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은정 사진. 박재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7번 국도 해파랑길. 그중에서 영덕군에 속하는 64km 구간은 ‘블루로드’라 부른다. 쪽빛 파도를 따라 걷다가 강구항에서 살이 꽉 찬 대게까지 먹는 게 힐링 포인트. 김석중 차장 가족이 그 행복 가득한 바닷길로 향한다.
김석중 차장이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대구로 가족이 모두 이사한 지 이제 1년 남짓. 태어나서 수십 년을 서울 토박이로 살다가 삶의 터전을 바꿀 용기를 낸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다.
본사가 대구로 이전한 2014년부터 2021년 말께까지 김석중 차장은 대구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서울에서 지내며 7년여를 서로 떨어져 살았다. 아내의 일터가 서울에 있고,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주중에는 아내 홀로 육아를 책임지고, 주말에 김석중 차장이 집에 오더라도 피곤하고 지쳐 내내 잠만 자게 되는 생활이, 서로 좋을 리 만무했다. “2021년 말에 가족이 모두 대구로 이사했어요. 이후 삶이 달라졌죠. 낯설어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웬걸, 진작에 대구에서 함께 살 걸 싶더라고요.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행복뿐만 아니라, 대구의 매력도 알게 됐어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내와 아이들에게 고마워요.” 여기에, 아들 재원이의 초등학교 졸업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의미도 더해졌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당일치기 여행만 다녔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는 김석중 차장은 이번에 특별히 1박 2일 일정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게를 배불리 먹는 알찬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의 시작점은 삼사해상산책로다.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간 233m 길이의 산책로로, 해수면 가까이 낮게 조성돼 있어 바위에 파도가 부딪치는 모습과 소리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닷바람이 아직 쌀쌀한데도 재원이와 지원이는 산책로를 따라 바다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도달하면 발아래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투명 바닥이 있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아 다시 입구로 나오자 이번에는 주변의 바위에 앉아있던 갈매기 떼가 이들을 발견하고 가까이 날아든다. 짐짓 새우과자 주기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너무 많은 갈매기가 한꺼번에 달려들까 봐 아쉽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그래도 재원이와 지원이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 갈매기가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한다.
“여행을 다니면 아이들이 계절을 알고 변화에 민감해지는 게 좋아요. 바다색이 계절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산이 어떤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지, 그 꽃이 언제 피는지 등 세밀하게 느끼고 살피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아내 준희 씨는 이것이 자연으로 들어가는 여행의 힘이라고 말한다.
다음 코스는 강구항이다. 강구항은 우리나라 최대 대게 집산지로, 약 3km에 달하는 영덕대게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가게마다 대게를 찌는 수증기가 몽글몽글 하얗게 피어오르고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가족은 대게를 사러 가기 전, 해파랑공원에 먼저 들른다. 연안을 매립해 만든 해파랑공원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커다란 금빛 대게 조형물.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밖에 커다란 로봇, 산타, 철제 조형물들이 곳곳에 있고, 밤에 조명을 켜면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드디어 맛난 대게를 사러 출발!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이고 그중 2~3월에 가장 맛있다. 이들은 해파랑공원 가까이에 있는 동광어시장으로 향한다. 싱싱한 대게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고 인심 좋은 가게주인과 가격 흥정까지 할 수 있다. 대게는 다리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중에서도 배가 단단하고 거무스름한 내장 색이 비치면서 다리 색이 밝은 것으로 고르면 BEST! 이들 가족은 두어 곳에 가서 대게를 직접 비교해 보고 가격을 흥정한 후 다시 맨 처음 들른 가게로 돌아와 씨알이 굵고 속이 꽉 찬 대게 두 마리를 산다. 거기에 인심 후한 가게주인이 새조개 등을 덤으로 넉넉하게 보태준다.
“대게를 쪄서 오늘 밤 머물 캠핑 장소로 갑니다. 고소하고 맛있는 대게를 배불리 먹으며 불멍할 생각하니 벌써 설레네요. 재원이가 불을 잘 피웁니다. 캠핑을 자주 다녀서 이제 전문가가 다 됐거든요. 하하하.” 김석중 차장의 얼굴에 이내 미소가 번진다. 이들 가족은 오늘 주왕산국립공원 상의자동차야영장 카라반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 어둠을 밝히는 장작불, 그 옆에 고소하고 속이 꽉 찬 대게 한 상.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영천은 별의 도시다. 전국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보현산을 품고, 별을 가장 잘 찾아내는 보현산천문대가 있다. 소음과 공해는 딴 나라 얘기다. 맑은 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으로도 힐링이 된다. 장기웅 과장 가족이 그 봄빛 가득한 맑은 하늘 아래로 여행을 떠난다.
