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愛온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책과 씨름해왔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겁기보다 '지긋지긋한 일'로 여겨졌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계속해서 경험하면 다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해도 예전 같지 않고, 업무와 육아, 집안일에 치이다 보면 자꾸만 내일로 미뤄 계획에서 멀어지기 일쑤다. 직장인의 공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근무하며 사법고시만큼이나 어렵다는 기술사 자격증을 무려 5개나 취득한 시험의 대가이자, 관련 분야의 다양한 논문과 특허 등의 연구실적으로 국제인명센터(IBC) 100대 전문가에 선정되는 등 세계인명사전에도 여러 번 등재된 바 있는 최영관 헌법재판소 사무관을 만나 물음에 대한 답을 구했다.
[글 김승희 사진 김재이]
최영관 사무관은
자격증의 '끝판왕'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기술자격증인 기술사(발송배전기술사,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소방기술사)와 미국 기술사(미국전기기술사, 미국소방기술사)를 포함해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시험의 대가다.성균관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학사·석사 및 박사학위를 수여했고,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설계·연구·해외사업 부서를 거쳐 현재는 헌법재판소에서 재직 중이다.
또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전기·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다양한 논문과 특허 등의 연구실적으로 국제인명센터(IBC)의 100대 전문가에 선정되는 등 여러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된 바 있다.국방부, 소방청, 조달청, 서울시 등 정부·지자체에서 건설기술 등의 심의·자문·평가위원으로 있으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연구기획·평가위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사업 자문위원, 법원 전문심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Q질문
- 현재 맡고 계신 업무와 더불어 취득하신 자격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 A답변
- 헌법재판소 건설관리과에서 건설사업 및 시설관리, 예산 등 총괄업무를 맡고 있고요. 학부 4학년 때부터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서 전기기사, 전기공사기사, 전자기사, 소방설비기사, 정보처리기사를 차례로 취득하면서 석사과정까지 마쳤고, 입사 후에는 발송배전기술사,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소방기술사, 미국 전기기술사, 미국 소방기술사를 취득했습니다.
- Q질문
- '공대생들의 사법고시'라고 불리는 기술사 자격을 5개나 취득하셨죠. 하나를 취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계속해서 도전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 A답변
-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입사 후 바로 업무 현장에 투입되고 보니 생각보다 아는 게 너무 없더라고요. 물론 시간이 지나고 업무경력이 쌓일수록 실무능력은 상승하겠지만, 무작정 세월만 기다릴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경력과 함께 내 실력을 도약시킬 방법을 고민하다가 직장 내 같은 직종 선배님께서 취득하셨다는 기술사 자격증에 관심이 갔죠. 먼 미래까지 내다볼 겨를도 없이, 최소한 전공분야에서라도 인정받고 싶어 기술사 공부를 결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첫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니 또 다른 세상이 보이더군요.
기술사 취득으로 날개를 단 사업의 신, 기술사 다관왕, 공학을 학문적으로 파고든 기술사 박사 등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이제 갓기술사가 되어 마주한 세계는 결국 저를 다시 도전의 길로 이끌었어요. 기술사계에서 알아주는 수많은 분들 중에서 나의 롤 모델을 찾아 그의 길을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고, 그 뒤 2년 간 4개의 기술사 자격증을, 1년 뒤엔 박사학위를 취득했어요. 그땐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시 결혼한 지얼마 안 된 때였는데, 신혼의 즐거움이나 육아의 고충을 함께 나누지 못해 아내에겐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아내가 이해해준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이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Q질문
- 공부 성취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결과를 꼽자면 무엇인가요?
- A답변
- 기술사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업무를 더 잘하고 싶어서였는데, 취득 후 실제로 맡게 된 일들도 이전과는 질적으로 달라졌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수상태양광사업을 추진한 일입니다. 당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회사에서도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방안을 연구하게 되었는데, 기존 땅에 설치하는 태양광패널과 달리 수상태양광사업은 사례가 없어서 관련 자료도 수없이 찾으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애쓴 결과,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특허나 관련 논문도 여러 건 내고 다양한 학회에도 초대받는 등 학계와 업계에 저를 알리고 저 또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게다가 수십 편의 해외논문게재로 세계인명사전에도 여러 번 등재될 수 있었고요. 저는 이 모든 일이 기술사 공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기술사 공부를 결심한 것이 다섯 개의 기술사자격증과 박사학위로 이어졌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국엔 업무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격증은 처음 취득한 발송배전기술사자격증입니다. 이는 뒤이어 취득한 모든 결과의 마중물과도 같아요.
- Q질문
- 많은 직장인이 공부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흐지부지되고 말잖아요.
- A답변
- 사실 인맥, 가정, 돈 등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은 너무 많아요. 일일이 이런 것들에 신경 쓰다보면 공부는 어느새 우선순위에서 저만치 뒤로 밀려가있죠. 그런 요인들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아요. 공부를 끝까지 완주하게 만드는 요인은 단 하나, '간절함'입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간절함이 있다면 공부가 뒤로 밀리는 경우는 적을 거예요. 앞서 나열한 요인들도 '이런 부분 때문에 더더욱 단기간내에 끝낸다!'로 바꾸어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어요. 공부하느라 당장은 잃는 게 많아 보여도, 길게 봤을 때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제가 업무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공부를 결심하고 상상할 수 없었던 여러 결과를 이뤄낸 것처럼, 직장인들의 공부는 업무와 연관 지을 때 그 시너지가 가장 크고 달성 확률도 높아집니다. 그러면 공부 동기나 의지, 슬럼프 극복 등 공부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난관을 자연스럽게 헤쳐 나갈 수 있어요. 그 외에 시간관리나 공부방법, 공부습관은 각자의 생활패턴에서 최선을 다해 만들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얻어집니다. 공부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계속 시도해보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세요.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공부하기 좋은 때입니다.
