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투데이

통화 대신 문자로 말해 전화 공포증(Callphobia)

전화 받기를 공포 수준으로 두려워하는 '콜포비아'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점차 개인주의화 되고 있는 시대의 문제일까,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을 피하려 하는 세대의
문제일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카톡이나 DM 등 문자 대안이 강력하게 자리잡으면서 구어로 소통하는
전화가 멀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콜포비아 현상을 통해 소통 방식의 변화와 콜포비아
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 조연주 미디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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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도입으로 의한 문자 선호 현상

2016년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이 90%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이동통신 산업의 패러다임이 음성통화와 문자로 이루어지던 통신서비스에서 어플리케이션, 모바일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스마트폰의 문자 기반 채널을 통해 더욱 자유롭고 풍성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톡은 이용률이 가장 높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자 소셜미디어이다. 사람들은 점차 문자 기반 커뮤니케이션에 적응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문자를 이용한 세대에게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소통하는 방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 따르면 X세대(1970~1980년대 출생)는 대화의 수단으로 과반(58%)이 통화를 주로 이용했지만, MZ세대(1980~2010년대 출생)는 SNS를 가장 많이 선호(평균 65.5%)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연구한 결과도 이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에서 50대까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문자 선호와 전화 회피수준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지 살펴본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문자를 많이 이용하고 전화를 덜 이용했으며, 문자를 적합하고 효과적으로 여기는 경향도 높았다. 특히, 2030세대와 4050세대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전화 불안 또한 나이가 어릴수록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고, 이는 문자 선호와 강하게 연결돼 있었다.
젊은 세대가 문자 소통을 선호하면서 전화 공포증, 일명 ‘콜포비아(Call Phobia)’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콜포비아란 전화가 오면 불안감을 느끼고 통화가 편하지 않아서 전화하는 것을 피하는 증상을 말한다. 심한 경우 전화벨이 울리는 것만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난다고 한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콜포비아를 고백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이 증상이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콜포비아가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

  • 콜포비아는 주로 어려서부터 SNS와 카카오톡 등 문자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가 많이 겪는다. 이 현상은 수평적 문화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기성세대의 수직적 조직 문화와 충돌하면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불쑥 울리는 전화벨과 그렇게 이뤄지는 상명하복의 통화지시가 기성세대에겐 익숙할지 몰라도 MZ세대에겐 불편한 소통법일 수 있다. 반드시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아도 SNS으로 충분히 연락이 가능한 젊은 세대에게 통화는 합의된 소통 수단이 아니다. 거의 모든 세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의미는 저마다 다르다. 기성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전화기지만 MZ세대에겐 모바일 도구다. 젊은 세대에게 통화는 일방적이며 때론 무례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MZ세대에게 문자 커뮤니케이션과 달리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인 통화는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작동한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화를 꺼리는 젊은 세대를 무턱대고 비판하면 자칫 ‘불편한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젊은 세대들은 전화보다 문자를 통해 더 정돈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고 소통 내용을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어 문자를 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문자의 특징은 메시지 작성에 원하는 만큼 노력을 쏟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에 따라 들이는 인지적 노력과 시간이 달라지고 이는 친밀성, 직접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문자는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대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상대의 언어적·비언어적 메시지에 주목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맥락 전반에 적당히 주의를 배분해야 하며, 적절하게 반응해야 한다. 통화 역시 적절한 시간 안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려면 통화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문자로는 동시에 여러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공간의 구애 없이 다른 일을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문자 소통이 주는 자유도와 통제감은 비동시적 문자 채널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심리학자들은 전화 통화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의사소통의 90% 이상이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 일어난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커뮤니케이션은 시각에 크게 의존한다. 전화는 100% 구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자보다 더 큰 불안을 주는 것이다.

  • 콜포비아 자가진단

    • 전화 온 것을 보고도 모른 척한 적이 있다.
    • 통화 중 말을 더듬는다.
    • 전화 통화 시 긴장감과 불안감이 든다.
    • 전화 통화 시 손과 발 등 몸이 떨린다.
    • 전화를 끊고 나서 혹시 실수한 것은 없는지 곱씹는다.
    • 전화 벨소리 혹은 진동이 들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난다.
    • ‘벨소리 환청’ 증상을 겪는다.
    • 배달음식을 시키는 전화를 걸지 못한다.
    • 직장 내 업무 관련 통화를 걸지 못한다.
    • 전화를 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소통 강박이 만들어낸 공포감

콜포비아는 스마트폰을 통한 텍스트 기반 소통이 익숙한 젊은 층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일찍 접하지 않은 다른 연령층도 콜포비아를 호소하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콜포비아가 세대를 구분 짓는 현상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성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거나 전화로 큰 실수를 하거나 비난받았을 때도 콜포비아가 생길 수 있다. 또 자신이 말실수하는 것은 아닌지,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안 좋게 들리는 건 아닌지, 전화를 거는 시간이 부적절한 건 아닌지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는 경우에도 콜포비아를 겪을 수 있다.
혹시 내가 콜포비아인가 궁금하다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본인이 전화를 걸 때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상대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더 편하게 안도한다면,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를 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낼 명분이 확실해진 상황이 더욱 편하게 느껴진다면 콜포비아를 의심해봐야 한다.
콜포비아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다. 일상에서 시도해볼 방법으로는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상대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나누는 등 짧은 통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반복적인 통화로 불안을 줄여나가며 조금씩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리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 전화 통화에 대한 사전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불안감에 시나리오를 너무 많이 만들거나 지나치게 의지할 경우 사전 시나리오가 없이는 전화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콜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외나 강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전화 응대와 관련한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고, 비즈니스 교육 과정에서 전화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스킬을 훈련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럴 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