어느 일요일, 장기웅 과장 가족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집에서 가까운 영천으로 향한다. 그간 이렇다 할 바깥나들이를 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던 장기웅 과장이 모처럼 1박 2일 여행을 계획했다. 감사하게도 하늘이 맑고 푸르고, 사방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둘째 하리가 지난해 이맘때 태어났어요. 벌써 첫돌이 된 거죠. 첫째 하진이는 몸도 마음도 한 뼘 더 자랐고요. 아이들을 이쁘게 키우고 보살피느라 여행다운 여행을 떠난 적이 없어서 내내 아쉬웠는데 모처럼 짬을 냈습니다.” 아내 양홍은 씨는 ‘여행은 기다림마저도 행복해지는 마법’이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기다렸다고 말한다.
이번 여행 목표는 별의 도시, 영천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과 멋을 즐기고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 쌓기다. 첫 번째 코스로 딸기 따기 체험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딸기는 하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그리고 상큼하고 달콤한 딸기를 한 입 베어 먹으면 봄을 통째로 선물 받는 기분이다. 영천 화산면에 자리해있는 달코미딸기농원은 규모가 크고,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추어 딸기를 심어놓아 딸기를 따기에 편하고 좋다. 특히 체험 시간에 제한이 없으므로 집으로 가져갈 통에 딸기를 가득 담은 후, 잘 익은 딸기를 배불리 먹어도 된다.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손에 살포시 잡고 뒤집어 위로 올린 후 밑으로 가볍게 힘을 주어서 내리면 툭~ 하고 딸기가 떨어진다. 지난해에 이미 한 차례 딸기를 따본 경험이 있다는 하진이는 제법 능숙하게 딸기를 따서 통에 가지런히 담는다. 그리고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입에 넣는 게 반, 통에 담는 게 반이다. 아직 걷지 못하는 하리는 엄마 품에, 때로는 아빠 품에 안겨 오물오물 맛있게도 딸기를 먹는다. 딸기로 어느 정도 배를 불린 후에는 농장 바깥에 있는 일곱 마리 강아지들과 한참을 논다.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됐다는 강아지들이 꼬물거리는 모습에, 하진이도, 하리도 눈이 반짝거린다. 하진이는 농원 한 편에 있는 토끼 우리에 가서 먹이도 주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간은 아이들이 어려서 어디 여행을 떠나려고 하면 짐 싸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거든요. 가짓수가 많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늘 짐을 싸면서 보니까, 이제 좀 자랐다고 짐이 많이 줄었더라고요. 오랜만의 여행이라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하는데, 사실 제가 더 행복해요. 하늘까지 맑고 푸르러 정말 봄나들이하는 기분이에요.” 아내 홍은 씨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다음 여행지는 딸기농원에서 불과 3km 남짓 떨어져 있는 시안미술관. 옛 초등학교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학교의 향수와 현대식 건축물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탄생한 곳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전시 공간이 있고, 층마다 나무계단을 오르면 들리는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장기웅 과장과 홍은 씨는 작품을 감상하고 때로는 분석하며 서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반면에 아이들에게는 조금 난해한 듯, 하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리저리 살펴본다. 시안미술관은 실내 전시에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널따란 마당에 전시된 조형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또, 넓은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안성맞춤이다. 장기웅 과장은 2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먹거리로 허기를 달랜 후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다음 코스는 별의 도시 영천의 핵심 볼거리인 보현산천문대. 이곳은 천문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그 입구에 일반인에게 개방된 보현산천문과학관과 보현산천문전시체험관이 나란히 자리해있다. 천문과학관에서 밤에는 별을 관측하는 대신, 낮에는 망원경으로 태양과 달을 볼 수 있다. 하진이는 신기해하며 몇 번이고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태양의 흑점을 관찰한다. 천문전시체험관에서는 사진 속에서나마 우주인이 되어본다.
장기웅 과장은 오늘 밤, 울창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에서 머물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과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기고 아이들이 잠든 후에는 오랜만에 아내와 로맨틱하게 와인잔을 기울일 예정이다. “하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께 맡기고 유럽으로 떠난 게 아내와 단둘이 떠난 마지막 여행이었어요. 아주 오래전이죠. 오늘은 유럽 못지않게 아름다운 숲의 한가운데서 제대로 여행 기분을 만끽해보려고 합니다.”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쌓고 싶다던 이번 여행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