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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은 왜 수소가 필요한가?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다배출 업종 중 하나이다. 이러한 철강산업이 탄소배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석탄에서 수소로 전환이 이루어지기에 앞서 천연가스가 그 대안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석탄산업의 에너지 전환을 살펴 본다.

글. 김영훈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장기 천연가스 수요 전망 결과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2050년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소는 5.5억 톤에 이른다.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산업계에서 2.2억 톤, 트럭 및 선박 등 운송용으로 2.1억 톤, 천연가스 혼소 등 발전용으로 1억 톤, 빌딩 등 기타 수요가 3천 톤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수소 정책이 운송 및 발전용에 집중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 청정수소의 가장 큰 수요처는 산업용이다. 산업용 수소 공급에 성공해야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수소 글로벌 수요 전망(백만 톤)

분야 세부 분야 2020 2030 2050
산업용
(수요산업별)
철강 5 19 54
시멘트 - 2 38
화학 46 63 83
정유 36 25 8
기타(가열로 등) - 9 38
발전용
(연료별)
수소 - 43 88
암모니아 - 8 13
운송용
(연료별)
수소 - 11 106
암모니아 - 5 56
합성연료(메탄올 등) - 8 44
총수요 87 8 44

자료 : BNEF 및 IEA 자료를 기반으로 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정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철강산업의 수소 활용이 필수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로의 공정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철강산업에서는 ‘고로’라고 불리는 대형 용광로에 철광석(Fe2O3)과 석탄(C)을 넣어 1,500℃ 이상의 고온을 통해 철광석을 녹이고 있다. 이를 통해 철광석에 붙은 산소를 분리(환원과정)하고 철강재 가공에 사용되는 선철을 생산한다. 하지만 환원제로 석탄(C)을 사용하면서 조강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이산화탄소(CO2) 2톤이 배출되는 상황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 이외의 환원제가 필요한데 수소(H2)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것이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가 철광석에서 분리된 산소와 결합하면서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H20)이 배출되기 때문에 탈탄소 제철공법으로 전환되는 구조이다.

수소 환원과 석탄/일산화탄소 환원반응 비교

자료 : 포스코 뉴스룸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것이 아주 간단한 변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제철공법의 근본적인 전환을 야기하는 대전환이다. 첫째, 제철소의 상징인 고로가 사라지는 것이다. 고로는 철광석과 석탄을 동시에 녹여 용융과 환원을 동시에 발생시켜 효율성을 최대화한 공정인데 석탄이 없어지니 고로방식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의 근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철강업계의 인식 변화까지 성공해야 수소를 도입할 수 있다. 둘째,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제철용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대용량 공급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데 수소는 파이프라인을 깨지게 하는 취성의 성질이 있다. 전용 파이프라인 설치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며 규모의 경제를 위해 수십조 원의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투자는 단일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해서는 천연가스의 가교역할이 중요

결국 수소환원제철로의 본격적 전환 전에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현실적인 전략이 검토되어야 한다. 가교(Bridge) 기술로 천연가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환원제로 석탄이 아니라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제철공법은 상용화되어 있다. 천연가스 기반의 환원제철공법을 도입한 후 수소를 단계적으로 혼입하는 모델은 100% 수소환원제철로 전환 전 경제적인 모델로 의미가 있다. 수소를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또한 천연가스망을 활용하고 수소를 20%까지 혼입하는 모델을 추진한다면 인프라 투자 비용이 절감된다. 그린수소가 아니라 천연가스 기반의 블루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모델도 그린수소 환원제철 도입 전 현실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초기에 천연가스 인프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느냐가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과 탄소중립 로드맵을 이행하는 성공방정식이 될 것이다.

철강산업의 수소 사용은 탄소중립 시나리오 이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전환 모델이 필요하며 천연가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철강업계와 천연가스업계, 그리고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종합적인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