- Q질문
- 어떻게 하면 계획한 기간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 A답변
- 시험에 따라 측정하고자하는 지식의 정도와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그 방향을 알아야 수험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요. 또 내가 어떤 시간에 집중이 잘되고 어떤 공부법을 택했을 때 암기효과가 좋았는지를 알면 공부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계획대로 잘 해온 사람이라면 자신이나 시험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 항상 계획보다 늦어졌거나 예상과는 다른 길로 들어서는 경험을 해온 사람이라면, 자신과 시험에 대한 분석을 꼭 먼저 해보길 권합니다. 그것이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시험과 자신에 대한 분석이 탁월하다 할지라도 공부는 여전히 힘들고 외롭습니다. 그러니 진척이 없다고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간절한 마음으로 계속 나아가세요.
- Q질문
- 공부하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슬럼프가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 A답변
-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조언을 들었어요. 합격자들의 합격 수기나 꼭 공부관련이 아니라도 인생 선배들,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였어요. 수많은 조언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목표한 바를 이루고 치열한 삶을 살아왔는지, 얼마나 힘을 주는 존재들인지를 온 몸으로 느끼고 나면 바닥난 의지력이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집중이 잘 안되고 너무 힘들 땐, 계획했던 시간보다 줄여서 공부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공부에 열중하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조금씩이나마 공부를 해온 덕분에 다시 공부습관을 잡는 것도 수월했습니다. 슬럼프 기간에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순간에도 공부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느끼지 못할 뿐, 실력은 계속 쌓이고 있거든요.
- Q질문
- 업무와 인간관계 때문에 받는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세요?
- A답변
- 그때나 지금이나 운동과 취미생활이 저의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공부하던 시기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 운동을 해왔다면, 40대인 지금은 아프지 않기 위해 운동하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저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밴드활동인데요. 코로나19가 한참 유행하기 시작한 2월부터는 쉬고 있지만, 그 전에는 매월 모여 합주를 하곤 했어요. 대학 때부터 시작한 밴드활동은 감사하게도 저의 첫 직장인 수자원공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회사 선후배들로 구성된 사내밴드활동을 12년 동안 이어오면서 사내 행사 무대를 비롯해 KBS 근로자가요제, Mnet [너의 목소리가보여] 등 다양한 무대에 설 기회를 갖게 됐는데, 특히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신바람 최박사'로 출연했던 제 모습을 많이들 기억해주고 계셔서 흐뭇합니다.
- Q질문
- 지금도 무언가 배우고 계실 것 같아요.
- A답변
- 지금까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잘하고 싶은 업무가 전부 공학 관련이었기 때문에 그 외적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이직 후 맡은 업무가 기술보다는 행정능력이 더 필요한 일이었고, 좀더 넓은 시야, 다른 시선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현재는 정책학 공부를 하고 있어요. 내년상반기에 석사학위를 마치는 것이 단기 목표예요. 중기목표로는 중학생이 된 딸과 얼마 전 기술사 공부를 시작한 아내의 공부에 도움을 주는 거예요. 어쩌다 보니, 저희 가족 모두 공부를 하고 있네요.(웃음)
- Q질문
- '공부'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A답변
- '직장인에게 가장 확실한 재테크'라고 생각합니다. 흔한 재테크 방법으로 떠오르는 것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이겠지만, 목돈을 갖고 있어야 하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등의 단점도 많아요. 반면 공부는 오로지 플러스 요인만 있어요. 설령 목표하는 바에 고배를 마셨다고 하더라도 공부에 쏟은 모든 시간이 다 헛수고가 되지는 않아요. 공부는 로또나 부동산, 주식 같은 대박은 없어도 반드시 얻는 것이 있는 확실한 투자입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배우며 만들어가는 미래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밝을 거라 확신합니다.
최영관 사무관의 추천작
- 밴드 : 티스퀘어
즐겨 부르는 노래는 '락 발라드' 장르지만 평소에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주로 들어요. '티스퀘어'는 일본의 대표적인 퓨전 재즈 밴드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연주곡들이 많습니다. 경쾌한 곡들도 많지만 차분한 연주곡들도 있어서 공부에 몰입하기에 좋습니다.
- 영화 : 인사이드아웃
- 감독 : 피트 닥터
딸아이와 함께 가서 본 영화인데, 정작 제가 더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사람의 각 감정을 캐릭터로 그려낸 것이 신선했어요. 재미있게 생각해보면, 마음속에서 공부하지말라고 유혹하는 아이만 이겨내면 다시 공부할 수 있겠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 도서 : 스터디코드 3.0
- 저자 : 조남호
- 출판사 : 더난에듀
직장인보다는 청소년 수험생을 대상으로 공부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제가 공학 전공자여서인지 문학적인 요소가 많은 보통의 공부법 도서보다 전개방식이나 서술방식이 명확하고 분명해서 읽으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자녀를 둔 직장인들이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유용한 공부법이 소개돼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