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코로나 사태가 잊고 있던 주변 사람들과 다시 이어지게 된 계기가 됐다. 대구에 자리한 직장을 다니는 나의 안부를 걱정해 옛 친구들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친척들과도 연락이 닿게 된 것이다. 나 또한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때를 놓쳐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19를 빌미로 안부를 전할 수 있었다. 이렇게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던 중 한 도서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글 강원지역본부 안전환경부 김여름 주임]
위인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본 인간관계론
저자 데일 카네기는 관계와 관련된 강연으로 저명하며 인간관계의 핸드북을 정립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관계의 바이블, 워런 버핏의 추천도서라는 표지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평생 관계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해왔던 나로서는 인간관계에도 매뉴얼이 있다는 관점이 신기해 구매하게 되었다.
카네기는 '사람을 다루는 기본 방법'에서부터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사람을 바꾸는 방법'까지 각 목적에 따른 세부적인 실천 방법을 소개하고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증명한다.
나는 평소 자기 계발 서적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번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읽을수록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구체적인 사례들 때문이었다. 위인들의 상세한 에피소드를 근거로 대화를 잘하는 방법,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 등 인간관계의 법칙들을 도출해낸다. 이를테면 사람을 다루는 기본방법으로는 비판하지 말 것을 제안하며 남북전쟁 때 링컨 대통령이 관용을 베푼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식이다. 이 에피소드들을 그간의 내 경험에 대입해보며 점점 카네기의 이론에 설득당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관심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라.'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챕터였다. 사소한 관심으로도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문득 입사 1년 남짓 되었을 무렵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회사는 어렵고 어딘지 모르게 싸늘하게 느껴지는 사회였다. 어느 날 창고에서 혼자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다가 손을 베었다. 피가 뚝뚝 흐를 정도로 깊게 베어 구급함을 찾았다.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 속에서 구급함을 찾는데 한 차장님께서 내 상처 난 손을 보시고는 달려오셨다. 나와는 다른 부서로 인사만 드리는 사이였고 평소 무뚝뚝한 분이셔서 의외의 모습에 놀랐다. 직접 지혈제를 뿌리고 밴드도 감아주시면서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셨다. 싸늘하게 느껴지던 사무실이 따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차장님 입장에서는 사소한 관심이었지만 당시 나에게는 아주 큰 위로로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분을 비롯한 사무실 사람들 모두에게 좀 더 애정이 생겼다.
공감과 지지
책에서 말하는 원만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법들은 대체로 일관된 것이었다. 상대방을 격려하고 공감하며 지지하는 언행을 보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법칙을 인지하고 실천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면서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네기의 법칙들을 알게 모르게 실천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카네기처럼 의도적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을 뿐. 내 작은 상처를 치료해주셨던 차장님도 의도한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관심이 내게는 회사와 사람들을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나도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에서 격려와 공감이 벤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의 사소한 언행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경험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관계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다음호 필봉계주 주자는 대구경북지역본부 영덕지사 이민규 직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