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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愛지혜

우리 삶에  친밀한 관계가  필요한 이유

이제 마음만 먹으면 내가 사는 동네는 물론, 지역, 국가를 넘어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IT 기술이 빚어낸 다양한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비슷한 취향이나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을 소개받고 대화할 수도 있다. 이처럼 소통망은 다양하고 세심해졌음에도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외로움을 느낀다. 왜일까?
[글 편집실 참고도서 친밀한 타인들(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사회적 동물, 인간

나 홀로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간은 관계 맺기를 포기하고 사회를 벗어나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인간의 삶에서 친구나 가족, 연인과 같은 소통하고 의지할 사람들이 빠져버린다면 어떤 문제들이 불거지게 될까? 홀로 고립된 삶을 산다면 바로 마주할 수 있는 감정이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대기오염과 마찬가지로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외로움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며 수면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 및 불안, 우울증과 연관돼 있으며 혈압 상승, 심혈관계 손상과도 관련된다. 이외에도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 시스템에 손상을 입히며 치매를 촉진할 수도 있다. 외로움은 마음을 어둡게 하고 판단력을 흐린다. 외로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거절에 상처 입기 쉬우며 경계심과 불안감도 더 크게 느낀다. 또한 스트레스를 더 잘 느끼고 낙관적 시각을 갖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외로움의 가장 흔한 악영향 중 하나는 외로움에 빠져 있는 시간이 길수록 극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진실하고 의미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질적 소유물이나 풍족한 경제 상태보다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

사회적 동물, 인간<

하지만 과거보다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어쩐지 누군가와 마음을 툭 터놓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는 남녀관계에서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선택의 폭이 넓으면 대상의 매력이 희석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선택의 폭이 좁다면 그 각각의 매력이 확연히 다가오지만, 선택지가 너무 많다 보면 각각의 가치를 실감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친구관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불변의 재능이 아니다. 다른 재능들과 마찬가지로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연마된다. 누군가와 친밀해지려면 관계를 맺고, 그 과정을 연습하고 그것이 빛이 나도록 다듬어야 한다. 잠깐이든 장기적이든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그 사람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깨달을 기회를 얻게 된다. 둘의 관계가 잘 형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인간 정신을 탐구하는 과정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다. 감정의 강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감정의 시간적 폭, 다시 말해 감정이 특정한 수준으로 강해지거나 다시 약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 우리의 감정 변화와 사회적 상호작용이 전개되는 시간의 폭은 다양하다. 우리는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관찰하고, 인지하고, 행동하고, 기억하고, 모방하고, 공유하고, 잊어버린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제대로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사람들은 정서적 유형에 따라 저마다 다른 시간 역학을 갖고 있다.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그것은 유전적 구성과 후천적 경험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또한 여기에는 이해와 의지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 답은 평소 얼마나 자주 가까이 지내느냐와 개인별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친밀한 관계에서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 기꺼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만 자신에게든 상대방에게든 넉넉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고 거절당한다고 하더라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또 사랑을 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진정한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 관계에 의해 상처를 입을지라도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친밀한 관계다.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닫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계속 공허할 수밖에 없다.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