 그 외에는 어떤 동물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성실그래픽스는 다양한 멸종위기동물을 꾸준히 그리기 시작했다.
멸종위기동물과 함께한
다양한 프로젝트
멸종위기동물 그림을 그려 페이스북에 올린 지 얼마 안 돼 성실그래픽스에 뜻밖의 연락이 왔다. 토요타에서 멸종위기동물 그림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자고 한 것이다. 회사를 만들고 얼마 되지 않아서 다가온 기회였다. 토요타를 시작으로 그간 여러 회사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이들이 쓰는 비누, 구강청결제, 가방, 의류 뿐 아니라 전자제품, 출판물 등 다양한 제품에 성실그래픽스의 그림이 들어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멸종위기동물이 알려졌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매년 멸종위기동물 관련한 전시도 펼쳐왔다. 인천 국립생물자원관, 광주시립미술관, 서울대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멸종위기동물그래픽아카이브 전’을 열어 관심을 샀다. 성실그래픽스는 협업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성실화랑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고 멸종위기동물 그림을 넣은 자체 디자인 제품도 다양하게 제작하고 있다. 성실화랑 쇼룸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이처럼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김남성 대표가 들었던 공통된 피드백이 있다. “이 동물이 멸종위기동물인지 몰랐어요”라는 말이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동물 가운데 멸종위기동물이 있기도 하고, 전혀 몰랐던 낯선 동물 가운데 멸종위기동물이 있기도 하다. 우리가 그 이름을 몰랐을 때와 알게 되었을 때 관심은 다르다. 멸종위기동물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에 따라 EX(절멸종), EW(야생절멸종), CR(위급종), EN(위기종), VU(취약종), NT(준위협종), LC(관심대상종)으로 나뉜다. 성실그래픽스는 동물들의 그림에 레드리스트 등급 마크를 삽입해 멸종위기동물의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싣고 있기도 하다. 그냥 보지 말고, 더 깊이 관심 있게 봐달라는 의미이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
김남성 대표는 자신 역시 멸종위기동물을 그리고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왜 어떤 동물들은 사라지고 있는 걸까’에 대해 더 골몰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이런 일을 줄이거나 늦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 고민과 관심을 지속하기 위해 성실그래픽스는 멸종위기동물을 돕기 위한 기금인 동행기금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매년 수익의 일부를 멸종위기동물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하는 이러한 활동 외에 김남성 대표가 멸종위기동물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소소한 실천도 있다. 사무실에서 종이컵을 쓰지 않는다는 것과 페트병을 꼼꼼히 분리수거한다는 것 등이다. 환경을 지키는 노력이 곧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는 것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그래픽스가 계속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는 것이 디자인회사로서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믿고 있다. 성실그래픽스의 멸종위기동물 그림이 가만히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정면 얼굴인 것은 이유가 있다. 영정사진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사람들에게 ‘이들이 곧 사라질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것이다.
“멸종위기동물을 그리면서 희화화하지 않고 의인화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어요. 귀여운 캐릭터로 보이는 게 목적이 아니었거든요. 있는 그대로 특징을 잡아 표현했죠. 멸종위기동물 그 자체를 제대로 봐주길 바라고 있어요.”
성실그래픽스는 올해도 한 회사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고 전시 역시 계획하고 있다. 꾸준하고 성실한 걸음만큼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성실그래픽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래픽을 지팡이 삼아 매일매일 그 걸음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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