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
서로에게 '쉼표'가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웃음이 나는 사람들. 달라서 더 끌린다는 세 사람이 잠깐의 짬을 내 티타임을 가졌다. 시원한 차 한 잔, 뜨거운 태양 아래 간간이 불어오는 고마운 바람, 기분 좋은 사람들이 함께한 즐거운 시간. 쉴 새 없이 이어진 유쾌한 수다를 살짝 엿들었다.
[글 박향아 사진 김지원]
'한국가스공사'로 엮인 끈끈한 인연
엮이면 좋은 것들이 있다. 나란히 잘 엮인 굴비가 그렇고, 촘촘하게 엮인 인연이 그렇다. WGC 지원단 김혜영 대리와 사업합리화지원처 사업지원부 신아영 주임, 준법인권경영실 법제자문부 이정민 주임도 한국가스공사에 경력직으로 입
사하면서 특별한 인연으로 엮인 사이다. 김혜영 대리는 영어 통역사로, 신아영 주임과 이정민 주임은 변호사로 각기 다른 일터에서 저마다의 일을 하다가 2018년 7월, 한국가스공사에서 만나게 됐다. 나이도 다르고 부서도 다르지만 같은 날 한국가스공사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끌렸고, 동료를 넘어 '언니 동생'이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회사 내에서의 단단한 관계가 회사 밖에서의 끈끈한 관계로 확장된 것은 김혜영대리와 이정민 주임이 사택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부터다. 아무리 편하고 친하다 해도 '함께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 서로 다른 생활 방식에서 오는 불편함과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김혜영 대리는 서로 다르기에 오히려 더 잘 맞는 동거인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좋아해서 이것저것 취미 생활도 많이 하고 활동적인 데 반해서 이정민 주임은 차분하고 섬세해요. 집에 있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가 '집토끼'라는 별명도 지어줬다니까요. 그런데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언제나 환하게 맞아주는 귀여운 집토끼가 있으니 그게 그렇게 좋은 거예요. 저도 점점 집토끼가 될 만큼 말이죠.(웃음)" 함께 살며 부쩍 가까워진 두 사람의 공간에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당시 갓 결혼해 신혼생활 중이던 신아영 주임. "학원에 다니며 한식전문과정을 수료한 김혜영 대리님이 해주는 요리의 유혹이 신혼의 달콤함보다 강렬했다는 것"이 문턱이 닳도록 두 사람의 숙소를 드나든 이유다. "특히 국물 떡볶이가 기가 막히게 맛있는데, 사실 음식을 먹으며 셋이서 함께 나누는 수다가 더 맛깔나지 않았나 싶어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인연을 만나게 해준 한국가스공사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함께여서 즐거운 집토끼와 고라니와 다크호스
나이는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세 사람은 '언니'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각자의 색깔이 오롯이 담긴 유쾌한 별명으로 서로를 부른다. 앞서 언급했듯 이정민 주임의 별명은 '집토끼', 김혜영 대리의 별명은 '(고)라니'다. '라니'라는 별명을 지어준 이는 집토끼 이정민 주임인데, 작명의 이유가 참 재미있다. "사택 주변에 금호강 공원이 있는데, 거기에 고라니가 살거든요. 저는 대구가 고향이라서 어려서부터 고라니를 종종 봤었는데, 사택 뒤 공원에 고라니가 산다고 했더니,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혜영 대리가 '도시에 무슨 고라니가 사냐'면서 도통 믿지를 않는 거예요. 그런데 얼마 후 둘이서 밤에 공원을 산책하는데 고라니를 목격한 거죠. 그것도 두 마리나. 서울 촌사람이 고라니를 보고 깜짝 놀란 모습이 너무 웃겨서 그때부터 '라니'라고 부르고 있어요.(웃음)" 정겨운 두 사람의 별명과 달리 신아영 주임은 조금 더 세련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얼핏 들으면 '다크호스'라는 별명에 뭔가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이번에도 작명의 이유는 단순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신아영 주임은 두 사람이 사는 사택까지 자주 뛰어오는데, 늘 아래위로 검은 운동복을 입는다는 것. 게다가 뛰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멀리서 온통 검은 물체가 빠르게 움직이면 영락없이 신아영 대리라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신아영 대리를 '다크호스'라고 부
르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때는 누구나 별명 하나씩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별명으로 불릴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셋이 만나면 항상 별명을 부르다 보니, 나이와 상관없이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괜
히 신이 나요." 서로의 별명을 얘기하며 서로를 놀리느라 신이 난 모습이며, 별것도 아닌 얘기에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들이다. 집토끼와 고라니와 다크호스의 즐거운 수다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는 중이다.
언제나 즐거운 우리 세 사람의 수다 타임
"서로 부서가 다르다 보니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주로 만나요. 셋이 함께하는 '단톡방'을 만들어 놓고 점심시간이 될 때쯤 사다리를 타죠. 점심 후 커피 내기 사다리! 예전에는 신아영 주임의 당첨 확률이 높았는데, 요즘 이정민 주임이 부쩍 자주 걸리네요. 오늘도 이정민 주임이 맛있는 과일 차를 샀습니다.(웃음)" 김혜영 대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세 사람이 함께하는 티타임이 회사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업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서로의 응원이 힘이 되고, 좋은 일이 있을때면 가장 먼저 자랑하는 것도 서로라는 것. 그렇게 차 한 잔을 마시며 수다 타임을 갖고나면, 오후 시간을 잘 보낼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특히 지난 6월 이정민 주임의 결혼과 함께 두 사람 모두 사택을 나오게 되면서, 짧은 티타임의 소중함은 더욱 커졌다. 사택을 떠나던 날에는 다시는 함께하지 못할 것처럼 서운함이 밀려왔는데, 세 사람은 여전히 자주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소중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신아영 주임과 김혜영 대리는 종종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에 나서는데, 요즘은 집토끼인 이정민 주임이 합류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는 중이다.
물론 "10분 달리면 30분 쉬자"라는 이정민 주임 때문에 애먹을 때가 종종 있지만 말이다. 세 사람의 전속 요리사였던 김혜영 대리를 대신해 신아영 주임과 이정민 주임이 '오늘의 요리사'를 자처하는 날도 생겼다. 음식의 맛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에 좀 더 의의를 두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택을 나오면서 만든 '여행 통장'의 잔고도 충실하게 늘어가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은 셋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장은 무거워질 테고 그러면 더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세 사람의 시작은 한국가스공사가 아니었지만, 마지막은 이곳이길 바란다. 서로의 성장을 돕는 멋진 동료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좋은 친구로 오래오래 함께하고픈 마음은 세사람 모두의 바람이다. 쉴 새 없이 이어진 세 사람의 즐거웠던 수다 타임.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마지막 인사는 한결같다. "못다 한 얘기는 이따 퇴근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