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의 팬이다. 부모님이 오래전부터 롯데를 응원하셔서 나도 자연스럽게 롯데의 야구를 접하게 된 것이다. 내가 롯데 야구를 처음 본 것은 로이스터 감독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가르시아 등 이른바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거포 선수들이 많았다. 전성기 시절 롯데의 야구를 보았던 나는 그렇게 롯데 팬이 되었고 애석하게도 그 전성기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2013년, 대학에 진학함과 동시에 야구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당시에 서울살이를 시작했기에 잠실야구장도 처음 가보게 되었다. 롯데가 잠실에서 경기할 때면 동기들을 회유하여 함께 롯데를 응원하러 갔다. 그렇게 동기들을 데리고 야구를 보러 갈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경기는 대부분 졌다. 2013년 롯데에는 홍성흔, 김주찬이라는 두 주축 선수의 전력 이탈이 있었다. 이대호도 일본 진출로 롯데를 떠난 상황에 두 선수의 부재는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롯데는 그렇게 2013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롯데의 암흑기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2014, 2015, 2016년은 롯데 암흑기의 전반전이었다. 3년 동안 7위, 8위, 8위라는 순위를 기록하였다.(참고로 2014년까지는 KBO리그에 총 9개 구단이 있었고 2015년도부터 KT위즈가 합류하며 총 10개 구단 체제가 되었다.) 결국 3년 연속 롯데 밑에는 두 팀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롯데의 가을야구를 보지 못했다. 대학교 동기들의 연고지 팀들이 가을야구에 가고 우승을 하며 행복해할 때 나는 그저 내년을 기약하고 있었다.
2017년은 롯데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해다. 거인의 자존심 이대호가 국내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짧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는 롯데를 우승시키겠다는 포부를 다지며 롯데로 복귀했다. 2017년도 전반기의 롯데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후반기 롯데는 안정된 5선발 체제와 든든한 마무리 손승락, 그리고 이대호를 주축으로 한 타선에 힘을 업고 정규리그 3등으로 시즌을 마무리하였다. 시즌이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상승하는 성적과 5년 만에 하는 가을야구에 나를 포함한 많은 롯데 팬들은 들떠있었다. ‘오랜만에 롯데가 일을 내는구나’ 하는 기대에 내 카톡 프로필 사진은 한동안 롯데 자이언츠였다. 하지만 5년이란 긴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롯데의 가을야구는 단 5경기 만에 끝났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은 컸고, 2017년 롯데 팬들은 아주 짧은 단꿈을 꿨다. 그러고 롯데는 암흑기의 후반전에 들어서게 되었다.
2018부터 2022년까지 롯데의 순위는 7, 10, 7, 8, 8위였다. 참고로 총 10개 구단 체제는 유지되고 있었으며 2019년에는 꼴찌란 뼈아픈 경험을 했다. 5년간 롯데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롯데의 전성기를 함께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손아섭, 강민호는 FA때 타팀으로 떠났고 이대호는 결국 롯데의 우승을 함께 하지 못하고 2022년에 은퇴하였다. 대한민국의 대표 4번 타자가 있는데 결국 그 선수와 함께 우승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야구는 정말 팀플레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2023년, 롯데는 이상하리만큼 승승장구 중이다. 이대호라는 주축 선수가 은퇴하였지만 스토브리그 때 새로운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을 영입하였다. 수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인 동시에 롯데가 유독 약했던 포지션이기도 했다. 두 선수의 영입은 롯데에 큰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 롯데의 젊은 투수들을 유강남이 잘 리드하고 있고, 노진혁도 안치홍과 함께 든든한 키스톤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요즘 롯데의 특이한 점은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 없이 팀이 3등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투수, 타자별 WAR 순위를 보면 롯데 선수들의 이름은 찾기 힘들다. 각자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해주다 보니 팀플레이로 현재의 성적을 유지 중이다. 요즘 롯데 팬들은 롯데의 분위기를 ‘기세’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고 이기고 있으면 끝까지 잘 지켜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처럼 장타가 많이 나오는 야구는 하지 않지만, 여태껏 롯데가 잘 보여주지 못했던 뛰는 야구, 탄탄한 수비 등을 보여주고 있다. 매년 올해는 다르다고 얘기하며 10년째 속고 있지만, 정말 올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여름이 왔지만 롯데는 여전히 1등에 가까운 3등을 유지 중이다.(2023년 6월 5일 기준) 롯데는 이 기세를 몰아 올여름 더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올해 잘하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롯데의 우승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호 필봉계주를 이을 주인공은
경영지원처 급여복지부 백인근 직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