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섬의 공포’ ‘제주도 물 부족에 제한 급수 비상’ 등 제주가 물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도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데다, 경사도가 심한 지형 탓에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많다. 게다가 관광객과 유입인구 증가 등으로 물 부족 현상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상수도 대부분을 지하수 저장량에 의존하기에 물 한 방울이 귀한 가운데 KOGAS 제주LNG기지가 특별한 발자취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는 –162℃의 액화 상태로 우리 기지에 들어온다. 액체 상태로 들여온 것을 가스 상태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부분 해수를 이용해 기화 작업을 거치게 된다. 반면, 제주에서는 KOGAS 최초로 공기식 기화기를 설치해 상용화하고 있다. 공기식 기화기의 원리는 액화 상태의 LNG를 대기 중의 공기와 간접접촉시켜 열교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온도 차로 인해 기화기 표면에 얼음 덩어리가 맺히게 되는데, 이는 열교환 효율을 떨어뜨리기에 아이싱을 녹이는 작업을 수시로 해야한다. 제주LNG기지 김준범 차장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제주LNG기지에는 총 16개 셀의 공기식 기화기가 있어요. 여기에서 나오는 응축수 양은 하루에 적게는 30톤, 많게는 100톤 정도예요. 특히 제주도는 여름에 습도가 높아 물이 더 많이 나오거든요. 그저 땅으로 뚝뚝 흘러가는 물을 보면서 ‘재활용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가장 먼저 응축수가 떨어지는 곳에 집수조를 설치하고, 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에 모인 물은 배관망을 통해 집수정에 모이게 되고, 이송펌프를 활용해 정화설비를 거쳐 용수탱크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기존에 상수도를 보관하던 용수탱크에 현재는 응축수가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일련의 응축수 활용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제주LNG기지에서는 연간 12,000톤가량의 물이 재활용되고 있다. 그중 7,500톤은 기지 내 소화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쓰이는데, 상수도를 끌어쓰던 양을 100% 자급자족하고 있는 덕분에 비용 또한 연간 2,500만 원 정도 절감했다.
지난 6월 14일 제주LNG기지에서 애월읍에 위치한 한 농가의 요청을 받고 급히 길을 나섰다. 지하수 의존도가 높은 제주 농가는 지하수 배급에 문제가 생기면 농사일에 직격탄을 맞는다. 이날은 농수 관정이 고장 나는 바람에 취나물 밭에 물을 주지 못해 시름에 잠긴 지역민이 SOS를 요청한 것이다. “재활용된 응축수로 농수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는 애월읍과 MOU를 체결했어요. 물 공급에 애를 먹는 지역민이 애월읍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면 애월읍이 농민과 저희를 연결을 해 주는 거죠. 지역민의 애로사항을 접수한 후 필요한 만큼의 물을 싣고 농가로 출동합니다.”
이날 제주LNG기지가 애월의 취나물 밭에 지원한 물의 양은 약 100톤 정도이다. 뙤약볕 아래 갈증을 호소하던 취나물들은 KOGAS가 뿌려주는 시원한 물을 흠뻑 즐기며 짙은 초록빛을 더해갔다. 농가로서는 지난해 귤 농장에 이어 두 번째이며, 지역 내 건설현장도 찾아 비산먼지 저감에 힘을 보탰다.
제주LNG기지에서는 지역의 위기를 함께 헤쳐나감으로 인해 또 하나의 경사를 더 안게 되었다. 지난 5월 ‘글로벌 ESG 경영대상’에서 환경 분야 우수기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도전성, 혁신성, 파급효과 등 지속발전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응축수 활용 시스템의 첫 단추를 끼웠던 김준범 차장은 “응축수가 배수로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저 물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KOGAS를 대표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애월읍 취나물 밭 일대에 긴급 농업용수를 지원했는데, 그날 밤 이장님에게 감사 전화를 받았어요. 저희의 작은 노력이 KOGAS의 친환경적 발걸음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네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의 선례를 남긴 제주LNG기지를 기점으로 KOGAS의 물 재활용 사업은 더욱 확대될 계획이다. 현재 5개 기지 빗물 재이용 시설 설치를 검토 중이며, 제주LNG에서는 응축수를 생활용수로도 활용하기 위해 정화장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