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며 도로를 따라 질주하다 보면 흐르는 땀도, 터질 듯한 허벅지의 고통도 견딜 만해진다.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자유롭다. 이 같은 자전거 라이딩의 매력에 빠진 ‘가스라이더’들이 낙동강을 따라 대구 본사로 향한다.
경남 창녕군 남지수변공원.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따가운 한낮의 햇살 아래서도 공원의 꽃과 나무들은 영롱한 초록 기운을 잃지 않았다. 각자의 자전거를 한쪽에 가지런히 정차한 후 공원 끄트머리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낙동강을 따라 잘 조성된 아름다운 공원 풍경을 보며 이번 라이딩을 추진한 부산경남지역본부 설비운영부 배종환 과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쉼 없이 달려온 보람이 있네요. 라이딩하면서 마주한 풍경도 정말 아름다웠는데, 이 공원의 꽃과 나무들도 정말 파릇파릇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혹은 느리게 달리면서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자전거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이번 라이딩은 부산경남지역본부에서 출발해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 양산, 밀양, 청도, 경산을 거쳐 대구 본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길로 1박 2일 여정이다. 배종환 과장을 비롯해 같은 부서의 이태성 차장, 김동복 과장, 안도형 과장이 함께했다. 라이딩 중에 김해~화명~양산, 그리고 밀양~부북~매전~금천~경산~대창에 이르는 가스 배관을 만날 수 있다.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길을 따라 달려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100km가 넘고 군데군데 험난한 고개가 있어 쉽지 않은 길이지만, 낙동강 가스 배관 길을 따라 함께 달릴 수 있다는 특별한 의미로 도전하게 됐습니다.” 배종환 과장은 이번 라이딩을 계획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여정을 함께한 이들의 공통분모는 자전거 동호회 ‘가스라이더’ 회원이라는 점이다. 5년 전부터 자전거를 시작한 안도형 과장은 순전히 몸 하나로 모든 걸 해내는 성취감에 점점 더 빠져들었고, 자전거를 시작한 지 불과 1, 2년이 채 되지 않은 김동복 과장은 출퇴근 동안 30km가량 라이딩을 하는 것이, 이젠 일상이 됐단다. 이처럼 제각각 자전거를 시작한 동료들이 모여 ‘가스라이더’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태성 차장은 ‘자전거는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에도 좋아 자기관리에 안성맞춤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또, 동호회 회원 중 한 명은 하루 15km가량 라이딩을 즐기면서 고혈압약을 더는 먹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라이딩에 느끼는 매력이 모두 다르듯이, 이들의 목표도 제각각이다. 안도형 과장은 국토 완주를 꿈꾸고, 이태성 차장과 김동복 과장은 몸을 좀 더 가볍게 만드는 게 목표다.
이번처럼 함께하는 라이딩에서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단다. 아름다운 풍경을 충분히 즐기면서 달리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에 맞추는 게 아니라 가장 느리게 달리는 회원의 속도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 “앞 사람의 뒷바퀴와 자신의 앞바퀴 사이에 바퀴 하나 정도의 공간을 유지하고 서로를 믿고 배려하면서 달리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모두 안전하게 라이딩을 즐기면서 아름다운 주변 풍경도 놓치지 않으니까요.”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 이들은 다시 여정에 오르기로 한다. 대구 본사까지 180km에 달하는 여정의 중심인 낙동강 자전거길은 라이딩하는 이들에게 가장 험한 코스로 통한다. 이 중에서 오늘은 115km를 달려서 창녕군 영아지고개, 의령군 박진고개를 넘어 합천 부근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70km를 더 달리면 대구 본사에 도착할 수 있다. 남지수변공원까지 70km를 달려왔으니 앞으로 40km 정도 더 달려야 한다. 그런데 남은 코스가 만만치 않다. 14.7km에 달하는 영아지고개는 임도 5km를 포함하고 있고, 박진고개는 최대 경사도가 13%로 가팔라 어쩌면 ‘끌바(바이크를 끌고 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박진고개 정상에 서면 낙동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치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막 출발하려는데, 배종환 과장이 자전거 타이어에 구멍이 난 걸 발견했다. 당황하지 않고 즉석에서 바로 다른 타이어로 교체하면서, 자전거 라이딩이 쉽게 보여도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페달을 밟다가 헛디디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해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자전거는 아주 위험하진 않지만 방심하면 아주 위험해질 수 있어요. 헬멧, 고글, 마스크, 장갑, 후미등 같은 장비를 반드시 챙겨야 하고, 장거리 라이딩에 도전하려면 평소 부품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정비해야 하죠. 안전하게 타야 오래도록 즐길 수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입문자라면 무조건 비싼 자전거를 구매하기보다 자신의 신체조건, 주행 환경과 목적 등을 따져서 선택하길 바랍니다.”
