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은정 사진. 김범기
지름이 수 미터나 되는 중대형 배관인 가스공급 배관은 사고를 방지하고 지상의 사용 공간을 줄이기 위해 대개 지하에 매설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식, 균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부식, 균열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KOGAS는 인텔리전트 피그(Intelligent Pipeline Inspection Gauge) 기술을 활용해 땅속 깊숙이 매설된 배관을 굴착 작업 없이 안전하게 점검, 검사하고 있다.
인텔리전트 피그는 배관 내부에 완전히 밀착한 상태로 삽입돼 전, 후단의 압력 차이로 주행하며 배관을 청소, 검사하는 장비다. 주행할 때 돼지 울음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해 피그(pig)라고 이름 붙였다. 피그는 종류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폼(Foam) 피그, Bi-Di(Bi Directional) 피그, 지오메트리(Geometry) 피그, 누설자속(Magnetic Flux Leakage) 피그 등이 대표적이다. 폼 피그는 최초 배관 상태를 점검하고 메인 피그가 배관을 통과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이와 함께 배관 내 이물질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수분이나 분진 일부를 청소한다. Bi-Di 피그는 배관 내에 철 가루나 분진 등의 이물질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기능을 한다. 지오메트리 피그는 배관 내경이 달라졌거나 찌그러짐, 덴트(dent), 벤드의 곡률 반경 등 배관의 물리적 변화를 진단하고, MFL 피그는 피그 전, 후단에 설치한 영구 자석의 누설 자속량으로 배관의 부식, 변형 등의 결함을 검사한다. 지오메트리 피그는 부식을 제외한 모든 물리적인 변화와 상태를 파악하고, MFL 피그는 부식 여부를 중점적으로 진단한다는 게 둘의 차이다.
현재 피그는 센서 시스템, 데이터 처리 및 획득 시스템을 탑재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배관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검사용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ILI(In-Line-Inspection) 피깅은 이 검사용 피그를 주행시켜 배관 내부의 물리적 결함과 부식 여부 등의 이상을 진단하는 것으로, 폼, Bi-Di, 지오메트리, MFL 피그 순서로 진행한다.
KOGAS는 주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ILI 피깅을 진행하고 있다. ILI 피깅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진행하는데, 만약 피깅 후 20% 부식을 확인하면 계획을 세워 수리를 진행하고 80% 남짓한 부식을 확인하면 그 즉시 교체를 진행한다.
이 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6월, KOGAS 평택기지본부에서 평택LT~남동GS 구간에 대한 ILI 피깅 작업이 이루어졌다. 폼, Bi-Di, 지오메트리 피그 관련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후, 15일에는 ILI 피깅의 마지막 단계인 MFL 피그를 배관에 삽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오전 7시 30분, 이 작업을 위해 공급기술운영부를 비롯해 관로보전부, 설비운영부, 안전부, 한국가스기술공사의 공급기술부 ILI파트, 경기지역본부 기계반 등 6개 부서 20명이 함께 모였다. 안전 펜스를 설치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다음 이날 작업에 대해 공유하고 ‘안전 작업 좋아, 좋아, 좋아!’ 안전 구호를 외침과 동시에 작업을 시작했다. MFL 피깅은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순조롭게 이어졌다. 가스 벤트 작업이 완료되자마자 피그 트랩의 뚜껑을 열었다. 그동안 피그 내 세팅이 완전한지 테스트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같은 준비 작업을 완료한 후 피그를 트랩 안으로 넣고 뚜껑을 닫았다. 이후 피그는 1초에 2.5m씩 배관 내에서 주행해 약 10시간 후에 남동GS에 도착하게 된다.
공급운영처 공급기술운영부 조동환 과장은 “ILI 피깅 작업은 내재한 배관 결함을 선도적으로 조치하는 과정”이라면서 “파악할 수 있는 결함을 미리 찾아내어 선도적으로 계획, 보수함으로써 안전과 직결되는 배관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텔리전트 피그는 현존하는 배관 검사 기술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굴착 작업 없이 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고 검사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 KOGAS는 인텔리전트 피그 도입 이후 2017년까지 약 2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이에 KOGAS는 현재 피깅 작업이 어렵거나 불가한 구간에 대해서도 배관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꾸준히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