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에게 ‘우주’라는 곳은 상상 속에서나 가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화성의 로봇 마을, 소행성을 채굴 중인 탐사로버, 우주복을 입은 우주여행자 등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준성 연구원이 처음 우주를 마주한 건 중학생 때 우연히 본 뉴스에서였다. 화성에 착륙한 마스 패스파인더(Mars Pathfinder)의 소식이 대대적으로 다뤄지고 있던 화면 속 탐사선의 모습은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에 대한 원대한 꿈이나 로망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그는 상상 너머의 우주보다 눈 앞에 펼쳐진 논밭 풍경이 익숙했던 데다,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훗날의 자신도 막연히 어떤 분야의 기술자가 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수험생 시절 들려온 항공우주산업의 희소식이 그의 마음을 또다시 흔들어 놓았다. “대학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로켓엔진 발사체인 KSR-Ⅲ 발사,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초도 비행 등 경사스러운 소식이 연달아 터지더라고요. 항공우주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항공우주공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어릴 적 뉴스로 보았던 탐사선 착륙 장면부터 고민 많던 시기에 알게 된 한국 우주항공산업의 비전까지. 어쩌면 그를 이곳으로 당긴 건 우주가 먼저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 연구원은 소형 발사체 연구에 매진 중이다. 2018년 누리호 시험 발사 당시 소형 발사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5톤 정도의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누리호와 달리 소형 위성 발사에 대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이날 이 연구원을 만난 금산군 추부면에서 시험 발사를 목전에 둔 소형 발사체를 볼 수 있었다. 이름이 아직 붙여지지 않은 이 발사체는 수직이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m 정도 이륙한 후 다시 수직으로 내려오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엔진을 조절해 다시 복귀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경험이 많지 않은 기술이기에 대형 발사체에 도입하기 전, 소형 발사체로 기능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우선이란다. 또 하나 누리호와의 차이점은 액체산소와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우리는 우주시대에 한 발 가까워졌다. ‘우주경제’ ‘뉴스페이스’ 등의 단어가 등장한 것도 상상에서 그치던 일이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쿠팡의 로켓배송이 진짜 ‘로켓’ 배송이 될지도 모르겠단다.
누리호 1차 발사 이후 소형 발사체에 매진한 지 올해로 4년이 되었다는 그는 항공우주 연구원으로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곧 생길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그의 시선 끝에 발사를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이름 없는’ 발사체가 닿았다. 그리고 그 시선 너머로 벌써부터 별빛 찬란한 우주가 펼쳐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