타이어 교체를 마치자, 가스라이더들은 다시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자~ 또 신나게 달려봅시다!”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호흡만으로 잠영하는 스포츠, 프리다이빙. 숨을 조절하며 아름다운 물속을 유영하다 보면 낯선 느낌은 사라지고 자유로움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 뒤에 따라오는 자신감과 성취감은 덤. 물속에서의 이 경험은 얼마나 특별할까.
금요일 오전 9시. 모처럼 휴가를 낸 ‘찐’ 멤버들이 함께 모였다. 인천기지본부 금나래 주임과 평택기지본부 한수민 주임, 그리고 친구 고서림, 우성엽 씨에 박영우 강사까지. 이들의 목적은 하나, 프리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다. 전국 각지에 프리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경기도 용인에 있는 딥스테이션을 선택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국내 최대 36m의 수심을 자랑하는 데다, 무엇보다 구간별 이색 테마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어 다이버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프리다이빙은 수중에서 호흡 장비 없이 무호흡으로 다이빙하는 활동이다. 숨을 참으면서 수중을 즐기므로 스노클링이나 스킨스쿠버다이빙과는 다르며 오히려 해녀의 잠수와 비슷하다. “숨을 참거나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물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아니까 무섭지 않아요. 또, 버디와 함께하니 안전하고요. 마치 물속에서 요가를 하는 것처럼 자유롭고 느긋하게 힐링이 됩니다.” 금나래 주임은 프리다이빙의 매력이 물속에서의 자유에 있다고 말한다. 산소통 같은 장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유영하면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낀다고.
금나래 주임은 2018년 일본 오키나와 여행에서 스노클링 체험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바닷속 풍경에 빠져들었다. “가이드가 해녀처럼 숨을 참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바닥에 있는 불가사리를 집어서 보여줬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수심 10~20m 정도만 깊이 들어가도 수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해양생물이며 수중 지형을 볼 수 있거든요. 그 아름다움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바닷속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것이 프리다이빙으로 이어졌다. 박영우 강사는 금나래 주임의 강사이자 버디로 인연을 맺었다. 물속에서는 수심에 상관없이 언제든 누구나 사고를 당할 수 있으므로 안전과 재미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디와 짝을 지어 프리다이빙을 해야 한다. 개인의 기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유능한 버디와 함께하면 심리적 안정을 얻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프리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프리다이빙의 매력에 빠진 금나래 주임은 입사 동기인 한수민 주임에게도 함께하자고 추천했다. “나래와 저는 보건관리자라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수적으로 많지 않아 금세 친구가 됐어요. 본부가 달라도 교육받을 때마다 만나게 되어 더 친해졌죠. 저는 원래 물을 좋아하고 수영도 배웠던 터라 프리다이빙을 해보자는 말에 곧장 도전하게 됐습니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이후 금나래 주임의 친구인 우성엽 씨와 고서림 씨도 합류하면서 이른바 프리다이빙 ‘찐’ 멤버가 됐다고. 특히 고서림 씨는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동안 제주 바다의 매력에 푹 빠졌기에 프리다이빙이야말로 제주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내 몸으로 온전히 바닷속을 누빌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또, 숨을 오랫동안 참거나 잠수 깊이 등의 한계를 조금씩 깰 때마다 희열을 느껴요. 물속에서 더 자유로워진다고나 할까요.”
프리다이빙은 교육을 통해 라이센스를 획득해야 즐길 수 있다. 다이빙협회 별로 라이센스 발급 기준과 이름은 조금씩 다른데, PADI를 기준으로는 베이직-프리 다이버-어드밴스-마스터 레벨로 나누어지며, 배우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프리 다이버 레벨이 되어야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길 수 있으며, 압력 평형(이퀄라이징)에 잘 적응하면 2회만 해도 웬만큼 즐길 수 있다. “프리다이빙은 한숨에 30초에서 1분, 길면 2분 정도 호흡을 조절하며 바닷속을 경험하는 스포츠예요. 위에서 아래를 찬찬히 살피면서 바닷속 전체를 조망하는 기분은 정말 색다를 겁니다.” 박영우 강사는 프리다이빙은 배우면 배울수록 더 빠져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간이 지나자 딥스테이션은 다이버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금나래 주임을 비롯해 이들은 제각각 수영복과 웻수트로 갈아입고 서로의 버디가 되어 프리다이빙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영우 강사는 버디로 또, 이들의 프리다이빙 모습을 근사하게 찍는 수중 사진 촬영가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프리다이빙을 두어 시간 하고 나면 정말 배가 고파요. 기진맥진할 정도죠. 그럴 때는 함께 맛난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오늘은 근처 우렁쌈밥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에요.” 든든한 계획을 밝힌 금나래 주임은 다시 숨을 고르며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