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愛지혜
대한민국의 교육열이 얼마나 뜨거운지는 통계 수치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어림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열기만큼이나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세상의 본보기가 되는 공부법을 통해 지금 우리의 공부법을 되짚어볼 때다.
[정리 편집실 참고 도서 (공부에 미친 사람들) 김병완 지음]
질문과 논쟁으로 완성하는 유대인의 공부법
전 세계 인구의 0.2%를 차지하는 유대인. 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30% 이상이 유대인인 걸 생각하면 이 민족의 활약상이 실로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민족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뇌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오랜 이주의 역사가 한 몫 했다. 이와 더불어 주목받는 것이 지식보다는 지혜를 중요시한 유대인의 교육법이다. 유대인은 청소년기가 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전통 교육 기관인 예시바에 머무르며 탈무드를 읽고 논쟁을 펼친다. 논쟁은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식을 입 밖으로 꺼내 부족함을 깨닫고 타인의 의견에 경청하는 습관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공부법이다. 유대인은 이러한 공부법을 통해 통찰력과 분석력, 이해력을 극대화한다. 그들이 후대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무척 단순하다. '남을 이기려 하지 말고 남과 다르게 생각하라. 그리고 남과 다른 사람이 되어라.' 이것이 수천 년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강력한 공동체를 유지하며 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유대인의 공부하는 방식이다.
주체적으로 배우고 관계에 집중하는 핀란드인의 공부법
핀란드는 전 세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조사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매번 선두를 달리지만, 의아하게도 핀란드 학생들은 그 흔한 학원수업이나 과외도 받지 않고 숙제도 없으며 시험도 보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아이들은 모르는 것을 묻고 책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학교에서는 우등생과 열등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며 각자 공부능력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워 가장 적합한 공부 방법을 찾도록 유도하므로 교실에 교사가 없어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아이들은 학급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친구와 협동하는 법을 배우며 공부할 내용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등 능동적으로 공부한다. 교사는 진로의 방향을 조언해주고 수업 진행을 돕는 역할만 할 뿐이다. 핀란드학생들은 일상의 모든 것을 관계도로 표현하는 '아야투스 카르타' 공부법에 익숙하다. 사물이나 현상 자체보다 그것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의미를 탐구하고 유추하는 데 집중하기에 자신이 배운 지식을 사회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늘 고민한다.
정답보다는 과정에 충실한 인도인의 공부법
인도인의 평균 지능지수는 높지 않은 편이지만,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배출한 나라로 꼽혔다. 인도인이 IT 분야에서 약진하는 이유는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이의 의견과 재결합, 재구성, 재해석하는 공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답을 맞히기보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에 인도에는 객관식 시험이 없다. 학생들은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곰곰이 생각하고 서술하는 공부법을 자연스럽게 훈련한다. 이런 방식의 문제 풀이 훈련에 가장 적합한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 잘 알려져 있듯 인도에서는 구구단을 넘어 19단을 가르친다. 두 자릿수 곱셈 법칙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내기 위한 탐구 활동을 한다. 바둑판을 이용해 연산하거나 덧셈과 뺄셈을 응용하는 등 수학을 놀이처럼 여긴다. 인도인은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공부를 지향한다. 정답보다는 문제의 의미와 풀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인도인의 공부법은 사고력을 높이고 생각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