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 리포트
지루하게 길었던 장마가 끝이 났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는다. 50일 넘게 계속된 폭우는 그동안 편리함만을 좇아 살아온 우리에게 지구가 보내온 경고는 아니었을까. 잠시 반성은 접고, 궂은 날씨에 휴가다운 휴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여름 한 철을 실내에만 머물렀다면 지금 소개할 레저에 관심을 가져보자.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내 건강은 물론, 환경을 깨끗하게 해 지구 건강까지 지키는 에코레저가 그것이다
[글 편집실]
"넌 뛰기만 하니? 난 줍기도 해"
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플로깅
플로깅은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에코레저다.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 '플로카웁'(plocka upp)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일컫는다. 플로깅을 단순히 환경정화 운동으로만 보기에는 운동 효과가 꽤 높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 스쿼트 운동 자세와 닮은 데다 쓰레기를 열심히 담을수록 무게가 더해져 일반 달리기와 비교해 칼로리 소비가 많기 때문.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기업에서도 장려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한 SNS를 통해 모임이나 행사도 자주 열리는 만큼 혼자 하기에 어색한 감이 있다면 행사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플로깅을 할 때에는 몇 가지 필수 준비물이 있다. 먼저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가방이나 비닐봉투. 이때 비닐봉지는 종량제 봉투나 재사용하는 비닐봉지를 사용할 것. 환경정화의 목적이 있는 만큼 활동 시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금물이다. 이외에도 쓰레기를 담을 때 손이 더러워질 수 있으므로 집게와 장갑을 꼭 챙기도록 하자. 분리수거장 위치를 미리 알아두면 주운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용이하다. 이때 분리배출을 꼼꼼히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길은 바뀌잖아요" 바다를 깨끗하게 가꾸는 비치코밍
여름철 바캉스 시즌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해변을 거닐어본 경험이 있다면, 바다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무색하게 여기저기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갖가지 쓰레기에 눈살이 찌푸려졌을 것이다. 해수욕장 이용객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더라도 바다는 순환하기에 조류를 따라 표류한 물건이나 쓰레기가 해변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이듬해 해변을 찾을 땐 깨끗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많던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건 걸까? 아마 비치코밍에 푹 빠진 이들의 아름다운 노력으로 다시금 깨끗해진 바다를 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비치코밍이란 해변을 뜻하는 '비치'(beach)와 빗질을 뜻하는 '코밍'(combing)이 합쳐진 말로, 해변을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를 일컫는다. 해양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바다 환경 정화를 위해 비치코밍을 벌이는 활동가들이 늘어났다.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통해 얻은 즐거움을 다시 바다에 환원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비치코밍이 플로깅과 조금 다른 점을 꼽자면, 수거한 플라스틱이나 조개껍데기 등을 재활용해 소소한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2018년부터 매년 '해운대비치코밍 페스티벌'을 열고 해변에서 주운 갖가지 재활용품들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매년 금능 해변과 비양도를 무대로 '바라던 바다' 비치코밍 페스티벌을 연다. 비치코밍을 통해 모아온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참여를 독려한다.
"자전거로 달리는 이 길이 깨끗해지도록" 자전거 라이딩하며 쓰레기 줍는 바이클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환경정화 활동도 있다. 자전거를 뜻하는 '바이크'(bike)와 청소를 의미하는 '클린'(clean)을 조합한 바이클린은 대표적인 친환경이 동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해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평소 자전거 투어에 관심이 있었다면 친구들과 함께 여행지를 선택해 라이딩을 즐기며 동시에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친환경투어 일정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적합할 바이클린은 플로깅과 달리 이동 속도가 빨라 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전거는 없지만 바이클린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면 공유자전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환경에는 관심이 있지만 환경보호 활동이 너무 무겁게만 다가왔다면, 여행을 겸해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바이클린이 알맞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