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요즘 코로나19로 서울에서 사는 친구들은 매일 재난 문자에 시달린다고 연락이 온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시골의 읍, 면, 리 중 '리'에 사는 나에게 재난 문자는 하루에 2~3통 정도에 그치며 오히려 회사에서 오는 알림메시지가 더 많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복잡한 도시보다 시골이 마음이 편하다"는 짧은 한마디로 급하게 이사를 온 뒤 반년 동안 생활한 시골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강원지역본부 설비운영부 조우진 직원]
시골의 소리
도시는 차와 사람들의 소리로 채워졌다면 시골은 도시와는 다른 소리로 채워진다. 집 앞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밤마다 찾아오는 고양이와 고라니의 기척, 그들을 막으려고 마당의 개들이 짖는 소리까지, 밤에 맥주를 들고 밖에 나가 앉아있으면 운치가 느껴진다. 밤하늘에 별들을 보며 여러 가지 소리를 듣다 보면 '그래도 시골이라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싶다. 가끔 자격증 공부를 위해 새벽까지 책을 읽다 보면 소와 닭이 해가 슬슬 뜨기 시작한다고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도시라면 출근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과 자동차 소리가 아침을 알리겠지만, 시골에서는 다른 소리들이 지금이 아침이라고 알려준다. 참으로 여유로운 소리들이 아닌가 싶다. 비록 야간근무가 끝나고 나서는 그들의 소리가 불편하지만 말이다.
내가 만들어 가는 집
서울에서 뭔가 고장이 난다면 사람을 불러 해결한다. 간단한건 물론이고 페인트칠이나 변기 설치와 같은 것들까지도 그렇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사람을 부르지 않는다. 업체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인력이 비싸서 함부로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서일까, 모든 것을 직접 고치고 만지는 일이 많다. 집 내부 도배, 변기 설치, 집 외부 방수페인트칠과 같은 일부터 키우던 강아지들이 살 집이나 아버지가 취미로 키우는 닭의 보금자리까지 완전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원자재를 조금씩 사서 조립하는 식이었다. 물론 TV에 나오는 새 것처럼 만들지는 못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만들며 나름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
자연을 곁에 둔 여유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삶과 지금 시골에서의 반년은 참 많은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해서 많이 힘들었다. 택배는 오지만 배달 음식은 불가능하고 벌레가 많아 매일 살충제를 들고 살았다. 하지만 익숙해지다 보니 점점 무신경해지는 때가 왔다. 보통은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원하는 전원의 삶을 20대에 경험하고 있다. 이렇게 초록이 많고 하늘에 별들이 흩뿌려진 광경, 꿩이 뛰어다니는 곳은 군 생활 이후 처음이다. "20대에 시골 생활이라니, 답답하지 않냐?"라며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답답한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다. 하지만 도시도 별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물론 생활하기에는 편하지만 층간소음이나 차가 많아 불편한 것보다는 아버지 말씀처럼 시골이 마음 편한 것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곳에 살지는 모르겠다. 인사발령으로 다른 지역으로 갈지도 모르고, 아버지가 불편하다 하시며 다시 이사를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 나는 이 여유로움을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만끽할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다음호 필봉계주 주자는 삼척기지본부 계전보전부 장진욱 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