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이 김진희 가이드와 함께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를 보인 런던으로 랜선여행을 떠났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쓸 필요 없는 런던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한 듯 생동감 넘쳤다. 화면에 135m의 대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가 등장했다. 2000년 문을 연 런던 아이는 한 바퀴를 도는 30분 동안 런던 풍경을 관람할 수 있다.
“런던 아이의 캡슐은 런던 32개 구를 상징하는 32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캡슐은 알약 모양인데요, 이는 세계대전의 아픈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밤이 되면 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바친 영국군을 기리는 영국전쟁추모비(Battle of Britain Monument) 위로 템스 강 건너편 런던 아이의 불빛을 볼 수 있다.
템스 강을 따라 웨스트민스터 다리와 웨스트민스터 역 쪽으로 향하자 런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빅벤(Big Ben) 시계탑이 나타났다. 빅벤은 ‘런던 해즈 폴른’, ‘007 스카이폴’ 등 영화는 물론 ‘셜록’ 같은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다.
빅벤은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로 이름을 바꿨다. 정확히 말하면 빅벤은 영국 국회의사당(Houses of Parliament)의 엘리자베스 타워 안에 있는, 무게 13.5톤에 달하는 종의 이름이다. 불 탄 웨스트민스터 궁전 자리에 새롭게 지은 국회의사당은 세계 최초로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한 영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건물로, 현재 공사 중인 엘리자베스 타워는 하원 의원들이 드나드는 입구이고, 또 다른 빅토리아 타워는 상원 의원들의 출입구다.
김진희 가이드는 국회의사당에 이어 영국 왕실과 밀접히 관련 있는 성공회 교회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으로 안내했다. 고딕 양식의 고풍스러운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 감사성찬례(예배) 때 무료로 입장하거나 홈페이지(
www.westminster-abbey.org)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둘러볼 수 있다.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국교를 가톨릭에서 성공회로 바꾼 헨리 8세의 이야기는 드라마 ‘튜더스’와 영화 ‘천일의 스캔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영국 왕들과 뉴턴, 다윈, 디킨스, 바이런 등이 묻혀 있다.
이제 시민의 휴식처인 세인트 제임스 공원(St James’s Park)으로 향할 차례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는 스토리스 게이트 카페(Café at Storey’s Gate)가 있다. 김진희 가이드가 카페로 들어가 새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장식된 내부를 보여줬다.
“작은 카페인데, 커피와 티 컬렉션도 좋아서 방문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카페가 나오자 한 직원이 영국 음식에 대해 질문했다. 흔히 영국 음식하면 피시 앤드 칩스가 떠오른다. 김진희 가이드는 미쉐린(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앱에서 1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을 확인하고 점심시간대에 방문해 보라고 추천했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 김진희 가이드가 재무부와 같이 연방정부 청사들이 모여 있는 건물 지하에 있는 처칠 워 룸(Churchill War Rooms)을 소개했다. 이곳은 윈스턴 처칠 총리가 2차 세계대전을 진두지휘하던 곳이다. 영화 ‘다키스트아워’에도 등장하는 처칠 워 룸 입장권은 임페리얼 전쟁박물관 홈페이지(
www.iwm.org.uk/visits/churchill-war-rooms)에서 예매할 수 있다. 왕실의 정원에서 시민의 정원으로 변모한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서는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꿀벌을 위해 만든 벌집(Bee House)과 영국 여왕이 사랑한다는 키친 가든(텃밭) 등을 볼 수 있었다.
“와, 도심에 저런 공원이 있다니 부럽네요.”
세인트 제임스 공원과 근위 기병 연대본부인 호스 가즈Horse Guards에서는 6월 2~5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70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행사를 앞둔 런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정치는 의회가 맡고 있죠. 왕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5년, 수송병으로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런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했다. 트라팔가 광장은 1805년 영국이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상대로 한 트라팔가 해전을 기념한 곳으로, 트라팔가 해전을 이끈 넬슨 제독의 동상이 있다. 트라팔가 광장은 미술 작품을 주기적으로 전시하고 있는데 현재 영국의 설치 미술가 헤더 필립슨(Heather Phillipson)의 ‘The End’라는 작품이 전시 중이다. 이 작품은 녹아내리는 휘핑크림 위에서 떨어지려는 체리를 드론이 잡고 있고, 다른 쪽에는 파리가 앉아 있다.
“영국의 역사는 설탕으로 축약할 수 있다고 하죠. 영국은 인도에서 가져온 사탕수수를 카리브 해 섬에 심고 서아프리카 노예들을 데려다 설탕을 제조했습니다. 설탕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영국을 부국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설탕으로 만든 휘핑크림은 산업혁명과 금융자본주의를 의미합니다. 파리는 자본주의라는 단맛에 빠져 있는 인류를 보여줍니다. 작품 사이트(www.theend.today)에서 트라팔가 광장의 모습을 24시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라팔가 광장은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펼치는 곳입니다. 환경시위대가 강렬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이 광장이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내는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이 있는 내셔널 갤러리를 소개한 김진희 가이드는 내셔널 갤러리 앞 자전거 묘기 공연 모습을 보여주면서 런던 랜선여행을 마무리했다.
“한국가스공사 직원 여러분, 일상을 회복해서 런던에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실시간 런던, 정말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