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환경리포트
화석 연료 고갈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현재 직면해 있는 가뭄, 홍수와 같은 이상 기후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체제 전환이 시급하다. 환경 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연료전지나 수소에너지와 같은 신에너지와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이중에서 조금은 낯선 수열에너지는 해수의 온도 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내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 편집실]
자연의 물에서 에너지를 얻다
수열에너지는 하천수, 해수, 지하수, 하수, 발전 온배수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여름에는 외부 온도보다 낮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의 특성을 이용, 그 온도차를 직접 활용하거나 열펌프로 회수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수열에너지라고 한다.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기존 냉·난방 시스템과 비교해 20~5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냉·난방 모두 연료의 연소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온실 가스나 미세먼지 감축은 물론 여름철 냉방기 실외기로 인한 도심 열섬현상 및 냉각탑으로 인한 소음이나 진동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열원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대규모 열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에 따라 수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 지정했으며, 지난해에는 하천수를 수열에너지로 포함시키면서 수열에너지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수열에너지
북미와 유럽을 비롯해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1980~1990년대부터 수열에너지의 장점에 주목하고 적극 활용해왔다. 미국 코넬대학은 카유가 호수의 심층수를 이용해 학교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하는 사례를 2000년 초부터 운용하고 이를 지역발전 등과의 융·복합 발전으로 스마트그리드(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를 구성, 연간 10억 원의 냉·난방비를 절감하고 있다. 캐나다의 엔웨이브사는 2004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수열발전인 딥 레이크 워터 쿨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연평균 4℃의 온타리오 호수 심층 원수를 냉방에너지로 활용한 뒤 냉각수를 식수로 재사용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약 150개 빌딩이 사용할 냉방에너지를 공급하며, 종전 냉방시설에 비해 전력사용량을 최대 90% 줄이는 획기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유럽에서 수열에너지로 대표되는 나라는 스웨덴으로, 스톡홀름 시는 해수, 하수, 호수, 지하수 등을 활용해 도시 전체의 지역난방 열원의 4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지역 냉·난방에 적용할 수 있는 해수 열원 열펌프 개발을 활발히 추진해 왔다. 이 수열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1991년 도쿄 치바 시에 냉·난방열을 공급함으로써 약 13~23%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뒀다. 또한 현재도 해수 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으며 2030년까지 운용 활성화 및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내도 수열에너지 보급 확대 기대
우리나라에서도 상수와 하수를 이용한 수열 차 에너지를 개발해 활용 중이다.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시는 흐르는 탄천에 유입되는 하수의 열을 이용해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는 수열 에너지를 적용한 국내 최대 건축물이다.
팔당댐으로부터 공급되는 광역상수도의 수열에너지를 빌딩 냉난방에 활용해 전체 냉난방 부하의 약 10%를 수열에너지가 담당한다. 동일 용량의 흡수식 열펌프 운전대비 연간 에너지 사용량의 73.3%를 절약하는 데 이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7.7%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실증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기업 신사옥 및 기관의 지역냉방에도 수열에너지 활용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열을 이용한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되는 데에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상 수열에너지 범위를 종전 해수에서 하천수까지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정부는 광역상수원을 활용해 오는 2030년까지 총 12만7000냉동t(RT)의 수열에너지 개발에 나선다. 내년에 공공시설로는 처음으로 한강홍수통제소에 수열에너지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 대상인 공공 건축물에도 수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수 수요 조사를 하고 설비 보조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2023년부터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대한 정기적인 이행상황 경과보고가 의무화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수열에너지 활용 기술개발 및 보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