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영훈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첫째, 수전해 수요가 2021년 이후 3년 연속 더블링 실적을 기록할 것이다. 블룸버그는 2021년 0.46GW 규모였던 수전해 장비 선적 규모가 2022년 1.22GW, 2023년 3.76GW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초 러-우전쟁이 발발한 이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화석연료 시대가 연장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우려와 다르게 그린수소 시대로 직행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수전해 기술도 알카라인 방식이 주춤하고 고분자전해질(PEM) 방식이 부상하는 등 시장재편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소 생산을 신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2023년을 급성장하는 수전해 시장에 참여하여 정부로부터 금융지원도 받고 사업 경험도 쌓고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유럽이 가장 유망한 테스트베드 시장이 될 것이다.
둘째, 북미와 아시아 국가의 천연가스를 활용한 블루수소사업 소식에 주목해야 한다. 러-우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지만 많은 기관에서 2025년 이후에는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미는 천연가스 가격이 낮고 CO2 매립공간이 풍부하고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사업에 정부가 지원까지 하고 있으므로 블루수소의 매력적인 생산국가가 되고 있다. 아시아는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하고 해외로부터 수소를 수입할 경우 운송비용 부담 때문에 국내에서 액화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수소를 생산하고 CO2를 국내외에 매립하는 블루수소가 주목을 받을 것이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저탄소 연료로 천연가스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 블루수소 생산으로 확장하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셋째, 장기 대형 수소생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의사 결정 소식이다. 2022년까지 다양한 수소사업 MOU가 발표되었지만, 실제 장기계약 체결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2023년부터 발전 및 산업용 수소를 중심으로 대형 장기계약 뉴스가 들려올 것이다. 가장 주목할만한 계약은 일본 발전사 JERA가 석탄 혼소발전을 위해 10년 동안 매년 암모니아 50만 톤을 수입한다는 계약인데 2023년에 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의 신생 철강업체 H2GreenSteel은 2022년에 BMW 등 20개 고객사와 그린스틸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2023년에는 그린스틸을 생산하기 위한 그린수소 공급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그리고 2023년에는 독일정부가 H2Global이라는 재단을 통해 6개 국가에 진출한 그린수소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공고한 10년 수소 수입계약의 첫 번째 공급업체가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나비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IRA를 통해 미국 내 청정수소 생산에 최대 3달러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2025~2027년에만 200만 톤 이상의 수소 생산 계획이 발표되었다. 상업운전 2년 전에 투자 의사결정을 해야 함을 감안할 때 2023년에 최종 투자결정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특히 IRA법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수소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2023년 상반기에 미국에서 생산한 수소를 국외로 수출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청정수소 수출 프로젝트에도 지원한다면 더 많은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릴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수소 생산 및 수출을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검토했던 기존 국가들로 하여금 IRA에 버금가는 지원정책을 발표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투자자금을 유치해왔던 호주와 캐나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유럽은 2030년까지 1천만 톤의 그린수소를 역내생산하고 1천만 톤은 호주, 남미, 중동에서 수입할 계획이었지만 IRA 영향으로 미국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EU 내에서 생산을 검토했던 업체들이 미국으로 이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IRA에 대응하는 강력한 정책지원을 검토할 것이다. 2023년에는 IRA의 나비효과를 주목하고 우리나라도 글로벌 수소 공급망 점검 등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소 수출 및 수입 인프라에 대한 투자 계획, 특히 암모니아 수입 터미널 및 개질 설비 투자에 대한 뉴스를 주목해야 한다. 수소 생산 글로벌 프로젝트의 45%는 수출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수소를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있는 물리적 인프라, 특히 수소의 운송수단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를 처리하는 터미널이 부족하여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2023년에는 에어프로덕트가 독일의 함부르크에 암모니아 수입터미널을 건설하고 로테르담항만공사가 암모니아 터미널 및 개질 설비에 투자하는 등 암모니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암모니아 처리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2023년을 기점으로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고 비판받았던 수소사업들이 실제로 투자까지 이어지고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실체가 있는 프로젝트 및 장기계약들이 확대되는 만큼 상세한 사업모델 및 계약구조, 참여기업 및 정부의 역할 등을 상세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상기 5대 뉴스가 수소사업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업화 의지를 자극하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